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사람】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와 그들의 정치>

2022.12.26 14:35:44

민주주의는 왜 무너질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서 발견되는 정치행태들의 공통적 패턴과 그 수행 전략을 10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정치 전략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회에서 작동하는지 분석하며, 이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파시스트 정치’라고 규정한다.

 

 

거짓 신화와 혐오를 만드는 10가지 정치 기술


예일대 철학과 교수로 사회철학자이자 언어철학의 대가이기도 한 저자는 ‘최근 여러 해 동안 세계 많은 나라에서 모종의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해온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정치적 상황의 패턴을 분석하며,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인격이 국가를 대표하는 여러 종류(민족, 종교, 문화)의 초국가주의를 가리키는 말’로 ‘파시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는 파시즘이 권력을 얻기 위해 구사하는 정치 전략을 10가지로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거짓 신화와 혐오의 10가지의 전략들은 공통적으로 우월한 ‘우리’와 타자화된 ‘그들’을 만들어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라치기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 소수민족, 노동자계급, 소수자들이 사회에 요청하는 정당한 목소리를 우월한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빼앗아가는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파시스트에게 사회는 제한된 재화를 놓고 경쟁하는 적자생존의 장소이며, 우월한 ‘우리’의 영광스러운 신화적 공간 안에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거짓말과 말장난의 수사를 현실로 만드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배제와 차별의 언어는 급속하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파시즘의 첫 번째 전략은 ‘신화적 과거’를 발명하고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 ‘프로파간다’는 문제가 있는 정치가의 목표를 도덕적인 이상으로 선전한다. 세 번째, 순종적인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와 대학을 약화시켜 ‘반지성’을 조장한다. 네 번째 ‘비현실’은, 가짜 정보와 두려움으로 현실을 왜곡한다. 다섯 번째, 우열에 의한 ‘위계’ 사회가 인류의 가장 자연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여섯 번째, 우월한 지배계층인 ‘우리’가 ‘그들’에게 이익을 빼앗겼다고 말하며 ‘피해자의식’을 부추긴다. 일곱 번째, ‘법질서’를 내세워 ‘우리’와 대비되는 타자인 ‘그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범죄자라고 말한다. 여덟 번째, ‘성적 불안’을 이용해 ‘우리’의 전통적인 남성 역할 및 지위를 위협하는 불법적 존재로 ‘그들’을 묘사한다. 아홉 번째, 도시를 타락하고 오염된 장소이자 게으른 이들이 국가에 빌붙어 사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열 번째,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복지 시스템을 해체해서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왜 파시스트 정치에 취약할까


이러한 전략들을 구사하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세력이 법과 시스템을 장악하게 되면, ‘비정상의 정상화’, ‘우리 대 그들’의 갈라치기, 가짜 뉴스와 현실 왜곡,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노동조합 등 평등과 권리를 위한 투쟁을, 집단 이익추구와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왜곡해 시민을 갈라치기하고 사회적 공론장 속에서 정책과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권위주의적 정치인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파시스트적 언술과 전략들은 무엇보다 시민을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의 다양한 삽화들을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부상하고 있는 파시즘의 요소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이상 속에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세기를 넘은 경고와 실제 역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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