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대사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자신들이 유리한 데로 해석하며 있다. 중국은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중이며 일본은 ‘임나일본부설’을 내세우며 한동안 한반도 일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중심이 ‘광개토대왕’의 비문이다.
비문의 가치가 중요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명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석탁본의 가치는 감히 논할 수조차 없다고 할 수 있다. 원석탁본 만 큼 중요한 사료로 인정되는 것이 바로 일본이 청·일전쟁 당시 석회를 발라 탁본한 것이다.
최근 서울에 있는 한 스님이 국내외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1920년경 석회탁본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권혁중 씨의 역사 되찾기의 성과서울시 길동 대관선원 경담 스님이 이 탁본을 소장하게 된 것은 극적이다.
경담 스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권혁중 교수가 1998년 백두산을 여행하던 중 광개토대왕묘의 어깨와 사타구니, 이마부근에 전봇대를 박은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후 해당 전봇대를 없애려고 있지만 중국 공안에 의해 실패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후 3년간 권 교수와 중국과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전봇대를 없앤 것은 중국의 고위 관계자가 한 제안을 하면서부터.
당시 중국 고위 관계자는 “영하 41도가 넘는 백두산을 팬티만 입고 올라갔다 온다면 해결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권 교수는 그대로 시행했고, 결국 묘에 박힌 전봇대를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권 교수의 역사 찾기에 감동한 중국 관계자가 선물한 것이 바로 지금 경담 스님이 보관하고 있는 탁본이다.
일본의 변조흔적 남아1920년 탁본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문은 그 글자가 명확하게 남아있다. 비록 세월을 이기지 못해 종이는 낡고 찢기긴 했지만, 탁본상태를 상당부분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
광개토대왕의 실제 크기는 높이 6.39m로 윗면과 아랫면은 약간 넓고 중간부분이 약간 좁다. 아랫부분의 너비는 제1면이 1.48m, 2면 1.35m 3면 2m 4면 1.46m로 구성돼 있다. 한 글자의 크기는 14~15㎝로 현재 글자의 깊이는 5㎜정도다.
경담 스님이 소장하고 있는 이번 탁본은 세로가 모두 5m60㎝ 가량으로 글자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탁본했다. 또 3면을 제외한 세 방향의 너비가 1m40㎝이고 2면은 1m90㎝에 달한다.
비문은 크게 고려의 건국 내력과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뒤의 대외정복사업의 구체적 사실을 연대순으로 담았고, 능을 지키는 수묘인연호(守墓人烟戶)를 서술해 묘의 관리문제를 적었다.
이 비문에는 일본인이 소위 ‘임나일본부(任那日本附)설’을 주장하기 위해 변조한 것으로 보이는 영락 5년(신묘년, 395년)과 10년(경자년, 400년) ‘왜’와 관련된 내용에 변조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담 스님은 주장했다.
5,000년 역사 세계에 알려야
탁본을 보관하고 있는 경담 스님은 역사를 지키기 위해 인천공항 부근에 선혈의 동상을 건립해 관광객들이 5,000년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탁본에 대해서는 가치를 충분히 알고 후손을 위해 역사적 사료로 간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경담 스님은 “대만이 중국에서 분리될 때 주요 문화유산을 40분의 1로 축소해 자국으로 가져갔고, 멕시코와 중국 미국 등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동상을 공항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세워 관광객에게 알리고 있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시내까지 들어오려면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데 단군과 광개토대왕 세종대왕 등의 동상을 공항 초입부근에 건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탁본관리와 관련해서는 “나는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다른 나라에서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탁본의 진의여부를 확인한 결과 진품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탁본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를 잘 보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