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성태 대표 겸 대기자]
코로나로 일회용 쓰레기 폭증...플라스틱 저감 및 재활용 확대 위해 시행
내년 6월부터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점에서 1회용 컵을 쓰면 보증금을 내야 하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제도 시행의 목적, 구체적 시행방안 등이 모호해 정책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커피 전문점과 식당 등에 일시적으로 허용해온 일회용품 사용을 내년 초부터 제한하는 한편 특히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에 대해서는 당초 예정했던 대로 내년 6월부터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1회용 컵 보증금제’는 1회용 컵 사용시 일정 금액을 낸 뒤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08년 폐지된 ‘1회용 컵 보증금제’는 14년 만에 부활하는 것으로 전국의 2만여개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는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과 더불어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저감 및 재활용 확대를 위한 대책을 강력 추진하는 방안으로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재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이같이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와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난해 일회용 쓰레기가 폭증한 데 따른 것으로 특히 종이류는 2019년 대비 25%, 플라스틱류는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인당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 미세플라스틱 섭취…WWF 보고서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학이 지난 2019년 6월 12일 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무게에 해당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반 식생활 중에 물과 패류, 소금, 맥주 등의 섭취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매주 평균적으로 한 사람당 미세 플라스틱 2000여개, 무게로 환산하면 5g인 신용카드 한 장이나 볼펜 한 자루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50건 이상의 인체 미세플라스틱 섭취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로, 플라스틱 오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플라스틱컵이나 플라스틱코팅 종이컵으로 물, 맥주, 커피 등을 음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1회용 컵 보증금제’시행을 위해 지난 6월 10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신설하고 1회용 컵 회수와 재활용체계를 구축 중이며 일회용 컵 보증금액 등을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 환경부가 검토하고 있는 ‘1회용 컵 보증제’ 의무 적용 대상은 커피, 음료, 제과 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 및 가맹점 사업자이다. 또 식품접객업 중에서 휴게음식점 · 일반음식점 · 제과점 등 사업장이 100개 이상인 동일 법인이나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도 대상이 된다.
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지난 2003년 도입됐다. 하지만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1회용 컵과 종이 재질 쇼핑백 제공을 업체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5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1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일정 금액을 보증금의 형태로 부과하게 된다. 보증금은 현재 논의 중이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책정할 예정으로 약 200원내외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법 시행초기에는 50원~100원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우선 현재 5~6%대인 1회용 컵 회수율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회수된 컵의 재활용은 종이컵은 제지회사로 보내져 화장지로 재활용이 되며, 플라스틱컵은 페트로 통일하여 다시 컵을 만들거나 계란판 뚜껑 같은 유용한 물건으로 만들어진다. 재활용 섬유로 의류와 가방, 신발 등의 업사이클링을 하고 있는데 페트는 플라스틱 중 재활용 가치가 가장 높고, 잘게 부순 ‘플레이크(Flake)’는 섬유나 시트, 솜 등 활용도가 높다. 기존에 1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회용 컵 회수와 재활용이 목적...현실적 타당성 없는 탁상행정
이 같은 환경부의 ‘1회용 컵 보증금제’를 통한 탈플라스틱대책과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에 대해 관련학계 및 업계에서는 정책 목표는 그럴 듯한데 실제 회수량과 재활용방안 등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며 시행 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환경부가 이 같은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1회용 컵의 회수와 재활용에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컵은 비교적 회수가 용이한 편이지만 종이컵의 회수와 재활용 계획은 현실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종이컵이 플라스틱류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에 종이컵을 너나할 것 없이 종이류로 버리고 있고 실제 종이컵의 재활용은 거의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종이컵은 플라스틱컵처럼 페트로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이로 버려져 종이컵 100개 중 5~6개 정도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물로 분류되어 소각하거나 매립되고 있다.
현재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1회용 컵은 2018년 기준으로 약 25억개로 추산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그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 약 40억개가 넘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이 중 종이컵은 절반 수준인 20억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1회용 컵 보증금제’의 대상은 프렌차이즈업계 사용 컵만 해당하는 것으로 종이컵의 경우 실제 가정용, 컵라면용, 동네소매점 사용량까지 포함하면 업계추산으로 약 300억개(2019년 230억개)정도 소비가 되는데 이중 프렌차이즈용 20억개만 회수한다는 것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 20억개도 회수율이 100%일때의 수치이고 실제로는 더 낮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종이컵 종이류로 버려져 거의 재활용 못하고 소각하거나 매립
매년 300억개 정도의 종이컵이 ‘1회용 컵 보증제’ 시행으로 매장에서 100% 회수된다 하더라도 전체 소비량의 6.7%밖에 회수되지 못하고 나머지 가정용 등으로 소비되는 280억개는 현재 처리방식처럼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회수된 컵의 재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학계나 업계에서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꼬집는다.
한양대학교 장영욱 재료화학공학과 교수는 “현재 매장이든 가정에서든 사용하고 있는 종이컵은 재활용을 할 수는 있지만 펄프로 재활용하기에는 채산성이 낮은 PE(플라스틱코팅)종이컵이므로 정부가 회수하여 제지회사로 보내 화장지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자체는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다”며 “현재 국내에서 개발됐지만 상용화가 덜 되어 있는 수용성코팅제를 적용한 종이컵은 회수하여 펄프로의 재활용이 용이할 것”라고 말했다.
현재 수용성코팅제를 적용한 종이컵을 개발한 업체는 H사, R사 등을 비롯한 10여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제를 활용, 종이컵을 생산하고 있으며 다시 펄프로의 재활용이 100%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어 환경부가 지향하는 재활용정책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한 업체가 개발한 종이컵은 수용성 코팅제를 적용하는 방식은 동일한데 재활용을 하기 위해 해리(종이컵을 리펄프하는 공정)했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기존의 제지공장에서 별도의 시설 설치 없이 그대로 100% 재생펄프로 생산,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수용성코팅제 종이컵 친환경 컵으로 인증하고 사용 의무화해야
수용성코팅제 종이컵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1회용 컵 보증제를 다시 시행할 정도로 1회용 컵의 회수와 재활용이 절박하다면 수용성코팅제 적용 종이컵이 펄프로의 재활용이 가능해 기존의 PE 코팅 종이컵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점을 인증해 친환경컵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며 “정부의 ‘1회용 컵 보증금제’ 정책을 모든 종이컵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수용성코팅제 적용 종이컵에는 예외 규정을 두거나 아예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정부정책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용성코팅제 종이컵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을 생산하기위해 종이컵 제조용 고급펄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수용성 코팅제 종이컵이 상용화된다면 펄프로의 재활용이 가능해져 수입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최경수 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차관급)은 “최근 트렌드인 친환경 ESG경영과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문제,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정책에 걸맞게 정책을 추진하되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계기로 친환경 종이컵의 전면 사용과 함께 펄프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순환체계로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태 대표 겸 대기자 sungt57@naver.com
홍경의 기자 tkhong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