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재석 경사 순직 은폐를 폭로하는 팀원들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가 숨진 고(故) 이재석(34)경사 해양경찰관과 함께 당직을 섰던 동료들이 해경 내부에서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시도가 있었다며 이를 폭로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15일 오전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진실을 말하지 말라'며 고인을 영웅으로 포장하기 위해 사실 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관은 "지금까지 언론과 유가족에게 침묵했던 건 파출소장의 '함구 지시' 때문"이라면서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흠집이 나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고인을 위한 일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달된 자료가 사실과 달라 의혹이 커졌다"며 "결국 유족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은 특히 해경의 '2인 1조 출동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관은 "해경은 편의점에 갈 때도 혼자 가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 경사는 홀로 순찰차를 몰고 나갔다. 비상벨만 눌렀어도 모두가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새벽 3시 복귀 후에도 이 경사가 어디로 간지 몰랐다. 3시9분경 민간 드론업체로부터 '경찰관이 위험해 보인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며 "팀장은 상황실에 보고됐다고 했지만 실제 보고는 30분 뒤였다“고했다.
이들은 장례식장에서도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관은 "파출소장이 '유가족이 불편하니 오지 말라'고 했고 또 다른 동료에게는 '재석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장은 "사실만으로도 고인은 영웅이다. 은폐 지시는 고인이 아니라 지휘부 자신들의 책임을 감추려는 것"이라며 "모든 걸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팀장으로 근무한 경찰관은 "현장 상황은 팀장 지시와 달랐고 급박했다"며 "끝내 동료를 구하지 못해 유족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해양경찰청은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 무전 녹취록, 드론 영상 등 제공 가능한 자료는 모두 전달했다"며 "상황실 보고 없이 출동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은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진실을 은폐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광진 인천해경서장은 이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다"며 "진상조사단 등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2시 7분경 대조기를 맞아 드론 순찰을 하던 업체가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는 영상을 확인한 뒤 파출소로 연락하자 혼자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경사는 당일 오전 3시경 발을 다친 A씨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자 부력조끼를 벗어서 건네고 순찰 장갑을 신겨준 뒤 육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종됐다가 6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