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인문학]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시대

2018.02.06 09:46:31

물질중심주의가 극에 이르면 반드시 되돌아온다
조상의 유골도 동기감응(同氣感應) 원리로 현재의 나에게 영향 끼친다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과학만능주의와 실증주의의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오늘날은 물질과 과학만능주의가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실증주의와 과학이 주도하는 시대에서는 모든 이론이나 사실들은 이른바 과학적인 방법들만이 우선적인 고려의 대상이 된다. 바야흐로 과학이라는 이름의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가 한국에서는 지배적인 사조이자 유령이 됐다. 과학만능주의와 실증주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의 유령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통계와 인과관계를 통한 논리적 증명이 아니고서는 주류의 논리로 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위한 주요한 방법론적 논리로 활용되는 연역-귀납법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개별적 사실들에서부터 일반적 법칙을 추구하는데, 이러한 일반화에 의해서 얻어지는 일반법칙이 형성되는 과정을 경험적 일반화(Empirical Generalization)라 한다. 이렇듯 어떤 사건이나 장면들에 대한 개별적 관찰들이 경험적 일반화를 통해 정리된 것을 논리적 완결성을 지닌 과학적인 방법이며 사회현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사회과학 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근거이다.



○ 풍수·귀신·예언 - 과학만능주의·실증주의에 일침 가하는 훌륭한 반례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회학을 소개한 사람은 이인직으로 알려져 있다. 1927년에는 경성제국대학의 아키바 다카시(秋葉降)가 처음으로 강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사회학자로서 적극적인 활동과 결과를 남긴 이는 ‘조선사회사정조사’사업을 담당했던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1891-1968)이었다.


무라야마는 1919년 조선총독부의 촉탁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22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료 수집을 했는데, 한국 전통사상의 원류에 해당하는 풍수, 점복, 예언등과 관련한 당대의 풍속과 민속등과 관련한 자료들을 많이 남겼다. 그러나 행정조직을 동원해 조사하고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활용할 목적의 연구였으므로 조선의 전통사상과 민간신앙을 폄훼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자료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전통사상에서 풍수, 점복, 예언과 같은 것들이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연인원 2만 여명의 조사자들과 수만 건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풍수관련 사건들과 이야기들의 일반화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삶과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풍수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겼어야 했던 위기와 체험들에 대한 수 만여 건에 이르는 보고서는 풍수와 관련한 경험과 체험의 일반화된 진술이 되고 있음은 무라야마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조선총독부를 日자로 지었고, 고종과 순종의 무덤을 왕실풍수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여 대가 끊기도록 했다. 조선의 혈맥을 끊기 위해 한반도 곳곳에 쇠말뚝과 쇳물을 붓고, 수많은 명문가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철로와 길을 냈다. 문제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교육을 받은 후예들은 그들과 똑같은 논리를 되새김하며 ‘미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풍수나 점복과 관련한 민간신앙과 사회적 의식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오히려 이를 철저히 활용하며 한국의 고유한 전통사상을 미신(迷信)으로 치부하며 그들의 지배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풍수와 같은 술수의 학문들은 가진 자들의 지배논리로 활용되어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한국사상의 근본에서 복류하고 있는 원천적인 사고에 해당하는 전통사상의 원리와 기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만 오늘날 한국인의 정체성과 사회성에 대한 이해,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이해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북두칠성의 자루가 가리키는 방향이 열두 띠의 시간에 해당

  天地者萬物之逆旅(천지자만물지역려)  光陰者百代之過客(광음자백대지과객)
  而浮生若夢爲歡幾何(이부생약몽위환기하)  古人秉燭夜遊良有以也(고인병촉야유양유이야)

  천지라고 하는 것은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세월(광음)이라는 것은 백대를 스쳐지나가는 나그네일 뿐
  뜬구름 같은 인생은 마치 꿈과 같은데 그 기쁨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옛사람들이 등불을 밝히고 밤새도록 노닌 것은 참으로 그 까닭이 있었음이라.


한문을 접할 기회가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뜨악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장년 세대에게는 익숙한 이름난 시이다. 시선(詩仙)이라고 불렸던 당나라 때의 이백(李白, 701-762)의 시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시에 있어서는 신선이라고 평가받을 정도의 문학적 재주야 그렇다하더라도 하늘과 땅을 쉬어가는 집으로, 부단한 세월(百代=3천년)속에 지나가는 과정에서 바라보는 나그네의 삶을 술 한 잔에 담아내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하는 옛 어른들의 풍취가 얼마나 소중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원리로 설명되는 신(新) 과학
한국인의 삶에 있어서 시간의 관념 또한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풍수를 비롯한 음양-삼재론적인 전통에서는 30년을 한 세대로, 4대 120년에 이르는 기간까지 포괄돼 설명된다. 과거 삼대이전의 조상의 유골조차도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원리로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유구조에는 절대적인 시간개념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1884년 국제자오선회의에서 합의된 그리니치 표준시간이 절대적인 시간기준으로 등장했다. 절대시간이 과학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리 잡은 영역에서는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이 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과 갈등의 시작을 알릴뿐이었음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자연의 시간과 의미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때이다. 우리에게는 표준시라는 절대적인 시계의 시간과 더불어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에 따른 12지지와 24절기의 시간이 생활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북두칠성의 자루 모양이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하게 24절기와도 부합한다. 나그네의 별, 북두칠성의 변화와 시간의 적용은 오늘날 천문학적인 발견과도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다. 칠성신앙으로까지 나아간 전통적 시간관념에서 풍수에 대한 관념이 신앙이나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승안 교수 sov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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