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캄보디아 당국이 수사 공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ODA 예산을 삭감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대상 납치·감금 사건에 대해 현지 정부가 수사 공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 등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도 신규 ODA 예산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16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캄보디아 ODA 예산은 전년(2178억1000만원)보다 2배가량 늘어난 4352억7000만원이다.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복지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무상 또는 저리 자금지원을 말한다. 국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수단으로, 한국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가운데 유상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은 3821억3000만원으로, 역시 전년(1656억원)보다 2배 넘게 뛰었다. EDCF는 기재부가 운영하는 융자성 원조로, 도로·전력·상하수도 등 인프라 중심 사업에 투입된다.
올해 농업 분야 무상원조 사업은 약 34억원 규모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해 농업 생산성 향상과 지역공동체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4가지 사업이 올해 마무리되고 가장 규모가 큰 '농업비즈니스 및 농촌공동체개발센터 지원' 사업은 2028년까지 진행된다. 내년에는 캐슈넛 가공시설 구축과 수출을 지원하는 신규사업이 편성됐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사기 산업에 연루된 20대 대학생이 고문으로 숨진 가운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캄보디아에 구금된 우리 국민 60명을 이번 주말 국내에 송환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캄보디아 당국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에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ODA 예산을 삭감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ODA 사업의 구조상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사업이 양국 간 차관계약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만큼, 중단 시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신규로 추진 예정인 캄보디아 ODA 사업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수사 비협조 여부만이 아니라 양국 간 외교협력, 우리 기업의 진출 필요성, 국익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납치·구금 사태와 ODA 사업을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보다는 사업별 타당성을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ODA와 이 문제를 직접 연관 짓고 있지는 않다"며 "캄보디아는 올해 계획된 ODA 예산 사업에서도 비리가 감지됐기 때문에 조사하는 부분이 있고 중단시킨 사업도 있다. ODA 자체 사업의 타당성을 봐가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에 대한 과도한 국민적 반감이 형성되는 상황을 우려를 표했다. 위 실장은 "캄보디아가 다른 목적을 갖고서 우리와의 협조를 회피하지는 않는다. 국가나 국민에 대해 불필요한 부정적 인식을 갖는 일은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ODA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뿐 아니라 양국 협력관계 등을 국익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