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확산세 속 달라진 대학교 졸업 풍경
단과대별 또는 온라인으로 학위수여식 진행
학위복 대여해주고 캠퍼스 내에 포토존 마련
사진찍으러 온 졸업생·학부모들로 한때 붐벼
발걸음이 대학가 상권까지 이어지지는 않아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연일 확산세를 걷고 있는 코로나19로 한산했던 대학 캠퍼스가 모처럼 붐볐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학위수여식이 아쉬운 졸업생들은 저마다 캠퍼스를 찾아 추억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대학들은 캠퍼스 곳곳에 포토존을 만들어 학생들을 맞이하는 한편 '졸업 주간'을 둬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애썼다.
지난 18일 졸업식을 열었던 서울의 대학들은 오미크론 확산세를 고려해 학위수여식은 단과대별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학위가운만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행사를 운영했다.
한양대는 17~18일 이틀에 걸쳐 캠퍼스 내에 포토존을 마련해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학위수여식은 단과대별로 진행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한양대 메인 포토존 '사자상' 앞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어머니에게 학사모를 씌워주는 졸업생부터 몇 번의 연습 끝에 학사모 던지기에 성공한 졸업생까지 마스크를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영학부를 졸업한 17학번 김모(24·여)씨는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졸업식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며 "작년에 조용히 졸업해서 아쉬웠다고 사진만 찍으러 온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행사를 축소 운영하되 학교마다 진행 방식을 달리하면서 졸업식 풍경에도 다소 차이는 있었다.
숭실대는 지난 14일부터 5일간 학사 가운 대여 및 야외 사진 촬영을 단과대별로 분산해 진행했다. 시간대도 오전·오후로 나눠서 학생들에게 택하도록 했다. 학위수여식은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벤처중소기업학과 17학번 김모씨(25·여)씨는 "같은 과 동기들 뿐 아니라 동아리 친구들, 타과 친구들도 지나가다 마주치면 사진 찍는 복작복작한 졸업식이 되었으면 했다"며 "단과대 별로 하니까 아는 얼굴도 많이 못 보고 단촐한 졸업식이 됐다. 이제 학교 올 일도 거의 없는데 아쉬웠다"고 했다.
경희대는 학위수여식을 온라인으로 대신하고 지난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를 졸업주간으로 정해 캠퍼스 곳곳에 포토존을 운영했다.
캠퍼스가 예쁘기로 소문난 학교인 만큼 건물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단체 사진 대신 '셀프 졸업 사진'이 새로운 캠퍼스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졸업식 당일에도 작가를 섭외해 스냅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사진이 아무리 잘 나오더라도 졸업생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부족해보였다.
화학과 졸업생 18학번 송모(23·여)씨는 "사진찍을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고 다시 써야되는 급급함 때문에 행사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와 함께 화학과를 졸업한 17학번 김모(24)씨도 "행사가 며칠 동안 진행되다 보니 다른 요일에 오는 동기들은 만나지 못했다"며 "자가격리로 못 오게 된 친구들도 생겨서 아쉬웠다"고 전했다.
한편, 사진만 찍고 곧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까지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대학 상권은 올해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사진 촬영을 위한 인파로 붐볐던 캠퍼스와는 달리 한양대 인근 상권인 왕십리역 주변은 이날 온종일 한산했다.
갈비집 사장 A씨는 "코로나 전에는 졸업식이 다가오면 예약 손님도 많고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이나 올해나 대목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30년 넘게 돈까스 장사를 했다는 B씨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1년 중 졸업식이 최대 대목인 꽃집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왕십리역 근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졸업 꽃다발 주문이 들어오니 졸업식을 하는 건 알겠는데 대목은 글쎄"라며 "오전 시간대에 예약한 꽃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로 잠깐 붐비는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