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01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문화

'광장' 최인훈 작가 향년 84세 별세

URL복사

대장암 말기 진단 받고 투병


[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한국 문학의 거목인 최인훈 작가가 23일 오전 10시46분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84세.


대표작인 '광장'을 비롯해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화두'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낸 고인은 지난 3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병마와 싸워왔다.


최 작가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목재상인의 4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8·15 광복후 소련군 진주와 함께 함경남도 원산으로 강제로 이주당한뒤 원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원산고등학교 재학 중인 1950년 전쟁이 터지자  부산행 해군 함정으로 월남했다. 1개월 간의 부산 피란민수용소 생활을 거쳐 목포에 정착,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5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분단된 현실에서 갈등을 느낀 나머지 4학년 2학기에 등록을 포기했다. 1956년 대학 중퇴후  입대, 6년간 통역장교 등으로 복무했다.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당시 안수길 작가가  추천했다.


4 19 혁명으로부터 7개월뒤인 1960년 10월 '새벽'지에 실린 중편소설 '광장'은 전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고인은 해방과 전쟁,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주인공 이명준의 깊은 갈망과 고뇌를 그렸다. 남북 간의 이념,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도 치열한 성찰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장'은 출간 이후 현재까지 205쇄를 찍었다. 100만부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2004년 국내 문인들이 한국 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인은 자신의 대표작 '광장'에 대해 "'광장'의 모티브가 됐던 1960년의 4·19 혁명은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나는 단지 그 시대에 그 장소에 있었던 것뿐이고 역사가 비추는 조명에 따라 내 눈이 본 것을 글로 옮긴 것 뿐"이라며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 평범한 청년이었던 내가 시대의 큰 흐름을 겪고, 그 사건에 대해 문학이라는 강력한 형식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나는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역사를 기록하는 서기였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광장'을 수차례 다듬는 데 공들인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초판 이후 9차례나 고쳐 총 10개의 판본을 냈다. 내용을 일부 바꾸는 등 굵직한 개작만 해도 5차례에 달한다. 한국문학 사상 가장 많은 판본을 지닌 작품으로 거론된다.




고인은 남북분단 현실을 문학적으로 치열하게 성찰했다.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고 김현은 "뿌리 뽑힌 인간이라는 주제를 보편적 인간 조건으로 확대시킨 전후 최대의 작가"라고 평가했다. 전망이 닫힌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1963),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파격적 서사 실험을 보인 '서유기'(1966), 신식민지적 현실의 위기의식을 풍자소설 기법으로 표현한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동시대인의 운명을 조망한 대작 '화두'(1994) 등도 고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고인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냈다.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이후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글 위에서 죽으려 하지 않으니 보리는 땅속에서 썩지 못한다. 누구도 소금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추잉껌과 캐러멜이 되기를 원한다. 많은 재앙을. 풍성한 재앙을. 햇빛처럼 우박처럼 원자의 재처럼 푸짐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잉태되고 죄의 첫 공기를 숨 쉰다."('하늘의 다리·두만강')


 "자기가 표현한 것을 동시에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표현하면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이 파괴며, 파괴가 곧 표현인 그런 모순의 몸짓을 고안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보라는 소설가의 마음의 레이더에 들어오는 생활의 파편들을 미분하고 적분하면서 그의 이성과 정서의 장세를 각각으로 추적해보았다. 나는 이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지극히 소시민적으로 풀어 쓴 '나의 율리시스'라 부르겠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고인은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보관문화훈장(1999), 박경리문학상(2011),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2004) 등을 수상했다. 고인의 이름은 해외에도 알려져 '광장'이 영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중국어 등으로, '회색인'과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이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됐다.




지난해 2월 서울대 법대를 명예졸업했다. 그는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드러낸 바 있다. "맏이인 나를 대학에 보내려고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하신 부모님이며 또 내가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할 때 고통스러워 한 부모님이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 두던 그 당시에는 내가 그런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만한 인간이 못됐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24년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다.  그는 최근 병상에서 제자들과 평론가들을 격려하고 작품을 다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남북 해빙무드에 큰 관심을 갖고  "통일보다 재통일이 더 위대하다. 처음부터 통일되어 있어 끄떡없는 것보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했다가 여태까지의 흐름을 거슬러서, 그렇게 다시 한국이 통일된다면 참 위대한 일이다. 마치 삼단뛰기라는 운동의 원칙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같은 뜀박질이라도 세번째 한 것이 더 위대하다. 그것이 변증법이라는 말의 진정한 가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인 원영희 여사, 아들 윤구, 딸 윤경씨를 남겼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발인은 같은 날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공원묘원 '자하연 일산'.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동아제약, 지역주민 대상 ‘사랑나눔 바자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동아제약은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본사 야외주차장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과 동대문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랑나눔 바자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제약이 기부 문화 확산과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하는 자선 행사다. 동아제약은 바자회에서 자사 및 동아오츠카 제품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수익금은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하고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는 동대문구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사용한다. 올해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8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동아제약 건강기능식품(오메가3, 비타민, 유산균, 콜라겐), 구강청결용품(칫솔, 치약, 구강청결제), 펫영양제(벳플), 생활용품(생리대, 염색약, 마스크, 밴드), 더마화장품(파티온), 박카스(얼박, 박카스맛젤리), 동아오츠카 음료(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번 행사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성현인터내셔널(의류), 올포유(의류), 동문엔터프라이즈(식품), 플러스초이스(생활용품), 백조씽크(

정치

더보기
D-3 주말 대회전...이재명 수도·‘중원’ vs 김문수 강원·TK 공략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을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D-3 총력전에 돌입한다. 이재명 후보는 31일 경기·충북과 세종·대전 등 지역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다. 경기 평택시를 시작으로 오산시, 안성시 등에서 유세를 한 후 충북 청주시와 세종시, 대전시 등으로 이동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경기 지역은 유권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충청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한 ‘캐스팅 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대선 전 마지막 휴일인 6월 1일에는 경북 안동·포항, 울산 등 영남권을 찾아 부동층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대선후보는 강원과 경북 동부 지역 등 동해안 권역을 공략한다. 김 후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날 때까지 90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논스톱 외박 유세’에 돌입했다. 김 후보는 이날 강원 홍천을 시작으로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등으로 이동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후 ‘보수 텃밭’ 경북으로 이동해 울진, 포항, 경주를 찾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청소년동아리 ‘삶디동’ 축제 ‘노리터’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는 5월 청소년의 달 특별행사로 5월 31일(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삶디 앞마당에서 삶디 동아리 축제 ‘노리터’를 연다. 본 행사는 삶디 청소년동아리 ‘삶디동’과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가 공동 기획했다. 각종 체험과 공연이 있고, 시민 누구나 당일 참여 가능하다. 체험부스는 시각디자인, 피규어, 요리, 목공 등 다채로운 분야가 있다. △태블릿으로 스티커 제작하기 △푸어링 아트로 피규어 만들기 △비건 디저트 먹고 시식평 남기기 △초코펜으로 쿠키 꾸미기 △나무 소품 만들기 △뮤지컬 주인공 되어보기 △페이스 페인팅 그리기 △스냅 사진 찍기 △오늘의 운세보기 △책갈피 만들기 △음악 추천받기 △북바인딩 노트 만들기 등 모두 15가지다. 별도 신청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총 5팀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줄 밴드 ‘크램블’, ‘고영희씌 밴드’, ‘멋쟁이03즈’, ‘지점토’는 저마다의 색깔로 관객들을 만나고, 댄스팀 ‘퍼즐’이 준비한 퍼포먼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번 축제의 총괄을 맡은 삶디 커뮤니티팀 한승하 담당자는 “청소년 동아리들이 그동안 자신의 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