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새만금지구 간척사업’. 변화 속에서 추억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곳의 살아있는 갯벌을 담은, 그야말로 기록하고 남기는 작업에 대한 절박함으로 시작한 다큐멘터리 ‘살기 위하여’는 계화도 주민들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따뜻한 영상언어가 훈훈하다.
극영화의 어떤 캐릭터보다 매력적인 ‘이모들’
서해안의 지도가 바뀐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만금 간척사업. 하지만 평생을 갯벌에 의지해 살아온 계화도 주민들은 저 넓은 바다를 막아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죽어가는 바다를 가운데 두고 각자의 욕망만을 이야기하는 정부와 개발업자, 명망 있는 지식인과 여러 환경 활동가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평생을 바다에서 나고 자란 새만금의 ‘이모들’이 있다.
‘살기 위하여’에는 갯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순덕 이모를 비롯한 계화도의 이모들이다.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이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때도, 고기잡이 보다 면세유에 눈이 벌건 선외기 선주들과 어촌계장이니 이장이니 하는 감투 쓴 사람들이 처음의 맹세를 저버리고 정부와의 협상에만 목을 맬 때도, 변함없이 한 목소리로 바다와 갯벌을 살려야 한다고 당당히 소리친 여성어민들. 그동안 바다, 어부라고 하면 거친 파도와 험한 바람에 맞서 그물질을 하는 투박한 남성을 먼저 떠올렸지만 ‘살기 위하여’는 계화도의 이모들을 통해 또 다른 어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툼한 장화에 구럭을 맨 그녀들은 달력이나 시계를 보지 않아도 최첨단 장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어느 때 어느 곳에 가면 물고기와 조개들이 있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 갯벌 전문가들이며, 무엇보다 그런 자신들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타고난 천상 바다 사람이다. 어떤 극영화 캐릭터 못지않게 매력적인 이모들의 활력과 진정성이 영화를 사로잡는다.
새만금의 옛 모습 고스란히 담다
2009년 현재 새만금은 예전 이곳이 바다였다고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마른 땅은 물기를 가득 머금어 잘박하던 갯벌의 흔적을 저 깊고 깊은 땅 속으로만 묻어두고 있는 것이다.
드넓은 갯벌에서 뻘짓하며 장난치던 어린 시절의 기억, 계절 따라 돌아오던 실뱀장어와 도요새들도 이제는 머나먼 추억 속의 이야기.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어촌 공동체들이 공유하는 문화 언어 생활양식이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조개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지역 어민들은 당장 먹고 살 일이 깜깜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거적데기 프로젝트’, ‘보리심기 프로젝트’등에 동원돼 소중한 갯벌에 제 손으로 거적을 덮으며 일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첫 물막이 공사가 시작될 때부터 새만금 어민들과 부대끼며 그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해온 이강길 감독의 카메라는 이렇게 변해가는 새만금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생명력 넘치던 갯벌과 그 곳에서 그레질을 하는 여성 어민들의 모습들… 그들에 대한 충실한 기록인 ‘살기 위하여’는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라는 점에서 원초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상실한 과거의 애틋함을 자극하는, 이 시대 도시인들의 모든 향수를 건드리는 영상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 다큐는 이 자체로 환경 문제를 역설하고 있기도 하다.
어부와 감독 사이를 오간 10년의 진득한 기록
이강길 감독은 공격적 어투가 아닌, 따뜻한 서민들의 삶을 통해 그것들을 파괴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푸른영상’의 다큐들이 그렇듯, 오랜 시간 대상과 소통하고 하나가 되어 기록한 영상의 진실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감독은 2000년부터 계화도 주민과 함께하며 낱낱이 일상과 풍경을 기록했다. 이 같은 작업은 10년을 이어지면서 ‘어부로 살고 싶다’ 연작 다큐멘터리로 태어났다. 2001년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시작해 2006년 ‘살기 위하여’로 이어진 작품들은 새만금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완성시킨 계화도 주민들의 일기장과 다름없다.
쓸모 없는 땅이라 여기며 아무도 갯벌에 관심조차 없을 때부터 그곳에서 묵묵히 살아온 어민들의 공동체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한 개발 때문에 파괴돼야 하는가를 묻는 감독은 대한민국의 무분별한 개발지상주의에 거침없는 일침을 가한다. 환경운동가도, 명망 있는 지식인들도 미처 보듬지 못했던 새만금 원주민들의 삶은 그의 카메라를 통해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것이다.
13구역, 얼티메이텀
감독 : 파트릭 알레산드렝 / 배우 : 시릴 라파엘리, 데이비드 벨
정부의 철저한 격리로 범죄자들과 타락한 경찰의 공간이 돼버린 13구역.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법도, 정의도 없는 그 곳을 지배하는 5개의 조직은 각자 자신의 구역을 삶의 터전으로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13구역에서 경찰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분노한 국민들은 13구역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여론으로 들끓고 13구역은 폭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유일하게 정의로운 경찰 데미안과 13구역에서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레이토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정부의 은밀한 계획임을 눈치 채고, 곧바로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알 수 없는 정부 세력에 의해 쫓기게 된다. 정부도, 경찰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그들은 13구역의 5개 조직과 의기투합, 정부의 음모에 맞선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감독 : 우디 알렌 / 배우 : 스칼렛 요한슨, 레베카 홀,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로맨스라면 고통도 달콤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 앞에 용감한 크리스티나와 로맨틱한 낭만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지적인 현실주의자 비키. 가장 친한 친구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완전히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떠난다. 달콤한 지중해의 바르셀로나에서 휴가를 즐기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매력적인 화가 후안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고 그의 노골적인 유혹에 강하게 거부하는 비키와 달리 크리스티나는 후안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얘기치 않은 순간에 비키 마저 후안에게 빠져들지만 예정된 결혼을 위해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남게 된 크리스티나와 후안이 둘 만의 사랑을 나누던 어느 날 후안의 전처 마리아가 둘 사이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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