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신의 형벌인지 장난인지 모를 심판대 위,
한 인간을 다룬 논쟁적 작품. 올해 개최된 ‘제78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했다.
어둠 속 빛을 나누는 몸짓
‘시라트(Sir?t)’는 아랍어로 ‘길’ 혹은 ‘방식’을 뜻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지옥과 천국을 잇는 다리의 이름을 의미하며, 이 다리는 머리카락 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워 오직 의로운 자만이 건널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바로 이 길, 죽음을 경험하도록 이끄는 내면의 길로 들어선다.
영화를 연출한 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시라트>에 대해 “죽음에 관한 영화이자, 무엇보다 삶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한다.
“죽음을 배제한 채 살아가는 삶은 진실과 단절되어 있는 것과 같다”는 그의 철학은 관객을 거친 방법으로 죽음을 향해 내몬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하강의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울 때, 비로소 변화는 가능해진다. 죽음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확신하는지, 옳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에 인간은 진정한 본질에 뿌리를 둔 최고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 영화의 끝에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바로 ‘인간성’이다.
거대한 세상에서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깨닫고,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기꺼이 드러내며, 타인과 진정한 교감을 시작하는 것.
이처럼 우리는 내면을 관찰하고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시라트>는 관객과 함께 삶이라는 어둠 속에 있는 빛을 나누고자 하는 하나의 몸짓이다.

음악을 보고, 이미지를 듣다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 영화는 그곳에서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루이스의 여정을 쫓는다. 이 여정에서 루이스는 ‘인간의 물질적 한계’를 초월하는 동시에 보다 깊은 ‘인간의 본질’에 다다른다.
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이 과정, 탈물질화를 영화화하기 위해 특별한 시청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경이로울 정도로 압도적인 외면의 사막이 황량한 지옥 같은 내면의 사막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16mm 필름으로 촬영함으로써, 실존적이면서도 우화적인 독특한 질감을 완성해 냈다.
여기에 테크노 사운드의 현실적인 비트가 협곡을 휘감는 바람, 사막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엔진, 심장 박동, 고함, 울음 심지어 침묵과 뒤섞이며 창출되는 사운드는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음악으로, 이미지와 어우러지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시라트>는 인간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로써, 시각과 청각의 경계를 허물며 총체적인 경험을 창출해 낸다.
올리베르 라셰 감독은 총 네 편의 장편을 연출했다. 칸영화제는 올리베르 라셰 감독의 장편 연출작을 모두 초청 상영해왔다.
지난 2010년 작 <유 아 올 캡틴스> ‘제63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 수상, 2016년에 발표한 <미모사>가 ‘제69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네스프레소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9년 작품 <파이어 윌 컴>은 ‘제72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신작 <시라트>가 ‘제7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사운드트랙상 등을 수상했다.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로 ‘제26회 세자르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 이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에서 잔인한 파시스트 장교 비달 대위 역을 맡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세르지 로페즈가 루이스 역을 맡았다.
루이스의 아들 에스테반 역은 스페인 출신의 아역 배우 브루노 누녜스가 연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