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의식을 지탱하는 중화사상(中華思想)

2002.07.22 00:07:07

중국인의 의식을 지탱하는 중화사상(中華思想)


월드컵 반한감정의 근본적 원인, ‘중국위협론’까지 제기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남은 것은 반한(反韓)·반중(反中)의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중국 언론의 한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은
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2002 한일 월드컵의 개막식이 거행되던 날, 필자는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었다. 한국의 전통 의상과 공연이
시작되자, 이를 중계하던 중국의 사회자들은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과 다를 게 없다면서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

본격적인 조별예선이 진행되면서 공교롭게도 중국, 한국, 일본이 같은 날 예선을 치렀다. 중국 CCTV의 사회자들은 한국이 2:0으로 폴란드에
완승했는데도 불구하고, 한마디 축하인사도 하지 않았다. 반면에 벨기에와 비긴 일본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필자는 그때부터
조금씩 중국의 방송 태도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며칠 후 한국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안타깝게 무승부를 기록하자 다음 날 중국의 신문들은 ‘어디 포르투갈과의 경기 때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라는
내용이 실렸다. 반면에 일본이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어지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과의 경기 때도 한국이
선전하자 CCTV의 두 사회자는 못 마땅한 입장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CCTV는 중국의 중앙 방송으로 중국인들이 월드컵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이 방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필자를 비롯 중국에 거주 하는 한국인들은
CCTV가 의도적으로 중국인의 반한(反韓) 감정을 부추기는 방송을 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깎아 내리기’식 보도행태

이번 월드컵을 방송하는 CCTV가 반한(反韓)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그들의 중화사상에서 비롯됐다. 한국인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중화사상의 정의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으로,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고 믿는 중국의 민족사상이다. 이 말은 <삼국지>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과거 한족은
농경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을 중화(中華), 동쪽의 한국을 동이(東夷), 서쪽의 민족을 서융(西戎) 등이라 불러 주위의 민족들에 대한 우월한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를 선민(選民)이라 믿었다.

중화사상은 오늘날까지도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중국인들은 목숨보다 체면을 중요시한다. 이 체면은 중화사상과
더불어 사회주의 혁명이후 중국을 이끄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이 되었다.

중화사상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은 주변 국가들에 대해 하찮은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굳이 이번 월드컵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 뿐만 아니라
중국 사서에 쓰여 있는 한국에 대한 역사기록은 중화사상의 영향으로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기록했다. 가까운 예로 지난 번 한국 영사관에서 일어난
탈북자들과 관련 중국 공안의 한국 대사관 무단침입 및 외교관에게 폭행을 가한 사건 역시 중화사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취재차 한국을 다녀온 CCTV의 여자 아나운서는 월드컵 기간 동안 선보인 한국의 무료통역 전화 서비스 등에 관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충분한 근거도 없는 ‘한국 깎아 내리기’ 보도는 주중한국인들에게 상처가 됐다. 2008년 올림픽을 치를 중국이
국제 대회를 여러 번 개최한 한국을 배우려는 자세보다 공개적으로 깎아 내리는 지금의 태도는 중화사상에서 나온 결과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필자는 한국과 터키 경기 때, 북경 청년보(北京 靑年報)라는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신문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그곳에서 중계방송을 보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 했다.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월드컵 기간동안 중국이 한국에게 보인 태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고, 그 원인을 따지기 시작했다. 기자는 중국팀이
그 동안 한번도 한국팀과의 경기에서 이겨본 적은 없지만, 여전히 수준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중국은 1승도 못올린 반면
한국은 4강까지 가서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단지 질투 때문에 이웃 나라에 대해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중화사상에 대한 고찰 필요

최근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의 중화적인 입장이 협상 과정에 보여졌는데 인권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인권은 그렇게 크게 확장 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인구를 다스리는데 있어 소수를 위한 정책은 소용없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대약진 운동에서 비공식적으로 4천 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한국의 인구와 비슷할 정도로 많은 인구이나 중국의 13억 인구에 비교하면
결코 많은 인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1명의 인권 침해자도 국가적인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몇 천 만명의
인권 침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중화적이라는 생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명확하지 않은 생각들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을 뿐이다.
미국의 한 교수는 중국의 위협을 5가지로 분석해 ‘중국 위협론’까지 제기했다. 그 중 하나가 중화사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화사상의 심성이
깃들어진 중국 문화를 다각도로 분석해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도 이번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중화사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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