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22일 '2021 인권상황 보고서'를 통해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청소년들이 학교와 실습현장 양쪽에서 모두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문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실습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한국 사회가 현장실습생을 학생이 아닌 저임금 노동자로 취급하고 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경시해 왔다는 지적을 중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활동이 노동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두터운 법·제도적 보호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교나 기업 중 조금이라고 학생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 부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잘 찾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3 학생 A(18)군이 잠수 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합동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업주는 잠수 면허도 없는 A군에게 현장실습 시작 10일 만에 무게 12㎏의 납 벨트를 차고 요트 밑바닥 이물질 제거 작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전에도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가 있었고 그때마다 정부의 개선 방안이 나왔지만, A군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2014년 울산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2017년 제주 생수공장 안전사고 등으로 청소년이 현장실습 도중에 생명을 잃었다"며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해 각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17년 1월 전주의 한 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2017년·부처합동), '학습 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 방안'(2018년·교육부), '직업계고 현장 실습 보완 방안'(2019년·부처합동)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수 사고가 발생했고, 교육부는 그해 12월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현장실습 기업 전주조사를 실시하는 등 10대 중점과제를 통한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이 시작되는 9월 전 10대 과제 내용이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침 마련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동안 현장 의견수렴을 거쳤고 전담 노무사 확충, 법 개정을 위한 의원실 설득 등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직업계고 학생은 총 2만5636명으로, 올해도 2만명 이상이 현장실습에 나갈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 5월, 교육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의결 과정에서 '기업현장교사 사업비'가 당초 205억원에서 145억원으로 60억원(29%) 감액됐다. 해당 사업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54.9%로 낮았다는 이유였다. 기업현장교사는 현장에서 실습 참여학생을 1대 1로 지도·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 취지대로 현장교사와 실습생의 1대1 매칭은 어렵겠지만, 부족하진 않을 것"이라며 "예산 집행률이 낮은 상태로는 신규 사업 발굴이 쉽지 않아 일단 집행률을 높인 뒤에 추후 사업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현장실습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현장교육 시설이나 교사 등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정부가 지원 방안을 내놓거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