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해 새로운 남자를 찾고
내몽골의 광활한 황무지 한복판. 두 아이와 우물을 파다 불구가 되어버린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투야는 수십 마리의 양떼를 몰고, 먼 길을 오가며 물을 길어 나르는 고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고된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녀는 사고가 난 이웃주민을 도와주다 자신도 허리를 다치게 되며 힘든 생활고에 한계를 느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남편과 가족들은 이혼을 하고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남편을 찾도록 권하게 된다.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 투야는 두 아이와 남편을 함께 부양할 수 있는 새로운 남편감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녀에게 청혼을 해오는 이들은 많아도 남편까지 책임져줄 상대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의 새로운 남편 찾기가 계속되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학창시절 친구가 찾아온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충분히 느껴지는 고요하고 광활한 내몽골을 배경으로 투야의 고된 삶을 그려낸 ‘투야의 결혼’은 아내이기에, 어머니이기에 강인해질 수 밖에 없는 투야에 감정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하루하루의 흐름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그녀의 생활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 담담함 속에 묻어난 세세함을 통해 투야를 이해하고 투야와 함께 느끼며 그녀의 마지막 울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목민들의 시리고도 아름다운 일상

이 영화는 투야의 이야기 이면에 이제는 중국의 땅이 된 내몽골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묻어있는 현대화 바람과 그 속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그네들의 척박하지만 때 묻지 않은 삶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왕 취엔안 감독은 정적이고 담담한 흐름 속에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동화되어 끝까지 투야를 지켜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깔끔하고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단순한 휴먼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내몽골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경제적 발전을 통해 우리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잃어가고 있는 시간을 이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급변해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에 따라가기보다는 전통의 삶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투야가 원했던 전부다. 척박한 땅이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삶이라도 그저 그곳에서 지금껏 살아왔듯이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그녀에게는 삶을 살아간다는 생존만이 중요한 명제가 될 뿐,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있는 그 어떠한 삶의 변화도 필요치 않았다.
‘투야의 결혼’은 그들의 현실감 넘치는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으며 이제는 사라져가는 내몽골의 유목민들의 시리고도 아름다운 일상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담담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가족의 아이러니, 생존과 책임의 문제 등에 대해 깊고 감동적인 성찰과 울림을 제공한다
식객
감독 : 전윤수 출 연 :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

세브란스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 대니 다이어, 로라 해리스, 팀 맥이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