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의 눈과 귀 제기능 발휘하나?
심각한 탄압 속에 걸음마를 걷고 있는 중국언론
지난 9일 11일, 미국
뉴욕에서는 세계 무역 센터가 테러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세계 각 언론매체들은 이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앞 다투어 취재 경쟁에 들어갔다. 미테러와 관련된 소식은 지금까지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각 중국의 중앙 텔레비전에서는
다른 나라 텔레비전과는 다르게 장쩌민 국가 주석이 당일 참여했던 당내 행사들과 자료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9ㆍ11 자살
테러 사건은 보도되지 않았고, 중국내 소식과 장쩌민 주석의 주요 활동들로 채워졌다. 중국방송은 뒤늦게 미국 테러사건을 보도해, 언론의 특징
중의 하나인 신속성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필자는 문득 중국 언론이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다른지 의문이 들어 바로 은사님께 여쭈어
보았다. 그리고 중국 언론의 실태에 관해 자료를 찾아 보기로 했다.
중국의 공중파와 신문
우선 중국의 공중파방송은 CCTV 8개 채널과 BTV(Beijing TV) 3개 채널 등 모두 11개 채널이 있다. 북경에서는 BTV외에도
천진, 산동, 상화, 광동 등의 각 지방의 위성 TV도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경 시민들은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빼고 지방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적은 편이다. 북경 시민들 스스로가 지방 방송에 비해
북경 방송의 수준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위성 TV Channel이 많다고 해도 다양성을 갖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황제의 딸’이 1999년
여름 처음 방송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각 지방 TV들에서는 이 프로를 동시에 방영해 시청자가 채널을 바꿔도 똑같은 프로를 봐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의 신문은 크게 중앙지와 지방지로 나뉘는데 종류와 수가 매우 많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자주 보는 신문은 정해져 있다. 기업과 학교와
같은 기관에서는 ‘인민일보(人民日報)’, ‘북경일보(北京日報)’, ‘공인일보(工人日報)’,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를 구독한다. 일반
북경 시민들은 출근길에는 조간 신문을 구입하고, 퇴근길에는 북경 석간 신문인 ‘북경만보(北京晩報)’를 구입한다.
북경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문은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이다. 높은 구독률이 말해주듯 북경청년보의 인기는 대단하다. 왜냐하면
현세태에 맞게 알차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국내외 소식을 잘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시민들이 구독을 꺼리는 신문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을 대변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이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중국의 CCTV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원들의 소식을 주로 전할 뿐,
사건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주관적인 견해를 내세우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치관련 보도금지
사실 중국의 언론실태는 국가 기밀과도 같아 일반인에게는 비공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은 중국내에 언론탄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돼 있으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을 관행처럼 여기고 있다.
올 7월, 78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광서성(廣西省) 주석광산 침수사고의 경우, 사고 당시 광서성 관리와 인민일보를 제외한 기타 언론
기자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는데, 일부 기자들은 신변의 위협까지 받았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일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언론의 탄압의 정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 없다. 또 다른 예로 수십 명의 언론인들이
공무원 비리 사건들을 파헤치려다 해고 되거나 개인적으로 피습당하고 있어, 인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스포츠의 생중계만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다. 지난 번 중국이 2002년 월드컵 본선이 확정되던
B조 결승전은 중국 전역에 생방송되었고, 방송은 다음날에도 계속 재방송을 내보냈다.
중국언론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중 하나는 거짓 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중국 언론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언론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한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언론사간의 경쟁의 원인인데 중국내에선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홍콩과
광주, 성도(成都)이다. 특히 세 도시가 언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 소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문화계로
연예인들의 스캔들이나 여러 오락 소식은 독자들을 적당히 속여도 상관없다는 분위기이다.
개방개혁 20년 중국언론의 위치는?
지난달 10일 WTO가입을
앞두고 일부 지식층에서는 중국 언론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중국 언론의 자유가 보장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한가지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중국 언론계의 재정 문제이다. WTO가입 후, 중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 투자가들이 밀려들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언론분야를 빼 놓을 수 없다. 중국 언론 역사는 이제 20년을 넘어 섰는데, 100년 이상의 국외 언론사와 거대한 자본이 밀려들면 중국
자체 언론은 도마 위에 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언론은 민족적 성향을 띄는 사업이기 때문에 별다른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한가지는 중국 언론매체의 인재 양성 문제이다. 현재 중국 언론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엘리트’라고 불리는 인재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일해왔고, 대부분 편집쪽에 종사하고 있어 실력과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언론매체는 다양성에서도 많은 문제점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TV매체를 예를 들어 말했지만, 신문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올 해, 중국 신문업계는 재경(財經;재정과 경제) 분야가 유행처럼 계속 화제가 되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재경분야의 전문지를 창간하는
등 창조적인 면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중국 대륙을 떠나,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는 주목할 만한 매체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 언론계에서도 추천을 하고 있는 CHANNEL
[V], ESPN ,홍콩 봉황 텔레비전과 같은 TV매체와 TOM, VIACOM 등의 웹 매체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전세계의 소식을
다양하게 전하고 있다. 다만 중국 대륙의 일반 가정에서는 CHANNEL [V]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없어, 중국 일반인들의 언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힘든 형편이다.
중국의 개혁ㆍ개방은 이제 20년이 되었다. 중국인의 의식을 깨우는 데 있어서, 언론매체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들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체제에 있어서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기에 중국언론의 발전에는 많은 장애가 따를 것이다. 만약 자유롭게 발언하고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중국 사회가 된다면, 중국의 발전은 세계 강대국을 능가할 것이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