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7 (금)

  • 구름많음동두천 5.5℃
  • 구름많음강릉 8.7℃
  • 박무서울 9.0℃
  • 구름많음대전 8.7℃
  • 박무대구 8.7℃
  • 박무울산 11.1℃
  • 박무광주 10.0℃
  • 흐림부산 15.1℃
  • 맑음고창 6.5℃
  • 맑음제주 17.4℃
  • 구름조금강화 7.9℃
  • 구름많음보은 5.8℃
  • 구름많음금산 4.8℃
  • 맑음강진군 8.9℃
  • 구름많음경주시 7.5℃
  • 구름많음거제 12.1℃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죽어서 고국 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URL복사

5월19일까지 학고재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전
“꼭 고국에 가라‘던 호랑이 사냥꾼 조부의 당부, 사후에 성사
레핀대학 수석졸업 후 레핀대학과 평양대학 교수로 활동
'동판화는 렘브란트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이화순의 아트&컬처] 한국근현대사의 비극 속에서도 예술은 영원하다. 

분단의 비극이 낳은 정치적 이유로 인해 한국 미술사에서 지워진 화가. 평생 한국식 이름을 고수하고 조국을 그리워했으나 끝내 환영받지 못했던 러시아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邊月龍 1916-1990). 5월 19일까지 서울 경복궁 맞은 편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전시의 주인공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확 띄는 그림 두 점이 있다. 한 점은 ‘자화상’(1963, 유화). 따스한 마음과 성격이 좋아 사람들과 즐겨 어울리며 인물화를 숱하게 그린 작가가 본인의 초상화는 딱 한점, 그것도 미완성인 채 남겨놓은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나 뭔가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입술에 남겨 놓은 채 슬픈 눈과 표정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변월룡은 북한으로부터 숙청을 당하게 되고 10여년간 고국에 갈 수있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더 이상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화상’에 당시의 고독과 쓸쓸함, 절망으로 무너진 심정이 엿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 그가 어머니 사후 40년이 지나서 어머니가 그리워 그렸다는 인물화 ‘어머니’(1985,유화)는 한쪽 눈이 찌그러지고 막 울긋 같은 주름지고 백발이 성성한 한복 차림의 어머니 모습이다.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았던 화가는 어머니 생전에 좀더 효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 자신의 정체성이자 뿌리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작품화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중략)’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제일 좋아해 푸시킨의 고향 풍경까지 그림 그렸던 그에게 푸시킨의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애창시였다. 삶이 안겨 주는 슬픔과 우울을 담담하게 인내하라고 당부하는 푸시킨을 통해 변월룡 화백은 많은 위로를 받았음직하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유랑촌서 유복자로 출생  

러시아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은 연해주 쉬코토프스키 구역의 유랑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호랑이 사냥꾼인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그는, 깡촌 중의 깡촌에서 자랐지만, 2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최고 미술대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이하 레핀미술대학)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하고 모교의 대학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어린 월룡에게 할아버지는 늘 “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쫒아 연해주를 유랑했지만, 너만은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라고 생전에 강조했다고 한다. 손자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병진년 용띠 해 달밤에 태어났다고 월룡(月龍)으로 지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변월룡은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월룡’이란 이름을 고수했다. 작품에도 꼭 한글 사인을 넣었다. 하지만 고국에서의 삶은 고작 1년 3개월에 그치고 말았다. 그의 고향이 함경북도 무산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에게 고국은 북한이었는데, 결국 그는 북한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림받아 죽기전까지 고향을 그리워하다 눈을 감아야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취임했지만, 북한 당국의 무리한 귀화 종용을 따를 수 없어 거절하자 숙청대상자로 분류되었고, 결국 숙청되고 말았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생전에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베풀었던 그는 사후(死後)에 다른 반쪽의 고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가를 재조명하는 ‘백년의 신화:한국근대미술 거장’전에서 이중섭, 유영국과 더불어 변월룡의 성대한 전시를 선보인 것이다. 같은 해에 제주도립미술관에서도 ‘고국의 품에 안긴 거장, 변월룡’전이 열렸다.

비록 육신은 타국에 묻혀있으되, 그가 영혼을 쏟아부은 예술 작품은 마침내 고국의 품에 안겼다. 특히 이 전시회는 북한에서 숙청시킨 화가를 남한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랑이 사냥꾼 할아버지 소원...死後 예술만 고국행 

이번 학고재에서 열리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전은 3년만에 맞는 세 번째 고국 전시회인 셈이다. 변월룡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낯설다. 그런 까닭에 이번 전시회의 전반적 개념을 변월룡 화백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춰 입체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러시아인들의 초상화와 풍물들, 북한 인사들과 50년대 평양, 무용가 최승희, 월북작가 김용준, 이기영의 초상화도 있다.

렘브란트를 특히 존경해 동판화 공부를 많이 했고 또 일부에서는 ‘동판화에서만큼은 변월룡이 렘브란트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전시장의 작품들, 특히 데생과 동판화 유화 속 인물과 풍경 표현이 생생해 마치 작품 속 인물과 풍경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일 것처럼 걸출하다.



변월룡을 고국에 안내한 사람은 문영대 미술평론가다. 회화 전공 후 1994년 러시아 게르체나 사범대학에 편입해 공부하면서 5년간 머물렀던 그는, 유학 첫해에 한 그룹전에서 한국적 정서를 간직한 변월룡 화백에 꽂힌 인연으로 사반세기에 걸쳐 그를 한국에 소개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문영대 평론가는 “당시 수소문해서 변월룡 화백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1990년 한러 수교 3개월 전에 사망하셔서 정말 마음 아팠다. 다행히 그분 아들 딸과 친분을 유지하게 돼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전시명처럼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를 국내에 제대로 소개하고자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많은 국·시립미술관에서 변월룡 화백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건축박람회’ 개막...건축주·인테리어 수요자 참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건축·인테리어·전원주택 전문 전시회 ‘2025 서울건축박람회’가 6일부터 오는 9일까지 학여울역 세텍(SETEC) 전시장 전관에서 개최된다. ‘서울경향하우징페어’는 올해부터 ‘서울건축박람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인테리어 수요자와 건축주 모두를 위한 전시로 새롭게 개편됐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 유수의 인테리어 브랜드와 관련 업체가 대거 참가해, 주거 및 상업공간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참관객들의 높은 기대에 열렸다. 서울건축박람회는 전원주택과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 맞춤형 건축전시회로서 주거 공간을 직접 설계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시회이다. 특히, 옥외전시장을 활용한 계절별 기획 전시를 선보이며, 실내외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전시회로 한층 진화됐고, 단열, 난방, 에너지 절감 등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전시 품목으로는 내외장재/구조재/단열재, 난방/보일러/펌핑/환기설비재, 도장/방수재, 조경/공공시설재, 조명/전기설비재, 체류형쉼터/이동식주택, 주택설계시공, 창호/하드웨어, 건축공구/관련기기, 홈네트워크시스템 등 건축과 인테리어 전반을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윤상현 의원, 흉기 이용 스토킹범죄는 벌금 삭제하고 최고 5년 징역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흉기 이용 스토킹범죄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하게 히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5선, 사진)은 5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가.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하 ‘상대방등’이라 한다)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나.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이하 '주거등'이라 한다)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8조(스토킹범죄)제2항은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