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돈 칼럼】 윤형돈의 경영과 인간관계 ⑫-병도 주고 약도 주는 친적(親敵)보다 적(敵)이 낫다

2025.09.02 11:47:01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양면적 관계(親敵)가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

 

영화 대부Ⅰ에서 마이클 콜레오네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친구를 가까이 둬라,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

그렇다면 깔끔하게 한쪽으로 분류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인간관계를 부정에서 긍정까지 연속선상에서 판단한다. 가장 절친한 친구는 우리를 지지해 준다. 우리의 가장 커다란 적은 적극적으로 우리를 방해한다. 그런데 한 연구에서 이 연속선상에 두 개의 독립적인 축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나는 얼마나 긍정적인 관계인가를 보여주는 축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부정적인 관계인가를 보여주는 축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관계도 함께 존재하는 축도 보여주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런 관계를 양면적 관계라고 부른다.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인데 때로는 지지하지만 때로는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다.

 

애증이 엇갈리는 양면적 관계를 가장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미네소타대학교의 경영학 교수 미셀 더피(Michelle Duffy)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이 얼마나 자주 그들에게 병도 주고 약도 주는지, 그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결근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알아보았다. 당연히 부정적인 관계는 정신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주었다. 가장 가까운 동료가 자신을 깎아내린다고 느끼면, 일에 대한 헌신도가 떨어지고 규정에 없는 휴식을 더 자주 취했으며 결근도 더 자주 했다.

 

그러면 자신을 깎아내린 동료가 자신을 지지해 줄 때는 어떨까? 그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똑같은 사람에게 병도 얻고 약도 얻으면 당하는 사람은 직업에 대한 충성도가 더 떨어지고 결근 빈도도 더 높아졌다.

 

부정적인 관계는 사람을 불쾌하기 만들기는 하지만 예측가능하다. 한 동료가 당신을 시종일관 깎아내리면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면 된다. 하지만 양면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고, 그 사람을 정말 믿어도 될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파악하느라 애써야 한다. 더피의 연구팀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일관성 없이 이랬다 저랬다고 하는 사람을 상대하려면 감정적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고, 상황을 타개할 방책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 성인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열 명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하고 불안감을 유발하는 두 가지 작업을 수행하게 했다. 준비할 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연설을 하라고 시켰고 짧은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양면적 관계가 많을수록 두 작업을 할 때 심장이 빨라졌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관계는 청산하고 애증의 관계는 복구하려 한다. 그러나 이 반대로 해야 한다는 증거가 있다. 즉 친적과는 인연을 끊고, 적은 내 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상에 반기를 들 때 독창적인 사람들은 반대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럴 시간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자는 논리다.

 

가장 중요한 동맹은 경쟁자에서 점점 열렬한 지지자로 바뀐 관계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동맹은 지속적으로 우리를 지지해 온 사람들이 아니다.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마음을 바꿔 우리 편을 들게 된 사람들이다. 반세기 전 저명한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 Elliot Aronson)은 일련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이 어느 정도 존중을 받는지 그 수준 자체보다는 이미 받고 있는 존중을 얼마나 더 잃고 있는지에 훨씬 민감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군가가 우리를 늘 지지해주면 우리는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경쟁자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점점 열렬한 지지자가 된 사람의 경우 진정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점점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고 애런슨은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처음부터 쭉 긍정적인 감정을 지녀온 경우보다는 점점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한 경우에 더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경쟁자들에 대해 우리가 유독 강한 호감을 느낀다면 상대방도 우리에 대해 똑같이 느낄까? 그렇다. 바로 이 점이 반대자를 내 편으로 만듦으로써 얻게 되는 두 번째 장점이다. 그들은 우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극복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면서 그들이 앞으로 우리에 대한 감정을 또다시 바꾸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겪지 않기 위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부여된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더 잘 설득하는 지지 세력을 만드는 효과이다. 애런슨의 연구를 보면 처음에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면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고위 경영자들은 처음에는 자신들과 논쟁을 벌였지만, 이후에는 자신을 지지하게 된 이사회 이사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이는 그들의 의견이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뜻한 인맥관리연구소장 /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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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돈
따뜻한 인맥관리연구소장 /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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