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도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초거대 AI 모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골드 러시'의 이면에는, 이 모든 기술적 진보를 떠받쳐야 할 전력 인프라의 심각한 취약성이라는 숨겨진 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대 걸림돌이 다름 아닌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이며, 이를 해결할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력 블랙홀'의 현실: 기하급수적 증가와 수도권 집중
AI 기술은 본질적으로 데이터센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고성능 서버들이 24시간 365일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 시설 대비 훨씬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전력 블랙홀’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폭증하는 수요 ▲전력망 포화 ▲인프라 구축의 난항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은 단순히 전력 부족 문제를 넘어,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 자체를 위협한다. 특정 지역에 부하가 몰리면 국지적인 정전은 물론,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의 위험마저 높아지게 된다.
글로벌 경쟁국의 대응: 에너지 정책이 곧 AI 정책
AI 패권을 다투는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경쟁국들은 이미 이 문제를 국가 안보 및 핵심 산업 정책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들에게 AI 정책은 곧 에너지 정책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테크기업들은 직접 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대규모 장기 구매 계약(PPA)을 통해 자체적인 친환경 전력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운영 뿐만 아니라 ESG 경영 및 RE100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저렴하고 풍부한 수력 및 풍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적극 유치하며,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냉각 기술을 의무화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경직된 전력 시장 구조와 불확실한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청정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제때 공급받기 어렵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를 저해하고, 국내 AI 기업의 운영 비용을 상승시켜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AI 전력 위기 해소를 위한 3대 혁신 과제
한국이 AI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경쟁만큼이나 에너지 인프라 혁신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력망의 '분산' 혁신(지역 균형 발전 유도) ▲에너지 믹스 재편(무탄소 에너지(CFE)로의 전환 가속AI)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기술 혁신 의무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결론: 전력 혁명 없이는 AI 강국 없다
한국은 뛰어난 AI 인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등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모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 즉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 공급이라는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인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블랙홀' 문제를 단순한 산업 이슈가 아닌 국가 핵심 경쟁력의 문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전력망의 분산, 에너지 믹스의 청정화, 그리고 데이터센터 자체의 효율화라는 3대 혁신 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할 때만이, 한국은 비로소 AI 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전력 혁명'을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신안산대학교 기술사관학교장 소방안전관리과 특임교수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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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수소 및 연료전지 전문 행정사
신안산대학교 친환경에너지 기술사관학교장(특임교수, 기계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