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한일 정상, 회담 아닌 ‘간담’”…“정식회담 조건 충족 못해”

2022.09.22 11:54:36

요미우리 “‘회담’은 시기상조 판단”
마이니치 “회담 조건 불충족 판단”
아사히 “韓 자세 일부 평가…이득”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나 30분간 대화한 것을 두고 한일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만남이 '약식 정상회담'이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는 21일(현지시간) 정오께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30분간 회담했다. 이를 우리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이라고 발표한 반면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이라고 했다.

 

우리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낮 12시 23분부터 30분간 UN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총리와 약식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은 두 정상의 대화가 '회담'이 아닌 '간담'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보다 격을 낮춘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정상이 30분간 간담했지만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며 "일본 정부는 이번 대화를 정식 회담이 아닌 '간담'으로 공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일본 측이 간담으로 규정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문제를 한국 측이 해결하지 않는 한 정식 회담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집권) 자민당 내 주장을 배려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도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이번,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실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정식 '회담'으로는 규정하지 않았다"며 "다만 한국 측의 관계 개선 자세는 평가하고 있다. 비공식 '간담'으로 대화에 응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다자간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30분가량 대화를 나누면 정상회담이라고 칭한다. 일본 정부는 한일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를 '간담'으로 표현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징용공 문제 해결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판단해 정식 회담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만 한국 측 관계 개선에 대한 자세는 평가하고 있으므로 비공식 간담 형식으로 대화에 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이번 뉴욕에서 한일 간 정상회담이 실시된 데 대해 "그럼에도 (한일 정상이) '간담'한 것은 한국 측의 자세를 일정 (부분) 평가한 것이라는 배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징용공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윤 정권의 자세를 감안해 '이번에는 간담하는 편이 득책(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다만 (회담 성사로) 한번에 관계 개선이 전망되는 것은 아니다"며 "징용공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 정상은 또 정상간에도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정상은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회담 분위기에 대한 전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TBS방송에 따르면 정상 회동에 동석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회담은 앉아서 진행됐으며 분위기는 진검승부였다"며 "윤 대통령이 더 많이 말했다"고 밝혔다.

 

지지통신은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 관련 한국 정부의 해결책에 대한 검토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일 정상이 공식 대면한 건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양자회담 후 2년 9개월 만이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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