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밤 29층에서 구조 아닌 철거 진행"
"관리·감독 불성실… 요구사항 8개 전달"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광주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20일째를 맞은 가운데 피해 가족들이 구조당국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향해 수색·구조 상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30일 기자 브리핑을 열고 "중수본은 구조에 대한 모든 부분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가족협의회 안모(45) 대표는 "29일 오후 중수본의 철수 명령에도 불구하고 29층에서는 밤까지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그동안 수색·구조의 모든 현장이 체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9일 밤께 중수본 관계자들과 함께 붕괴건물 24~29층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사고 현장 확인에 앞서 가족들은 소방청으로부터 '24층 천장에서 발생한 균열에 따라 구조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국토안전관리원의 권고에 따라 대원들을 철수시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 확인을 위해 국토안전관리원을 찾은 가족들은 직원 안내를 받고 24층까지 향해 현장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29층에서 소음이 들려와 확인을 위해 올라가자 현장 인부들이 철수 명령에도 불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던 것을 봤다.
안 대표는 "29층으로 가보니 현산 측이 고용한 인부들이 현장을 철거하다시피 일하고 있었다"며 "구조가 아니라 막무가내 식으로 외국인 인부들을 데려다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인부들은 가족들에게 '일을 해야한다'며 욕을 하면서 접근을 거부했다"며 "이 자리는 소방이나 현산 측의 어떤 관계자도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29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격분해 '합당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며 20층 전진지휘소에 머물렀으나,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이용섭 광주시장 등이 설득하면서 오후 11시께 물러났다.
가족들은 사고현장 방문 당시 어떤 제지도 없었다는 점을 들면서 사고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불성실하다고도 지적했다.
안 대표는 "가족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며 "사실 가족들은 경찰통제선에 막혀서 못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 가면서도 놀랐다"며 현장 감독에 대해 철저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중수본에 수색·구조 상황 개선을 위한 8가지 안을 요구했다.
가족들은 ▲구조대원·현장작업자들의 안전 보장과 위험 시 구조작업 중단 ▲구조 중단 시 가족들에게 내부 상황을 알릴 것 ▲현산 실무자 및 구조대원 관리감독 체계 수립 ▲가족대표 요구시 구조 현장 접근 권한 부여 ▲치안 유지에 만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또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확립과 업무 소통 개선 ▲사고지역 주변 민원 즉각 처리와 집회시위로 인한 가족 피해 최소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개인정보 보호도 함께 요구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붕괴 사흘 만에 지하 1층에서 1명이 발견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5명은 아직 사고 현장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