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렇게 탄생한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매진사례를 이어가며 이미 관객의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국적자 동포들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60여 년이 지난 현재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았지만 일본땅 조선인들의 기상은 여전하다. 조선학교는 ‘우리학교’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 그대로 후손들에게 우리말, 우리글, 우리 민족성을 가르치기 위한 민족 교육체로서의 자긍심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이 해방되고 일본이 패망했을 때, 그 때까지 일본 국적이었던 재일동포들에게는 ‘식민지 이전 시대의 조선’ 국적이 부여됐다. 이후 한국국적을 취득한 재일동포들도 많이 있지만 현재까지도 ‘조선’ 국적을 버리지 않고 있는 동포들 역시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사라진 조선, 혹은 기호로서의 조선의 국민으로, 즉 현실적으로는 ‘무국적자’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학교는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정식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되고 있다. 각종학교는 학교교육에 비견되는 교육을 행하는 학교로 공식적으로 학교 졸업자격을 얻지 못한다. 그리고 대입수험자격 또한 얻지 못한다. 따라서 일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수험자격을 얻기 위한, 일종의 ‘대입검정’ 시험을 따로 치러야 한다.
이데올로기 공세로 일관했던 남한 정부
다큐 ‘우리학교’는 ‘조선학교’라고 하면 흔히 조총련계의 북쪽을 떠올리는 남쪽의 사람들의 생각과 그리고 북쪽과 비슷한 억양의 말투를 사용하고 북쪽을 마음의 조국이라 생각하는 조선학교 아이들이 더 많은 현실의 원인이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에 기인하는 것임을 넌지시 일깨운다.

하지만 실제로 ‘조선학교’에서 남과 북은 의미 없다. 오히려 서울의 10대들보다 더 밝고 건강한 청소년들이 이데올로기와 국적의 장벽을 넘어 공동체적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뿐이다.
공동체적 사랑의 감동
이 같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문제, 민족과 공동체의 의미 등의 묵직한 이슈들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 어우러진 ‘우리학교’는 제작비 7000만원, 최소 스탭만으로 완성한 독립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됐다. 장편 다큐멘터리 ‘하나를 위하여’로 알려진 김명준 감독의 ‘촬영감독’이라는 필모그래피는 다큐멘터리 특유의 어둡고 불안정한 영상의 한계를 극복, ‘우리학교’에 안정적인 화면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현대사회에서 ‘혹가이도 조선학교’ 아이들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즐거움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언니, 오빠, 부모가 되어 함께 놀아주고 품에 안아 재워주는 등 한결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는 조선학교의 선생님들의 모습은 특히 감동적이다. 조선학교의 선생님들은 ‘우리학교’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졸업생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맞이해야 할 험난한 세상을 알기에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조선학교 선생님들의 ‘어려움이 있을 땐 사양 없이 우리학교를 찾아오라’고 하는 졸업식에서의 마지막 한마디는 눈물겹다. 인간적 교감에 대한 따뜻하고 애틋한 보편적 정서. 이것이 영화 ‘우리학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말라노체
감독 : 구스 반 산트 출 연 : 팀 스트리터, 더그 구예트, 레이 몬지

블루프린트
감독 : 롤프 슈벨 출 연 : 프란카 포텐테, 울리히 톰센, 힐머 스네어 구나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