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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말많고 반쪽짜리가 된 노사정 합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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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안이 지난 4일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 등 노사정 3자가 실무협의에서 복수노조는 2012년 7월부터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내년 7월부터 금지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급지급 금지 규정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997년 신설된 뒤 2001년, 2006년, 2010년으로 세 차례 유예된 뒤 13년만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노사정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많은 회의가 열렸음에도 중심점을 찾지 못하던 두 현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등이 모이는 ‘노사정 6자 회의’가 새 협의체로 구성되면서 지난달 25일까지 4차례의 대표자 회의와 7차례의 실무회의 등을 잇따라 열었으나 성과 없이 결렬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두 쟁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해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에 맞서 연대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양 노총이 노동현안에 대해 공식 연대를 선언한 것은 지난 2004년 한미FTA 및 비정규직법 제정 반대를 위한 공동투쟁 이후 5년만의 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한다면 총파업도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한국노총이 복수노조의 경우 전면 허용에서 반대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는 폐기에서 일정기간 유예로 기조를 바꾸고 한나라당, 경총, 노동 등과 4자 회의를 개최하면서 상황은 급변하면서 같은 날 한나라당이 복수노조 허용을 3년 유예하고 노조원 1만명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기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중재안을 제시하자 노사정 3자가 실무협의에 합의했다.
이번 노사정 합의로 복수노조 설립·전임자 임금지급 등 현안이 해결의 접점을 찾았지만 법제화 등 후속 작업에서 파열음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완전 폐기를 주장하면서 노조를 무력화 하기 위한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당장 투쟁본부 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인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노사간, 노노간 이해관계 조율에 실패한 것”이라며 “여야의 복수 법안을 다자협의체를 통해 환노위 단일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향후 노동운동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해관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 일부 의원도 추 위원장과의 반대입장으로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고, 산업계도 노사정 합의사항이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와 관련된 조항은 도리어 후퇴했다며 문제가 되는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13개 중소기업 단체들 또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유급 근로면제 시간을 인정하는 타임오프제를 성명을 통해서 거부했다.
중소기업 단체는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노조전임자로 인해 노동력 손실과 인건비 부담이 과중한 형편”이라며 “타임오프제를 통해 소규모 노조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1~2명의 노조전임자를 보장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 김대모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한 노사정 3자 합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며 “6자 합의가 최선이었지만 그렇다고 3자 합의를 버리고 갈 사안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각 주체가 양보해 결단을 내린 합의인 만큼 합의과정의 정신을 살려 국내 노사관계가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에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에 대한 합의를 내는 것이 최선이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임태희 장관도 “자유로운 논의는 가능하나 처음부터 재논의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무산되면 노사정 합의안을 토대로 행정규칙을 만들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대놓고 말은 못하면서도 힘겹게 만든 노조 전임자 무임금의 원칙이 흔들리게 됐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 주축이 되었던 한국노총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장석춘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산하 조직의 결의안 채택도 잇따르고 있고, ‘지도부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관광서비스노련은 장 위원장 사퇴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식품산업노련도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다.
또한 금융산업노조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고 ▲ 노사정 합의안 거부 ▲ 장 위원장 사퇴 ▲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한국노총 홈페이지에도 지도부를 성토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라는 표현인데 지난 4일 노사정 합의에는 이 말이 들어있지 않았으나 한국노총의 강력한 요구로 막판에 삽입됐다.
자료에 의하면, ILO(국제노동기구)는 1971년에 채택한 제135호 협약에서 “근로자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특히, ILO는 2009년 3월 제304차 이사회 ‘결사의 자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에 관한 문제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이에 관하여 노동자와 사용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섭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ILO는 1998년과 2002년에는 “노조법상 전임자임금 관련규정을 폐지할 것”을 직접 촉구한 바도 있다.
또한 OECD-TUAC (OECD 노동조합 자문위원회)는 한국의 노조법상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규정은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관련규정을 폐지하고 노사자율교섭에 맡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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