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허풍을 이해합니다

2007.09.13 13:09:09

‘벌이 날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함께 민병훈 감독의 두려움에 관한 3부작 ‘괜찮아, 울지마’가 드디어 국내 개봉한다.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특별언급상과 비평가상 수상,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과 아시아 유럽상을 수상하는 등의 국제적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 여건과 제작사의 투자, 배급, 마케팅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국내 개봉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 개봉 후 좋은 반응에 힘입어 제작 후 6년만에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도박 빚 떠안고 고향에 돌아온 무하마드
모스크바에서 도박으로 빚을 떠안고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로 돌아온 무하마드.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그의 손에 들린 바이올린을 보고 그가 도시에서 성공한 연주자인 줄로 착각 한다. 그러나 허풍을 떨며 돈을 빌리러 다니는 그의 친구들은 반겨주질 않고 가족들의 삶 또한 여전히 고단해 보인다.
무위도식하며 여전히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어느 날 새로운 전령사가 찾아온다. 그의 창가에 매일같이 달걀 하나가 놓아져 있는 것이다. 곧 응급차 운전수의 딸이 자신을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무하마드는 고마운 마음으로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 하고,한편 그의 정체를 의심하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게 되고 실망만 하게 된다.
어느 날 그를 의심하는 마을 사람과 집으로 찾아온 경찰들을 피해 무하마드는 할아버지 작업장으로 피신을 하고야 만다. 그곳에서 태연한 척 호기를 부려가며 집을 팔고 대도시로 이사 가자며 할아버지를 강하게 회유하자 할아버지는 그의 욕망과 거짓을 꾸짖는 대신 자신이 수 년 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비밀을 그에게 털어 놓는다.
할아버지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들은 무하마드는 깨달음과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고향을 등진 채 길을 떠난다.
유머와 해학, 페이소스…
‘벌이 날다’ 이후 중앙 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민병훈 감독의 전작들과 ‘두려움’이라는 테마로 묶여있다.
‘벌이 날다’가 자신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사와의 두려움에 맞선 한 교사의 이야기였다면,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 빚에 쫓긴 한 남자가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거짓이 탄로나자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치는 내용이다. 또한,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신과 여자 문제에 직면한 한 신학대학생의 두려움에 관한 성찰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마음까지도 부정하게 되고 거짓을 진실처럼 믿게 된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도박에 빠져있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빈털터리가 되면서 빚쟁이에 쫓겨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한 마을에 돌아오지만 계속된 거짓말로 인해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자 결국 동네를 떠나게 된다.
주인공 무하마드는 학력위조의 패닉에 빠져있는 한국인에게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캐릭터다. 도박에 빠져 무위도식하는 한심한 인간이지만 허풍과 내숭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밖에 없는 가면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낸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먼, 보잘 것 없는 삶에 대해 페이소스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영화는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인생의 애환을 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무하마드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떠나는 것은 도피일수도 있지만 희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재산을 처분해 대도시로 이사 가자고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조르는 무하마드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화 같은 이야기는 곧 이 영화의 희망 메시지이자 위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괜찮아, 울지마’라는 제목이 더 없이 잘 어울려 보인다.

호랑이와 눈
감독 : 로베르토 베니니 출 연 :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쉬, 장 르노
늘 덜렁대기 일쑤고, 무언가 잘 잊어버리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아틸리오는 매일 밤 꿈 속에서 한 여인과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의 이름은 비토리아, 꿈 속의 그녀는 아틸리오의 사랑을 받아주지만, 현실 속 그녀는 다르다. 시인인 아틸리오가 열렬한 사랑의 시를 바치고, 그녀를 졸졸 따라다녀도 비토리아는 알쏭달쏭한 반응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틸리오는 인터뷰를 위해 바그다드로 떠난 비토리아가 폭발 사고를 당해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황급히 병원으로 찾아간 아틸리오는 비토리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핸드메이드 묘약부터 잠수부 산소호흡기, 고생 끝에 구해 온 영양제까지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하는 아틸리오의 ‘비토리아 깨우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사랑에 눈뜨다
감독 : 아키요코 출 연 : 쿠로타니 도모카 키카와다 마사야
33살의 프리랜서 작가 카오리는 9년연상인 사진작가 M과 연인사이다. 하지만 M은 아내와 자녀가 있는 남자로 안정적인 관계는 아니다. M은 카오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는 자상한 남자이며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읽으며 감미로운 사랑을 나누는 매력적인 연인이다. 그리고 카오리는 M과의 사랑을 멋진 단가(短歌, 일본 전통 시가 형태)로 표현한다. 어느날 카오리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상대는 바이올리니스트 케이. M 이외의 남자에겐 관심도 없던 카오리는 연하의 케이에게 끌리고 M과는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직 어리고 인생경험이 일천한 케이에 ‘가르쳐 주며 즐기는 사랑‘을 시작한다. 이러한 케이와의 열정적인 사랑은 벨리댄스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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