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7 (금)

  • 맑음동두천 18.8℃
  • 맑음강릉 19.3℃
  • 연무서울 17.5℃
  • 맑음대전 20.3℃
  • 맑음대구 22.8℃
  • 연무울산 22.1℃
  • 맑음광주 22.6℃
  • 연무부산 20.0℃
  • 맑음고창 19.4℃
  • 맑음제주 19.9℃
  • 구름많음강화 12.8℃
  • 맑음보은 19.7℃
  • 맑음금산 20.8℃
  • 맑음강진군 22.5℃
  • 맑음경주시 23.1℃
  • 맑음거제 20.3℃
기상청 제공

정치

억울한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다

URL복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은 시집올 때 장만해 온 재봉틀(미싱)을 도둑맞고 울음을 터뜨린 며느리를 달래주기는커녕 이렇게 꾸짖었다.


"나라를 잃고도 울지 않던 네가 그깟 재봉틀 때문에 우는구나."
현실을 직시하면 며느리는 억울했을 것이다. 생계수단인 재봉틀 따위는 다 잊고 시아버지처럼 독립운동에 투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을 테니.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어머니가 주민센터에서 받아왔다며 흐릿한 인쇄물을 내미셨다. 어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외할아버지가 징용 갈 때 고향 관청에서 작성한 명부였다.


나는 외할아버지가 징용을 갔다 온 사실을 몰랐었고, 어머니는 한자를 몰라 명부에서 아버지 이름 석 자를 읽지 못했다.


"신청하면 느그 외할배가 못 받은 품삯 받아줄 수도 있다 카던데" 하는 어머니에게 "언젯적 일인데... 그거 되지도 않아요" 하며 되돌려준 명부를 어머니는 한참을 바라보다 끝내 눈물을 훔치셨다.
"얼매나 힘이 들었을꼬..."
평소처럼 "그래도 넌 많이 배우고 기자라면서..." 하는 원망까진 안 했어도 무관심한 아들이 어머니는 못내 야속했을 것이다.


월남의 며느리처럼 나 역시 억울함이 없지 않았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되지도 않을' 외할아버지 징용 배상금을 받아내려 뛰어다닐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현실을 직시하면.
전범기업 미쓰비시 등에 대한 우리 재판부의 '배상' 판결에 아베는 경제보복으로 응징했고, 대한민국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붕괴로 수산물을 비롯한 일본산에 대한 거부감은 있었어도 지금처럼 불매운동으로까지 불붙지는 않았었다.


방사능 오염이 어디까지 됐는지도 모를 일본으로 해마다 700만 명 이상이 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다.
이번 불매운동으로 우리의 상처와 분노가 방사능보다 참을 수 없는 것임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불매운동에 대처하는 그들(일본계 기업들)의 자세'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일본계 기업들은 물론 억울하다 할 것이다.
일본계 기업에 다니는 게 죄도 아니고 '친일' 소리를 들을 일은 더욱 아니다. 자본이 일본 것이지 따지고 보면 한국 사람 일자리 아닌가.


불똥이 튄 것으로야 삼성전자만큼이나 억울할 일이다.
생계가 걸린 현실이 더 중요한 월남의 며느리, 징용 피해자의 외손자이지만 먹고사는 게 더 급한 나, 일본계 기업에 종사하는 무고한 우리 국민 모두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억울해도 식민지인으로 혹사와 멸시를 당한 우리 할아버지들만큼 억울하진 않다. 


우리는 왜 우리의 현실만 호소하는가. 우리 할아버지들에게도 징용은 피할 수 없는 생계이자 현실이었다.

아베가 A급 전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영혼의 멘토'로 삼고 그 명예를 회복하려 (회복할 명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리 안간힘을 쓰는 동안 나는 내 외할아버지가 징용 피해자란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현실이 그리도 급했던 것일까.
지금의 불매운동도 분노의 표출이겠지만, 기저에는 부끄러움이 있다.
현실을 핑계로 매번 외면해 왔던 부끄러움.
부끄럽다면 반성해야 한다.


월남의 며느리는 나라를 잃었을 때 울기라도 했어야 했다.
나 역시 어머니가 외할버지의 징용명부를 보여주었을 때 함께 분노하고 아파했어야 했다.
생계의 현실을 핑계 삼지 말고, 생계를 볼모로 역사의 진실을 덮으려는 바로 그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상처받은 민족의 후예로서 반성 없는 아베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현실적인' 자세다.
억울해 하기 전에 부끄러워하라.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특집-조재희 더불어민주당 송파구청장 예비후보】 송파의 삶을 디자인하다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평가 ▲중앙 정치 영향력의 반영 ▲행정구역 재편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조정 ▲선거 질서 관리 강화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정권 교체(탄핵 등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포함)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방권력을 새로 잡거나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황 반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극복해야 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중앙정치 흐름이 지역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청장에 출사표를 던진 조재희 예비후보를 만나 구청장 출마의 변과 구청장이 되면 어떤 구청장이 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이번 송파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약 40년 동안 송파에서 거주하며 세 아이를 키웠고, 송파의 변화를 몸소 겪어온 '진짜 송파 사람'입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선대위 정책부본부장을 지냈

정치

더보기
대구광역시장 공천배제 가처분 주호영, 무소속 출마에 “모든 경우의 수 준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대구광역시장 공천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음을 밝히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저는 오늘 국민의힘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천관리위원회)> 이정현 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저에 대한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며 “내일 오후 2시 30분 가처분심문기일이 잡혔고 가까운 기간 내에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저에 대한 컷오프 결정은 정상적인 의결 절차가 없었다. 찬성-반대-기권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모두 찬성으로 간주했다”며 “헌법, 공직선거법, 당헌·당규, 공천심사규정에 비춰 전혀 민주적이지도 않다. 나는 컷오프 요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절차적인 흠결 사례가 있는 경우는 법원이 이미 수차례 무효임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보수 정당이 배출했던 대통령 두 분의 탄핵이 보수 위기를 낳은 결정적인 원인이지만 그동안

경제

더보기
2차 석유 최고가격 3월 27일 0시부터 적용...휘발유 1934원/ℓ, 경유 1923원/ℓ, 등유 1530원/ℓ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2차 석유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7일 보도참고자료를 발표해 “중동전쟁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2차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며 “이번에 산업부가 정한 2차 석유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 리터당 1923원, 실내등유 리터당 1530원이다. 어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번 2차 최고가격 대상 유종에 선박용 경유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2차 최고가격은 1차 최고가격(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에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고 국내외 석유가격 변동성, 물가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했다. 정부는 이번 2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주유소 판매가격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약 200원, 경유와 등유는 리터당 약 500원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조정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우리 공동체가 함

사회

더보기
강민정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일반고등학교 전환...‘심야 및 일요일 사교육 청정’ 서울 실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일반고등학교로의 전환과 사교육 강력 억제를 공약했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과도한 선행학습과 무한 경쟁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사교육비 부담은 가계 경제를 넘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 됐다. 저는 아이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심야 및 일요일 사교육 청정’ 서울을 실현하겠다”며 “무등록 불법 교습 행위에 대한 단속 근거를 강화하는 한편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심야 사교육 자율 제한’ 인증제를 도입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특히 자사고와 국제중의 일반학교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초등 단계부터 시작되는 조기 입시 경쟁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기자에게 “자사고 등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자율형 사립고등학교)제6항은 “교육감은 자율형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