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5개월만에 또 다시 등장한 ‘엄석대’ 논란

2023.09.01 09:39:28

지난 3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인 독재자 엄석대로 빗댄데 이어 5개월만에 또 다시 국민의힘 의원들과 내각 일부장관들이 대통령을 엄석대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한국경제인협회 상임고문은 지난달 28일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특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부부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尹心)’만 따라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니까 ‘대통령이 엄석대다,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며 “대통령의 철학이나 국정운영 기조를 제대로 알고 이심전심으로 당과 용산이 혼연일체가 되고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강연의 요지는 윤 대통령은 엄석대를 쫓아내며 학급에 자유를 되찾게 한 김 선생님에 가까운데 일부 여당과 정부부처 장관들이 ‘윤심’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맹목적으로 따르다보니 대통령이 엄석대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김 상임고문의 지적은 요즘 일어나고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문제나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잼버리대회 전후 여성가족부장관의 부적절한 처신, 오염수방류 논란에 대한 여당과 정부의 일차원적인 대응방식 등을 보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전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육사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윤 대통령이 공산주의 및 전체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한 8.15 경축사 이후부터다.

 

지난 8월 19일 연합뉴스기사에서 독립군이 몰살된 ‘자유시 참변’(소비에트 러시아 위성국가인 극동공화국 군대와 함께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독립군을 학살한 사건)에 홍 장군이 가담했다는 일부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주장논란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8월 25일 전 언론매체에서 홍범도 등 육사교내에 설치된 5인의 독립운동가 흉상(지청천 장군 김좌진 장군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을 철거해 이전하겠다는 육사발 기사가 터져나왔다.

 

이러한 보도에 비난이 빗발치자 국방부 이종섭 장관이 나서 홍 장군의 경우 ‘공산주의 경력’이 있어 철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고, 급기야 8월 31일 육사는 홍범도 흉상을 육사밖으로 철거 이전하고 나머지 4명의 흉상은 교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장군 흉상 철거문제는 야당뿐만아니라 보수우익단체에서도 반대가 극심할 정도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홍 장군과는 결이 다른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문제는 분명 논란의 여지도 있고 여당과 보훈부의 주장대로 사업계획 전면 철회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광주출신 음악가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여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하고 6.25전쟁때 북한 및 중공에 가담한 인물인 정율성을 기리기 위해 역사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광주시와 야당은 정율성을 기리는 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때부터 시작되어 굉주시내에 정율성로(路)와 정율성 기념관도 있고 기념음악회가 19년째 열리고 있는데 이제와서 왜 시비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2012년 모 언론사의 추적기사를 필두로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되어왔고 특히 역사공원 건립문제는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분명 짚고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문제 제기 시점 역시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이고 박민식 보훈부장관이 장관직을 걸겠다고 공언하면서까지 반대에 나서고 여당에서 불길처럼 들고 일어나니 색바랜 이념논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대회 초기 부실한 운영으로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었던 잼버리대회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갈지(之)자 행보도 야당과 국민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깨끗이 거취표명까지 했더라면 정부가 얻어먹는 욕의 절반은 커버되었을 것 같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핵심문제인 삼중수소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내용에 대해 정부 여당이 좀 더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했다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괴담 수준에 가까운 가짜뉴스 생산은 덜했을 것이다.


‘윤심’에 대한 과잉충성이나 확대해석으로 대통령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로 만들지 말고 엄석대를 몰아내고 교실에 평화를 찾게 한 김선생님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현재와 같은 엄석대 논란은 분명 내년 총선에 부정적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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