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열풍’에 중국이 ‘들썩’

2003.11.30 00:11:11






베이징 야윈춘에 위치한 즉석복권판매대. 구매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출력해준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산업은 단연 복권이다.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3개 대도시 주민의 48.5%가 주기적으로 복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운이 따르면 인생역전을 꾀할 수 있다는 일확천금의 기대감으로 수많은 중국인들이 매일 복권 판매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복권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러나 알고 보면 복권 열풍은 오히려 중국 정부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복권판매의 30~40%는 공익자금 및 세금으로 국고에 들어가며, 약 20만 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국적으로 4만여 명에 달하는 판매대 근무 직원을 모두 실직 근로자들로 메울 계획이다.

1,000억 위안 복권시장

중국의 국무원연구센터에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중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이 대략 846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복권발행국들의 12위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인구의 6%만이 복권을 구매하고 있어 향후 중국의 복권구매인구가 증가할 것을 예상한다면, 향후 중국복권시장의 앞날은 가히 엄청남 규모가 되리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인이 1인당 10달러(약 80위안)를 복권구입에 사용하게 된다면 중국의 복권시장은 1,000억 위안 규모의 고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으로 대두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체육복권의 지난해 판매액이 200억위안(약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지난해 체육복권 판매액이 모두 201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9%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형 활인마트인 징커룽(京客隆)상점의 꽁티(工體)지점 복권 판매원은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단골들이고 보통 10위안(약 1,500원·5장)을 산다. 간혹 좋은 꿈을 꿨거나 느낌이 좋으면 100위안(약 1만 5,000원)씩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설명한다.

중국에서 ‘차이피아오’(彩票)라 불리우는 복권은 지난 2~3년부터 당첨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현재 중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의 종류는 대략 체육복권·축구복권·즉석복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전국적으로 발행되는 중국체육복권을 제외한, 다양한 이름의 사회복리복권과 체육복권을 발행하는데, 이 복권들의 발행기관은 중국각지의 지방정부다. 따라서 복권의 당첨금도 지방마다 천차만별인데, 1등 당첨금이 가장 많은 베이징이나 상하이·광동(廣東)등지는 무려 500만 위안에 달하기도 한다.


우연한 복권 당첨자 속출에 복권방 ‘폭주’







베이징 번화가 왕푸징에서 열린 체육복권 판매행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중국 지방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선보이는 복권의 통일 가격은 단돈 2위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의 복권구입 애호자들은 2위안을 투자해서 460만위안을 버는 ‘일확천금’의 꿈에 매주 월요일마다 숨가쁜 하루를 보낸다.

이는 장(張)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지난 4월부터 일주일마다 3~4장을 샀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당첨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도 “1등 상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한 몫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처럼 장씨가 낙관적인 전망을 펴는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복권 당첨자들이 우연스럽게 탄생했기 때문이란다.

2003년 7월 6일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는 지난 2달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베이징 체육복권의 1등 당첨자가 드디어 출현했다고 보도했다. 한동안 베이징에서는 500만위안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일부 시민들 사이에 ‘지방정부에서 일부러 당첨자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뜬소문까지 떠돌기까지 했었다. 이에 따라 일확천금을 노린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복권 판매점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결국 나타난 복권 당첨자는 뜻밖에도 생전 처음으로 복권을 구입한 왕 여사였다.

작년 8월 《충칭완바오(重慶晩報)》는 구이저우(貴州)에서 동료와 함께 출장차 충칭에 왔던 왕치앙(王强)씨가 8월 첫째 주 충칭 사회복리복권 260만위안의 당첨자라고 보도했다. 보도 기사에 따르면, 왕씨의 행운에는 같이 온 동료 자오(趙)씨가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충칭에 도착한 왕씨는 자오씨와 함께 길가를 걸어가던 중 발견한 판매소에서 복권을 샀다. 그럴듯한 숫자가 떠오르지 않자(중국의 복권은 구입자가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이다), 옆에 있는 동료 자오씨가 왕씨에게 조언을 주어 빈칸을 기입하게 됐다. 다음날 자신이 1등에 당첨된 사람을 확인한 왕씨는 자오씨의 공로를 인정, 그에게 80만원을 나누어 주었다.


정부서 복권 열풍 조장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체육복권.

일정 금액 이상 복권당첨자들은 20%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중국이 지난해 복권당첨자들로부터 거두어 들인 세금은 10억위안이다. 1994년부터 국가의 비준을 받아 발행된 체육복권은 지금까지 모두 761억위안 어치가 발행됐고, 249억위안의 공익자금이 조성돼 주로 체육시설 설치 등 공익사업에 투입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건설에도 복권 공익자금이 투입된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향후 주민들의 저축을 소비로 연결시키고,과중한 재정부담을 경감하며 또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복권판매대, 판매원 등)를 창출할 수 있는 복권사업을 더욱 확대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래부터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자본주의 산물인 복권구매 열풍을 통하여 기존의 건전한 근로의식이 저하되고 사회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좋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가는 복권세금으로 거둬들인 세수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만 눈이 멀어 국민들을 소비심리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과연 중국이 올바른 복권문화를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북경 통신원 김길조 kimkilch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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