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수면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비만, 대사기능 저하, 당뇨, 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며 치매 유발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는 등 질 낮은 수면은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사 등 일상에서의 꾸준한 건강 습관은 수면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면증이 있다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식품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카페인 음료 조심해야
카페인은 대표적인 수면장애 유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은 커피, 콜라, 홍차, 녹차, 초콜릿 등에 높게 함유돼 있는데 특히, 젊은층에서 많이 소비되는 카페인 에너지 음료는 수면 리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정신건강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계명대 간호학과 박정숙 교수팀이 남녀 대학생 270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高)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신 대학생 2명 중 1명은 가슴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대학생의 86.7%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섭취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51.1%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신 뒤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가장 잦은 부작용은 가슴두근거림이었고, 불면증·어지럼증·호흡곤란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이유로 공부할 때 잠에서 깨기 위해라는 응답이 42.7%로 가장 높았지만 학습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는 대답은 49.1%로 절반에 그쳤다.
고카페인 음료는 카페인이 1㎖당 0.15㎎ 이상 함유된 제품을 뜻한다. 신경계를 자극하는 각성 물질인 카페인·과라나·타우린 등이 함유돼 있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음료 두 캔을 마시면 식약처가 설정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인 400㎎을 초과하게 되며,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추가로 즐길 경우 카페인 과잉 섭취가 되기 쉽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의 경우 카페인 섭취를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엄마가 섭취한 카페인의 약 1%가 모유로 분비된다. 영아는 카페인을 대사시키려면 만 3~4개월이 돼야 하는데 그 동안에는 카페인이 영아의 체내에 쌓이게 된다.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기준인 400㎎ 보다 많이 섭취하면 아기 몸에 카페인이 과다 축적돼 영아의 수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 혹은 태아 시기부터 발생한 수면장애 문제는 성인이 된 후에도 정신건강에 깊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러 연구 결과 밝혀졌다.
술은 잠의 질을 나쁘게 만든다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시고 잠에 빠지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술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트린다. 수면은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인 비렘수면과 얕은 수면 단계인 렘수면의 과정을 거친다.
잠이 든 직후 비렘수면 단계를 지나 완전한 숙면을 취하는 서파수면에 이른 뒤, 렘수면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렘수면 단계는 뇌와 근육이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단계다. 알코올이 수면에 효과가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이유는 알코올을 섭취하면 수면 시간 초기에 비렘수면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빠르게 숙면에 이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렘수면 시간이 줄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 렘수면 시간의 감소는 건망증 불안 집중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알코올이 인후와 목의 근육을 이완시켜 수면장애의 원인이 되는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술은 소량이라도 수면에 방해되지만 과다한 음주로 인해 숙취를 겪게 되면 더욱 잠을 이루기 힘들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 간에서 분해 과정을 거치는데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는 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전형적인 숙취 증상인 구토 두통 수면장애 등을 유발한다.
흡연 또한 수면장애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각종 연구결과 흡연자의 수면장애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저녁 시간의 흡연은 수면장애 위험을 심각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또한
음주와 마찬가지로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을 높이는 점 또한 문제다.
초가공식품·고지방 식이, 수면장애 악화
감자칩과 시리얼 등 각종 초가공 식품은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 2형 당뇨, 암,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온 초가공 식품들은 이 같은 신체 건강 외에도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의 과다한 섭취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수면장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 식품들이 두뇌의 보상 시스템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쳐 니코틴, 알콜 등과 같은 중독성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성인병, 대사질환 등 신체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고지방 섭취 또한 불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의생명공학과 김태·오창명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고지방식을 먹은 마우스 모델에서 얕은 수면(렘수면) 이상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유사 행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마우스 실험을 통해 한 달 이상 고지방 섭취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 이상을 초래해 수면장애와 ADHD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를 적용한 실험군 마우스에서 렘 수면 감소, 기억력 감소, 불안, 쾌감 결여 및 과잉 행동적 특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점에 착안해 분자 수준의 분석을 이어갔다.
고지방 식이 마우스 모델은 불안, 과잉행동, 쾌감 결여, 기억력 장애를 보였다. 고지방 식이는 수면-각성 조절에서 각성시간을 감소시키고, 분절화된 렘 수면을 증가시켰다.
김태 교수는 “고지방 섭취는 성인도 위험하지만 특히 소아 청소년기의 발달 과정에서 주의력 결핍장애 및 수면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