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70년 전, 기아를 해결하려던 식량 시스템의 혁신이 왜 비만과 환경 파괴로 이어졌을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레옹(Leon)의 창립자이자, 학교 급식 개선 운동으로 영국 훈장을 받은 식품 정책 전문가 헨리 딤블비가 제미마 루이스와 함께 이 잘못된 식탁을 바꿀 개선안을 제시한다.
기아와의 전쟁이 비만과의 전쟁으로
때때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배는 부르지만 충만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 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왜 항상 음식에 지는 느낌일까?’ 흔히, 식사는 영양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개인의 의지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한 식단이 무엇인지 몰라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의지력이 아니라, 선택지를 설계한 식량 시스템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건강한 식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충분히 건강한 식품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풍족한 식품 생활은 기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다. 70년 전, 전세계에는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량으로 곧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했다. 획기적인 품종 개량과 폭발적인 생산량 증가로 우리는 이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식량 시스템은 질보다 양을 앞세웠다. 그리고 이 식단은 현재 우리와 지구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한국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불과10년 만에 비만율이 30%나 증가한 결과다. 제2형 당뇨 같은 식습관과 관련된 질환 수치도 비만율의 증가에 따라 상승한다.
이로 인한 국가 부담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식습관만 개선해도 총 의료비 부담이 약 10%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가 있지만, 우리의 식단은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초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은 우리가 자연적인 방식으로는 섭취할 수 없는 맛을 낸다. 이 과도하게 자극적인 맛이 포만감을 왜곡해 더 많은 섭취를 유도한다.
식량 시스템, 기후 위기의 주범 되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이 주요 국가들의 핵심 정책이 될 정도로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었다. 수많은 쓰레기를 어디에 매립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다. 하지만 이 경각심은 음식물쓰레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그보다 더 많은 음식을 버린다. 심지어 먹지도 않은 채로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비사용 식량을 위해 전 세계 농지의 약 30%가 사용된다. 지금의 식량 시스템은 상상이상으로 비효율적이다. 역설적으로 식량 시스템 자체가 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식량 시스템은 토양 악화, 수질 오염, 가뭄, 산림 파괴, 생물 다양성 붕괴를 일으키며 화석연료 산업 다음으로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식량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식사에 관한 진실을 보여준다. 오로지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 야생동물 전체보다 20배 많다. ‘자연산’ 카놀라유는 수많은 화학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영양균형이 완벽한 간편 식품은 허상이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지침이 될 만한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