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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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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선택 2002 노무현 대통령 당선>













‘브리지’ 대통령 노무현



“마음과 마음,동과 서,남과 북을 이을 다리



역할을 할 사람”

 






‘원칙’과
‘소신’이 마침내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들었다. 그의 정치역정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지난 3월 국민경선부터
대통령 당선까지. 고스톱 용어로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을 당하고도 기적적으로 승리의 월계관이 그의 머리 위에 씌워졌다. 국민의 힘이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21세기를 갈망하는 원군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빚쟁이 노무현



노무현 당선자는 빚쟁이다. 그 빚은 민주당에 대한 것도, 재벌에 대한 것도, 가신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거의
누구나가 빚을 진 그런 대상으로부터 자유롭다. 단지 국민에게만 빚졌다. 그는 광고와 유세를 통해서 항상 “대통령이 되면 국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왔다.

올 초까지만 해도 노 당선자는 대통령후보감도 못 됐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은 경선용”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경선을 통해
당당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 한 결과였다.

이인제 한화갑 김근태 정동영 등 당의 내로라하는 후보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노풍’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광주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은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번져 나갔다. 전라도의 적자가 아닌 영남 김해 촌놈 출신의 그를 광주에서 받아들였다.
역사적인 선택이었다. 미풍에 불과하던 노풍은 그 후 메머드급 태풍으로 돌변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이인제 의원(현 자민련)이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을 제기하며 경선포기를 선언했던
것. 하지만 그 ‘손’은 다름 아닌 국민의 손이었다. 경선 당시 열렬한 지지자집단인 ‘노사모’는 아이들을 대동하고 경선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경선은 ‘정치꾼’을 뽑는 자리가 아니었다. 국민의 대변인, 나를 대신해 의사정치를 해 줄 인물을 선택하는 ‘잔치마당’이었다. 그들은
그의 말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울고 웃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우리나라 어떤 정치인이 국민을 이토록 행복하게 했던 적이
있는가?”라며 신기해 했다.



승부사 노무현



노 당선자는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가 된 직후 국민대통합을 위해 YS를 찾아갔던
것도 그의 승부수였다. 세 번씩이나 쓰라린 패배를 안겨줬던 영남을 보듬으려면 YS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겼던 탓이다. 그렇지만
역효과만 초래했다. 일부 노사모로부터도 “국민을 배신한 행위”라는 호된 비판이 이어졌고, 여파로 지지율 급락의 아픔을 맛보았다.

또 다른 승부수는 “지방선거 때 부산에서 패하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언했던 것. 각종 게이트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을 때, 당을 추스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의 힘을 모으기 위한 속뜻을 담은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이 승부수는 그를 흔드는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해주는 구실이 됐다. 민주당내 분란은 가속화됐고, 당내에서는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반노무현 세력인 중도개혁포럼의 이인제 직계 의원들은 신당창당과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민석, 신낙균의 탈당에 이은 국민통합21
입당, 전용학 전대변인 등의 한나라당 입당, 사무총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던 김원길, 역시 사무총장을 지냈던 박상규의 한나라당 입당 등
선거를 치르기 전에 민주당은 공중분해될 처지였다. 모두가 후보 노무현을 믿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승부수 후보단일화



그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후보단일화 요구를 받아들인 것. “국민이 만들어 준 대통령 후보를 포기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와의 경선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양보하고 여론조사 방식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발표를 앞두고 그는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편안한 마음에서였다. 단일후보로 결정된 후에는 그간의 고초에 비해 다소 평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국정원 도청의혹, 행정수도 이전의 허구성 등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매서운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도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후보단일화 발표 때,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겠다”던 정 대표는 대선이
가까워왔지만, 정책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조하지 않았다. 대선 며칠 전에서야 함께 거리유세에 나서 노 후보의 당선을 돕는가 싶더니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에는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버렸다.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대북정책에 대한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제대로 하지 못 하면 대통령 안 하겠다”



막판 돌발사태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2.3%의 지지도 차로 12월19일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이 확실시 된 12월19일 22시 30분. 노 후보가 민주당사 4층 상황실로 들어섰을 때, 자신을 환경설치미술가라고 밝힌 지지자는 그를
두고 ‘브리지 대통령’이라고 했다. “마음과 마음, 동과 서, 남과 북, 재벌과 서민을 이을 다리역할을 할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3김으로 대표되는 낡은 정치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정치발전을 가로막아 왔던 지역갈등, 정경유착을 청산할 수 있는 ‘희망’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내가 낙선해도 좋으니 제대로 하는 대통령이 나오도록 하자. 제대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면 나는 대통령을 하지 않겠다”고 그는 측근들에게
누누이 강조해왔다.

떳떳하지 못 한 ‘승리’보다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그는 국민들이 여망을 담아 전달했던 돼지저금통을 청와대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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