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연금의 무료함 속에서 만원경을 들다
급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자책으로 문제아가 된 케일은 수업 중 교사를 폭행한 죄로 90일간의 가택 연금에 처한다. 발목엔 감시 장치가 부착되고 30미터, 겨우 100발자국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상황. 엄마에게 비디오 게임과 케이블 TV마저 빼앗기자 집은 감옥이 된다. 지루함을 이겨볼 겸,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엿보기 시작하는 케일. 마침 옆집에 이사 온 아름다운 소녀 애슐리에게 호감을 느낀 케일은 그녀를 관찰하게 된다.
24시간 창 밖 리얼리티 쇼를 즐기던 케일은 이웃집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가 최근 발생한 납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남자의 알리바이는 누가 봐도 명확하고, 아무도 케일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친구 로니, 애슐리와 함께 잠복근무에 돌입하는 케일. 그러나 그 수상한 이웃은 친절을 가장한 채 다가와, 급기야 엄마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한다.
소재만으로도 쉽게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이창’의 틴에이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성장통을 겪는 10대라는 점과 만원경을 통한 ‘이웃집 리얼리티 쇼’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 가택연금이라는 것 정도가 다를 뿐이다. 로맨스와 공포가 혼재되고, 관음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설정도 같다.
젊은 감수성으로 새롭게 탄생한 공포

주인공이 10대라는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는 영리함 또한 돋보인다. 주변인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불완전한 청춘의 공포는 고난을 겪고 성숙해진다는 성장물의 공식 안에 매끄럽게 어울린다. 발목의 감시 장치가 역으로 경찰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될 수 있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주인공 케일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 잘 맞아 떨어진다. 주변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편이다. 사라 로머가 맡은 애슐리는 누구나 만원경으로 이웃을 염탐할 때, 가장 흥미를 느낄만한 대상이다. 그녀는 지적이고 대담하고 아름답다. 더구나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을 한다. 하지만 캐릭터의 활약상은 조금 허망하다. 케일의 오른팔 로니 또한 전형적인 낙천적 베스트프렌드다. 로니를 연기한 아론 유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 관객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조연이기도 하다. 세 배우 모두 스타성을 갖추고 있어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캐릭터를 비롯해 영화는 전형적이고 공식적인 틀 안에서 진행되지만, 그 쉽지 않다는 ‘장르적 즐거움’은 충분히 갖췄다. 숱한 변주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오리지널의 매력 또한 고스란히 살아 힘을 발휘한다. 평온한 동네의 불편하고 위험한 진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여전히 감정적 압박을 느끼게 하며, 관음의 즐거움과 관음을 당하는 공포 사이의 이중적 심리 는 21세기에도 유효한 일상적 문제인 것이다.
사쿠란
감독 : 니나가와 미카 출 연 : 츠치야 안나, 안도 마사노부, 기무라 요시노

푸치니 초급과정
감독 : 마리아 매겐티 출 연 : 엘리자베스 리저, 저스틴 커크, 그레첸 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