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왜 우리는 후회할 걸 알면서도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고, 왜 같은 문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며, 열심히 해도 승진하지 못할까? 30년간 20만 명의 뇌를 분석해 온 독일 뇌과학자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이 신작 <라이프코드>에서 그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제시한다.
20만 명의 뇌가 밝힌 인간 본성
저자에 따르면, 우리 결정의 95%는 이성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모든 행동의 ‘왜?’를 결정한다.
베토벤은 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왜 우주의 비밀을 풀고 싶어 했을까? 스티브 잡스는 왜 혁신적 제품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예술가를 움직이는 것은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이고, 과학자를 이끄는 것은 진리를 향한 호기심이며, 기업가를 전진시키는 것은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다.
이처럼 감정이 ‘왜’를 결정해야, 비로소 우리의 뇌는 ‘어떻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 호이젤 박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이 네 가지 핵심 감정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라이프코드’라 이름 붙였다. 이 시스템들의 조합과 경쟁이 우리의 모든 선택을 결정한다.
위험을 피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균형 시스템(The Guardian), 경쟁과 권력을 갈망하는 지배 시스템(The Conqueror), 모험과 변화에 중독된 자극 시스템 (The Explorer), 유대감과 소속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화 시스템 (The Connector)이 그것이다.
‘코로나19’ 대처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식량과 생필품부터 사둬야 해”(균형)라며 불안해했고, 다른 이는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은 강력히 처벌해야 해!”(지배)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이는 “정부가 너무 과잉 대응하는 거 아니야?”(자극)라며 답답해했다. 각자의 라이프코드가 세상을 해석하는 강력한 필터 역할을 한 결과다.
의도적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라이프코드 유형에 따라 개인의 연봉, 건강 상태, 심지어 음악 취향까지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월 가계 수입이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에는 지배 시스템이 강한 사람이 평균의 두 배 이상 발견된 반면, 조화 시스템이 발달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건강 염려증이 심한 균형 시스템 우세형들은 정작 운동은 게을리해 심장질환 발병률이 높고, 자극 시스템이 강한 사람들은 건강 정보에는 관심이 없지만 실제로는 더 건강하게 산다.
저자가 개발한 이 이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결정 분석 도구’로 평가받으며, 이미 마케팅과 경영 컨설팅 분야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 기업 ‘그루페 님펜부르크(Gruppe Nymphenburg)’를 이끌며 포르쉐, BMW, 루프트한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브랜딩과 경영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니, 소비자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코드가 곧 운명은 아니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도적인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가소성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죽는 순간까지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기존 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다.
런던 택시 기사들의 해마가 일반인보다 크고, 음악가들의 청각 피질이 유독 발달한 것처럼, 의식적인 노력과 반복은 우리는 뇌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각할 수 있다. 이 책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