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반도체 3차대전 와중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2024.05.03 12:51:57

총성 없는 전쟁. 반도체 3차 대전이 한창인 요즘 반도체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대한민국에서 실로 아연실색할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설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 일대가 공공택지 후보지(오산 세교 3 지구)에 포함되면서 이 회사 연구개발센터 건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30일 AMAT사의 R&D센터의 오산시 유치 혼선 논란과 관련해 “오산시에서 AMAT 측에 대체부지를 제안했고, AMAT 역시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히면서 “연구개발센터 건립 무산 위기 등 언론 보도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언론사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유치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AMAT사의 R&D센터 건립부지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공공택지 후보지에 포함되어 R&D센터 건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해당 부처인 산자부와 국토부가 아무런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공은 경기도와 오산시로 넘어가 버렸고, 센터 건립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렸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자 최근 주요국 매체 머리기사를 뒤덮는 단어가 ‘반도체’다. 1980년대 미·일 반도체 1차 전쟁,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한·일과 독일, 대만 등이 ‘치킨 게임’을 벌인 반도체 2차 전쟁에 이어 반도체 3차 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은 이미 2년 전 AI산업이 본격 발전하면서 기존의 CPU(중앙처리장치)와 D램메모리(시장을 양분하던 인텔과 삼성전자가 GPU(그래픽처리카드) HBM(D램을 여러 겹 쌓아 올린 고용량 메모리)로 무장한 미국의 엔비디아에 밀리면서부터 시작되었고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대만의 TSMC에게 마저도 밀리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인텔은 대만 TSMC가 장악한 첨단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지난달 21일 전격 선언했다. 


또 일본의 구마모토 양배추 밭에는 대만 TSMC가 86억 달러를 투자해 신설한 반도체 신(新) 공장이 들어섰고, 일본은 이를 계기로 반도체 왕좌 재탈환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AMAT사의 R&D센터 건립 무산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 대해 삼성전자 유치에 앞장섰던 테일러시 유력인사들이 “우리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도 처우 좋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많아졌다”라며 “농업 기반 공동체였던 테일러시는 이제 미국 최고의 기술 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촌극이 얼마나 어리석고 우매한 일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MAT는 네덜란드의 ASML에 이어 세계 2위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수천억 원을 투자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 장비 R&D센터를 지을 계획으로 작년 8월 토지 소유주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약 3개월 후 정부가 발표한 약 8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대책 후보지에 이 땅이 들어가게 됐다. 공공 택지에 포함되면 개발 행위가 금지돼 R&D센터 건립이 불가능한데도 국토부가 택지공급 후보지로 선정해 버린 것이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지급하며 기업을 유치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부처 간 엇박자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이 방미하여 기껏 유치한 프로젝트를 주무부처와 대책 협의도 없이 공공택지 후보지로 선정하고 대체부지를 물색하거나 택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행정 조치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달 말부터 언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겨우 한다는 소리가 대체부지를 협의하고 있고 뭘 모르는 언론이 과장보도를 하고 있다고 언론 탓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오산시는 내삼미동 서울대병원 부지를 대체부지로 제시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땅값이 비싸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와중에 오산 세교 3 공공주택지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봉구)와 주민 등 100여 명은 지난달 29일 오전 시청 후문에서 집회를 열고 ‘공공주택사업 폐지, 지구지정 철회’ 등을 요구하고 나서 도대체 “정부와 지자체가 하는 일이 뭐 이래”라는 지적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다. 


대통령은 반도체 강국을 만들기 위해 해외순방까지 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직자들이 반도체 3차 대전 중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싶다.  ​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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