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새로운 재능에 눈뜨다
자상한 부모님, 뛰어난 외모와 총명한 두뇌.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소년 미르코.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시력을 잃고 법에 따라 부모와 격리돼 시각장애인용 기술을 익혀야 한다. 부모님과의 단란한 식사, 즐거운 친구들과의 놀이… 이제 그가 두 번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희망을 빼앗긴 미르코는 마음을 닫고 스스로의 어둠 속에 갇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본 적이 없는 새 친구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하늘을 본 적이 있니? 태양은? 눈은? 어떤 느낌인지 말해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어.…” 평생 아무것도 본 적이 없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소년들, 미르코는 그들을 위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에 도전한다.
영화는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61년에 태어나 8살에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당시 법에 따라 부모와 격리되어 정규교육을 포기한 채 맹아 학교에서 장애인용 기술을 익혀야 했던 미르코 멘카치.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영화를 사랑하며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꿨던 그였지만 8살의 그에게 남아있는 장래는 옷감 짜는 직조공이나 철공소의 용접공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애가 그에게 새로운 재능의 눈을 뜨게 했다. 바로 소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그 재능으로 평생 앞을 본 적이 없는 친구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1975년 이탈리아 정부로 하여금 맹아 학교를 폐지하고 장애인도 일반인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교육받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의 도화선이 됐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음향감독이 되어 영화의 꿈 역시 이뤘다.
‘창문을 마주보며’ ‘베스트 오브 유스’ 등의 영화에 음향을 담당하며 이탈리아 최고의 음향감독 반열에 오른 미르코 멘카치는 소리에 대한 누구보다 강한 열정으로 현재 토스카나에 위치하게 될 이탈리아 최초의 사운드 재단의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사운드 재단은 사운드에 대한 학술연구와 일반 대중에게 사운드의 세계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현실과 소통하는 감독의 냉철함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태생적으로 얻고 들어가는 진실의 힘에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는 통찰력까지 더해졌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실화의 진실성을 밑 재료로 다양한 상업적 장치를 곁들여 관객들에게 더 나은 순도의 재미를 선사하는데 역점을 두어 왔다.
‘천국의 속삭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등 한국 관객들에게 유독 사랑 받았던 이탈리아 영화들 특유의 풍부한 감정과 음악의 향연이 이 영화에는 거의 없다. 영화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이지만 그 감정의 수위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흘러넘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에 젖어 들어 눈물대신 오래도록 우리 안에 뿌리내릴 힘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충분히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는 부모와 소년의 관계, 그리고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할 수 있는 신부님과 소년의 관계들도 간결하고 담담하게 영화에서 보여 진다. 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아이들의 공연과 미르코의 재능을 넘어서 이탈리아가 법을 바꾸게 되는 계기인 미르코와 시민들의 만남까지 보여주는 등 상업성 그 이상의, 현실과 소통하는 영화를 완성해낸다.
꿈 따윈 사치라고,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장애인 교장. 그의 대사는 88만원 세대, 사오정 등으로 대변되는 고개숙인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선다. ‘천국의 속삭임’의 미르코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던져 보여준다.
나인
감독 : 롭 마샬 / 배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러브 매니지먼트
감독 : 스티븐 벨버 / 배우 : 제니퍼 애니스톤, 스티브 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