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31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왜 시대는 '백마 탄 왕자'를 꿈꾸나?

URL복사
전쟁, 연쇄살인, 생존경쟁 등 불온한 남성적 세계에 대한 도피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극중 강태영)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들은 가끔 그런 상상을 하거든요. 화려한 사람들 틈에 나 혼자만 시든 꽃처럼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내 이름을 불러주고 흐트러진 머리칼 가만가만 쓸어 넘겨주는 상상….”

드라마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 대사는 최근의 ‘문화적 감수성’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기도 하다.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지배하는 트렌드는 신데렐라 판타지. ‘말죽거리 잔혹사’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 마초영화의 폭풍이 한차례 휘몰아친 자리에 할리퀸문고를 연상시키는 멜로드라마가 우후죽순 돋아나고 있다.


방송 3사 신드롬, 스크린에도 몰아쳐

요즘 방송 3사는 죄다 ‘백마탄 왕자’와 ‘캔디’가 점령하고 있다. 부와 명예를 지녔지만 고독한 재벌남과 가난하지만 쾌활한 여자의 러브스토리 SBS ‘파리의 연인’은 제작진들 스스로 ‘신데렐라 드라마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형적이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도 거대 리조트 회사의 회장 아들과 그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GO의 티격태격 로맨스이며,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KBS ‘풀하우스’ 또한 화려한 빅스타와 보통 여자의 사랑을 담았다. 모두 비슷비슷한 관습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좋은 편이다. 특히 ‘파리의 연인’은 ‘애기야’ ‘이 안에 네가 있다’ 등 각종 유행어를 낳으며 40~50%의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해 국민드라마로 떠올랐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발리에서 생긴 일’ ‘불새’ 또한 여성적 잠재 심리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낭만적 판타지가 시대의 주요 문화 키워드임을 확인시켰다.

스크린에도 왕자가 떴다.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은 여고생판 신데렐라 판타지. 얼굴도 성적도 ‘그저 그런’ 여고생이 완벽한 킹카 남학생에게 ‘찜’ 당한다는 설정은 10대들이 가슴에 품을만한 이상적 연애담이다.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멜로가 일상적 스타일로 발전하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 진보적 여성 드라마가 주목받은 시점에서 동화적 영상물 열풍은 퇴행적인 느낌. 하지만 신데렐라 모티브가 미니스커트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적 테마임을 생각하면 ‘주기가 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번엔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다.


현실 잊게 해주는 환각제

그렇다면 대중은 왜 낭만적 로맨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마초영화가 여성 정계 진출 등 여성파워가 뚜렷하게 부각된 시점에 가부장제의 향수를 담아냈다면 여성 취향의 멜로는 삭막하고 암울한 ‘남성세계’에 대한 도피심리가 내재돼 있다. 이라크 전쟁, 김선일 피살, 연쇄살인, 정치 혼란, 치열한 생존경쟁 등의 사회현실은 정글의 법칙과 폭력이 난무하는 남성적 세계다.

실제로 사회 현실이 어두울 때 여성 취향의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가 활기를 띄는 경향이 있다. 권은선 영화평론가는 “서구의 많은 연구들은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위기가 팽배할 때 멜로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멜로드라마가 전성기를 구가했고, 한국에서도 1960년대말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긴장감 고조와 정부 주도의 급속한 근대화 등 불안한 사회 환경을 배경으로 ‘미워도 다시 한번’ ‘별들의 고향’ 등 멜로가 붐을 이루었다. 1990년대 후반 충무로는 ‘편지’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약속’ 등을 쏟아내며 멜로 절정기를 또 한번 맞이하는데 이 때가 바로 IMF 시대다.

삭막한 현실을 적셔왔던 전통 멜로가 ‘울게 해주는’ 최루제였다면 요즘 멜로는 ‘잊게 해주는’ 환각제다. 그래서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이야기’ 등의 불만을 늘어놓느니 채널을 돌리거나 극장을 찾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키우는 장소가 비일상적인 공간인 점도 판타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다. ‘파리의 연인’은 몽마르트르 언덕, 니스 해변 등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로맨스가 시작되며 ‘황태자의 첫사랑’ 일본 삿포로와 홋카이도 일대, 인도네시아 발리, 남태평양의 타히티 등 세계의 유명 휴양지에서 펼쳐진다. ‘풀하우스’의 연인도 중국에서 만나 태국 푸켓에서 허니문을 맞는다. 과거로의 회귀를 욕망하는 ‘마초물’은 추억의 ‘그 골목’ ‘그 다방’이 판타지의 장소지만,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갈망하는 여성 판타지는 비일상적 공간이야말로 가장 생생한 ‘꿈의 장소’인 것이다.


현대인의 잠재 욕구 충족

판타지에 열광하는 시대는 역설적으로 냉혹한 현실논리에 욕망이 좌절되는 욕구불만의 시대다. 400만 신용불량자, 실업자 대란, 조기퇴직 등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중은 공감보다 탈출에서 위안을 얻는다.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생활극이 자취를 감추고 비현실적인 멜로드라마가 대중문화를 지배한 현상은 이 같은 사회적 현실과 관련이 깊다. 판타지가 왕성하게 소비되는 것은 집단적 도피심리가 강렬하다는 증거다.

‘파리의 연인’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보는 동안 카드 값 걱정 안하고, 남편이 어디가서 술 먹고 있는지 고민 안 해도 되는 시간을 제공하면 좋겠다”며 집필의도를 밝혔다. 의도는 적중했다. 신데렐라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주부 성주영(31) 씨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 순간만큼은 골치 아프지 않아 좋다. 사회현실을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시사다큐만으로 충분하다.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고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판타지는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 왕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재력인 점은 이 시대에 물질적 가치가 얼마나 지배적인가를 일깨워준다. 재력과 동시에 감성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왕자의 조건. 돈과 낭만, 두 가지 떡을 손에 쥔 왕자상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 관통하는 시대적 이상향이다. 순수한 사랑만으로 결혼이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에서 사랑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는 드라마의 설정 또한 보상심리를 충족시켜 준다.

여성에게 여성 판타지의 근본적 매혹은 잠재된 여성적 감성(이것이 원초적인 본능이든 사회적 학습 결과이든 간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파리의 연인’ 애청자인 전영자 씨는 “고등학생처럼 연예인과 드라마에 연연하는 자신이 우습지만, 드라마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오랜만에 내 자신이 아줌마가 아닌 여자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사랑받고 싶다’는 여성적 욕구는 현실에서 번번이 좌절되거나 억압받아왔다. 세상은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적 사회와 싸워 이길 것을 선도하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여성성은 부정적으로 폄하되거나 버려야할 대상이었다. 여성성에 대한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해온 여성들의 가치분열이 신데렐라 드라마를 낳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동아제약, 지역주민 대상 ‘사랑나눔 바자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동아제약은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본사 야외주차장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과 동대문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랑나눔 바자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제약이 기부 문화 확산과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하는 자선 행사다. 동아제약은 바자회에서 자사 및 동아오츠카 제품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수익금은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하고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는 동대문구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사용한다. 올해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8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동아제약 건강기능식품(오메가3, 비타민, 유산균, 콜라겐), 구강청결용품(칫솔, 치약, 구강청결제), 펫영양제(벳플), 생활용품(생리대, 염색약, 마스크, 밴드), 더마화장품(파티온), 박카스(얼박, 박카스맛젤리), 동아오츠카 음료(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번 행사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성현인터내셔널(의류), 올포유(의류), 동문엔터프라이즈(식품), 플러스초이스(생활용품), 백조씽크(

정치

더보기
D-3 주말 대회전...이재명 수도·‘중원’ vs 김문수 강원·TK 공략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을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D-3 총력전에 돌입한다. 이재명 후보는 31일 경기·충북과 세종·대전 등 지역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다. 경기 평택시를 시작으로 오산시, 안성시 등에서 유세를 한 후 충북 청주시와 세종시, 대전시 등으로 이동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경기 지역은 유권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충청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한 ‘캐스팅 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대선 전 마지막 휴일인 6월 1일에는 경북 안동·포항, 울산 등 영남권을 찾아 부동층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대선후보는 강원과 경북 동부 지역 등 동해안 권역을 공략한다. 김 후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날 때까지 90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논스톱 외박 유세’에 돌입했다. 김 후보는 이날 강원 홍천을 시작으로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등으로 이동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후 ‘보수 텃밭’ 경북으로 이동해 울진, 포항, 경주를 찾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필립모리스, 영남 산불 피해 복구에 2억여 원 성금 기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필립모리스는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2억여 원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사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총 2억 169만 원의 성금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 열매)에 기탁했다. 회사 측은 이번 기부가 산불 피해 지역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복구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탁된 성금은 최근 심각한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경남, 울산 지역 이재민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구호물품 제공, 임시 주거 환경 개선, 심리 상담 등 회복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한국필립모리스의 생산공장이 피해 지역인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해 있어, 이번 기부는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기부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뜻깊다. 지난 한 달간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에 회사가 기부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전달식에 참석한 김주한 한국필립모리스 대외정책부문 전무는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

문화

더보기
청소년동아리 ‘삶디동’ 축제 ‘노리터’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는 5월 청소년의 달 특별행사로 5월 31일(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삶디 앞마당에서 삶디 동아리 축제 ‘노리터’를 연다. 본 행사는 삶디 청소년동아리 ‘삶디동’과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가 공동 기획했다. 각종 체험과 공연이 있고, 시민 누구나 당일 참여 가능하다. 체험부스는 시각디자인, 피규어, 요리, 목공 등 다채로운 분야가 있다. △태블릿으로 스티커 제작하기 △푸어링 아트로 피규어 만들기 △비건 디저트 먹고 시식평 남기기 △초코펜으로 쿠키 꾸미기 △나무 소품 만들기 △뮤지컬 주인공 되어보기 △페이스 페인팅 그리기 △스냅 사진 찍기 △오늘의 운세보기 △책갈피 만들기 △음악 추천받기 △북바인딩 노트 만들기 등 모두 15가지다. 별도 신청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총 5팀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줄 밴드 ‘크램블’, ‘고영희씌 밴드’, ‘멋쟁이03즈’, ‘지점토’는 저마다의 색깔로 관객들을 만나고, 댄스팀 ‘퍼즐’이 준비한 퍼포먼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번 축제의 총괄을 맡은 삶디 커뮤니티팀 한승하 담당자는 “청소년 동아리들이 그동안 자신의 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