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이며 진지한 동시에 유머러스한 시선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묘하게 솔직해서 마음이 끌리는 극장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는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고, 진실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찰리 카우프만은 아카데미에 수 차례 노미네이트 끝에 ‘이터널 선샤인’으로 수상의 영광을 이룬 천재 각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은 ‘존 말코비치 되기’ ‘휴먼 네이쳐’ ‘컨페션’ ‘어댑테이션’ 등으로, 확고한 그만의 작품영역을 선보이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최신작 ‘시네도키, 뉴욕’을 내놓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이뤘다.
카우프만 특유의 붕괴직전의 삶을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연극연출가 케이든은 사실적이고 인간적으로 그려져 있다. 화가인 아내는 그를 떠나버리고 뜻하지 않은 질병에 시달리며, 언제라도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던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낀다. 결국 그는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관계들과 엉켜버린 삶마저도 모두, 새로 준비하는 연극에 걸게 된다. 시적이며 진지한 동시에 감동적인 삶에 대한 응시는 실제의 삶과 허구로 대표되는 연극 속의 삶이 혼재되면서 더욱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불꽃 튀는 연기
그 독특한 스타일과 스토리의 원천이 바로 찰리 카우프만의 힘이었다면, 이 영화가 진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데는 중심인물인 케이든을 연기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불꽃 튀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겠다. 영화 ‘카포티’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실력파 배우인 그는 최근작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다우트’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시네도키, 뉴욕’은 죽음, 질병, 절망, 고독, 관계의 문제, 형이상학, 그리고 삶을 다루는 영화지만 이 같은 심각한 감정을 다루면서 이상한 식으로 웃기기도 한다. 특정한 메타포가 읽힌다면 좀 더 읽어내려 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감독이 의도한 대로라면 영화는 다양한 층위로 작동하고 관객들은 영화에서 자신이라는 출발점에 따라 상이한 것들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우프만 작품의 독특한 측면은 그가 판타스틱한 것들과 깊이 느껴지는 감성을 혼합한다는 것이다. 같은 독특함은 그가 영화적 장치의 하나로 사용한다 할 수 있는 ‘꿈’이라는 요소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카우프만의 스토리텔링은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그가 이상한 상황을 자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님을 알게 해준다. 결국 그는 항상 자신의 지성을 그가 느낀 것이나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고 그 지성의 깊이가 그만의 스타일로 작품화 된다.
‘찰리 카우프만’표 영화의 스타일과 스토리가 아무리 독특하다 하더라도 인물들의 행동들과 감정들은 늘 손에 잡힐 듯이 실제적이다. 현실에선 그저 한 발 들어가면 스스로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이해하고 있게 되는 일이 있다. 배우들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지만 찰리 카우프만은 그걸 문제삼 지 않고 그것이 그에게 말이 된다면 보는 이에게도 말이 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감독과 배우들은 각 역할을 함께 만들어 나갔다.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감독 : 마크 로렌스
배우 : 휴 그랜트, 사라 제시카 파커

바비
감독 :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배우 : 안소니 홉킨스, 샤론 스톤, 마틴 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