엇갈린 운명, 관능적 유혹

2008.12.22 14:12:12

오랜만에 만나 보는 대서사 러브스토리. 스페인 내전 2차 대전 등 증오와 폭력에 얼룩졌던 현대사를 배경으로 시대에 희생된 안타까운 사랑과 파란만장한 삶을 유장하게 다뤘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의 흐름 속에서 표류하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던 이들의 사랑이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과거와 다른 입장으로 해후한 옛 연인들
1933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모범생 가이의 기숙사에 어느 날 매혹적인 불청객 길다가 황급히 숨어든다. 이 학교 교수인 그녀의 애인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워 하는 가이와 달리, 자유분방한 길다는 거칠 것이 없다.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사랑의 밤을 보낸다. 그러나 채 시작되기도 전에 이들의 사랑은 시련에 부딪힌다.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홀연히 영국을 떠나는 길다와 못다한 사랑을 안타깝게 가슴에 묻는 가이.
1936년 파리. 3년이 지난 후, 교사가 된 가이는 사진작가가 된 길다로 부터 뜻밖의 초대를 받는다. 꿈같은 재회를 한 두 사람. 이제야말로 길다와 하나가 되고 싶은 가이는 모든 걸 다 버리고 파리를 택한다. 그런데 길다의 곁에는 스페인에서 망명한 아름다운 모델 미아가 있었다. 길다, 미아, 가이. 세 사람은 한 집에 함께 살며 우정과 사랑이 뒤섞인 감정의 격랑 속으로 빠져든다.
1938년 스페인. 바야흐로 프랑코 반란군과의 전쟁이 파시즘 대 민주주의의 대결로 전 유럽에 들불처럼 번져갈 무렵 자기 주변에만 충실하고 싶어 하는 길다와 신념을 지키고 싶어하는 가이와 미아. 세 친구는 각자의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길다를 파리에 남겨 둔 채 스페인으로 떠나는 가이와 미아. 1944년 다시 파리. 내전은 패배로 끝나고 유럽은 또다시 2차 대전의 전화에 휩싸인다. 가이는 레지스탕스의 첩보원이 되어 6년 만에 파리를 찾는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 되어 해후한 옛 연인들. 하지만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이들의 운명과 사랑도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든다.
아카데미 여왕과 칸 여왕의 랑데부
‘러브 인 클라우즈’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초호화 캐스팅이다. 8등신 금발미녀에서 거구의 연쇄살인마로 환골탈태해 그해 모든 영화상을 휩쓸었던 변신의 여신 샤를리즈 테론과 ‘귀향’으로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재능이 만개했음을 만천하에 알린 열정의 요정 페넬로페 크루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노스 컨츄리’로 또 한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몬스터’의 성과가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으며, 페넬로페 크루즈는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도약했다. 이처럼 ‘러브 인 클라우즈’는 눈부신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비한 두 여배우가 연기대결을 펼친다는 사실만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두 미녀와 황금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는 스튜어트 타운센드라는 존재. ‘젠틀맨 리그’의 도리안 그레이를 비롯해 언제나 아름답지만 위험한 연인을 연기해 온 그가 이번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수호자로 나섰다. 스튜어트 타운센드는 샤를리즈 테론과 실제 커플로, 영화 속 이들의 사랑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캐스팅의 묘미 덕분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지적인 동시에 섹시한 양날의 매력을 발산하며 아카데미가 보증한 발군의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모범생부터 레지스탕스까지 젊은이의 열정적 내면을 소화해낸 스튜어트 타운센드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30년대 유럽 재현한 장대한 풍경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자칫 무겁고 고루할 수 있는 시대물에 대한 선입관을 성공적으로 깨트린 전복적인 연애관이다. 길다와 가이의 운명 같은 사랑의 중심축에, 길다와 미아의 미묘한 관계, 가이와 미아의 우정과 연정을 넘나드는 모호한 감정까지 더해져 풍성한 러브스토리를 이뤄냈다. 특히 이들이 엇갈린 운명 속에서 탐닉하는 관능적 사랑은 치명적으로 매혹적이다.
30년대 유럽을 재현한 제작비 5000만불의 장대한 풍경화 또한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다와 가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평화로운 캠브리지 대학 기숙사에서부터, 전성기를 맞은 파리의 예술계, 스페인에서 벌어지는 피의 전투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20세기 전반의 풍경화를 현실감 있는 디테일로 살려냈다.
마리오 다비뇽의 의상 역시 지니 어워즈 수상작답게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충족시켜주었던 부분. 각기 크리스찬 디올과 랄프 로렌의 모델인 샤를리즈 테론과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수백 벌에 달하는 복고풍 의상을 입고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코코 샤넬 등 당대를 풍미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부활시킨 이 의상들은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구가 멈추는 날
감 독 : 스콧 데릭슨 배 우 : 키아누 리브스, 제니퍼 코넬리
뉴욕 센트럴 파크에 떨어진 거대한 미확인 물체.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정체 불명의 한 남자. 이 남자는 수세기 동안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을 멸하기 위한 거대한 공격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남자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이러한 공격을 감행 하려는 것인지, 그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한다. 이렇게 국가의 모든 전력이 투입되어 그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고 있는 사이, 지구를 향한 공격은 시작되고 모든 것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그의 정체와 목적은 무엇일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지구가 멈추는 날이 온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감 독 : 도리스 되리 배 우 : 엘마 웨퍼, 한넬로레 엘스너
의사로부터 남편 루디의 암선고를 듣게 된 트루디는 그 사실을 숨긴 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둘의 여행을 계획한다. 베를린에 사는 자녀들을 보러 가지만, 보이지 않는 냉대와 무관심에 상처받고, 결국 발틱해로 둘 만의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곳에서 예기치 않게 트루디가 죽음을 맞는다. 망연자실한 루디는 막내 아들 칼을 만나러 무작정 도쿄로 가고, 칼의 무관심 속에 홀로 도시를 헤매던 루디는 공원에서 부토댄스를 추는 한 소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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