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비중 급증…금융 당국, 금지 하나, 안 하나

2022.10.20 07:22:04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변화 기대 어려워”
공매도 금지 관련 금융 당국 간 온도차 드러나
국감서 금감원장 시행 의지…금융위원장은 ‘신중론’
금융위 “시장 악화할 경우 공매도 금지, 이견 없다”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내 주식시장 내 공매도 비중이 늘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재량적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서 공매도 금지에 대한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200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1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 시장(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9293억원에 이른다. 유가증권 시장만 보면 이달 기준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780억원으로 8월(3494억원), 9월(4907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 공매도 비율(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율)이 지난 13일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1년 평균값을 기준으로 보면, 10월 11~14일 한 주 간의 공매도 비율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2019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와 거래량 비율을 최근 1년간 평균값과 비교하면 지난주 수치는 플러스(+) 3표준편차 수준을 상회해 플러스 4표준편차 수준에 근접했다"며 "지난 2019년 5월 당시를 제외하면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2019년 5월 공매도 급증 당시 시장은 한 달 뒤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해 8월에 저점을 기록한 뒤 8월 이후 상승을 지속했다"면서도 "2019년 8월 코스피 반등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과 함께 나타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장은 비슷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공매도(空賣渡)는 한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라는 뜻이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공매도 관련 소식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공매도 금지는 증안펀드 조성과 더불어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 중 하나다. 정책 타이밍은 물론 실제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지수의 추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한시적 금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시장이 악화하면 공매도 금지 등 시장 조치를 취하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시행 의지에 대해서는 당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조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등 관련 조치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하는 것과 달리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어떠한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탓이다. 

 

이같은 금융당국 수장 간의 입장이 다른 것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공매도 금지를 취한다는 것은 금융위·금감원 모두 공통된 입장"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증안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여차하면 가동할 계획"이라며 "매도를 막으면서 매수 쪽을 받쳐줘야 하므로 증안펀드를 가동할 때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증안펀드는 주가가 급락하는 등 상황에서 발동된다"며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먼저 하고 증안펀드가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과열종목 유형을 확대하고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 배율, 공매도 비중 평균이 일정 수준을 넘는 종목에 대해 다음날 하루 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지난 7월 금융위 등 관계기관이 발표한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의 후속 조치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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