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수출 감소세가 두 달 연속 이어지면서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경기 둔화로 내년 연간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332억 달러로 1년 동기보다 1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44억1천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전통 효자 품목인 반도체(-29.4%)와 최대 시장인 대중국(-28.3%) 수출은 나란히 30% 가까이 급감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이달까지 월 수출은 두 달 연속, 무역적자는 8개월째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달 수출은 미국발(發) 금리 인상 확산 등으로 세계 교역이 급격히 둔화된 영향 등으로 5.7% 감소하며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증가율이 꺾인 바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적자 기조로 돌아선 이후, 하반기 들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누적으로는 399억6천800만 달러 적자다.
문제는 내년 수출도 전 세계 경기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불확실성에 직격탄을 맞아 주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간판 품목, 최대 시장으로의 수출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2023년 경제·산업 전망' 자료를 통해 2023년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파르게 치솟았던 원·부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고,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 것으로 보여서다.
조선, 자동차 등 13대 주력산업의 수출액은 4%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 수출은 무려 9.9%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했다.
만약 내년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 이는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 2017년~2018년 호황기를 거쳤는데, 2019년 수출액은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25.9% 줄어든 바 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25개월간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장기간의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급격히 성장한 반도체 수요산업이 위축되기 시작하며 반도체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전환하며 감소 폭이 커지고 있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기저효과도 작용해 수출 감소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당분간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 수요가 감소하고 단가 하락도 이어져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재고 관리 등 손실 최소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산업연구원은 세계 경기 둔화 여파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수출국에서 수입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미 올 들어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크게 둔화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22.9% 증가했지만, 올해 1월~10월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조치 등으로 2.7%까지 떨어졌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감소와 중국의 봉쇄 조치 완화 가능성 등은 내년 수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년 무역수지는 수입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감소해 적자 규모가 올해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3일 '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한다. 향후 이 회의는 민관이 함께 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별·국가별 맞춤형 수출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