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강 전 원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정장 차림으로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한 강 전 사장은 '인수 과정을 전(이명박) 정부에 다 보고했느냐' '아직도 최경환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인수)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대답을 남긴 채 변호인과 함께 조사실로 향했다.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 유전개발의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부실 계열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함께 인수해 3133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 실적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하베스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자문을 맡은 메릴린치는 날의 자산 가치를 주당 7.3달러였던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고,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에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석유공사는 강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날을 1조3700억원(12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날의 적정 지분 가치를 약 1조원(9억4100만 달러)으로 평가, 3133억원(2억79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강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투자은행에 날을 1000여억원(9700만 달러)에 매각했으나 경영 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실제 회수한 금액은 329여억원(35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석유공사 본사와 강 전 사장의 거주지,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회계자료 등을 분석했으며, 당시 인수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해왔다.
검찰은 이날 강 전 원장을 상대로 날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인수한 배경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60) 경제부총리 등 이명박 정부 핵심 관료들의 개입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날을 인수할 때 지급한 금액 1조3700억원 전액을 강 전 원장의 배임 액수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당시 하베스트에 대한 메릴린치의 투자자문이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하베스트 부실인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도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 전 기획관의 아들은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근무하며 하베스트 인수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