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입적한 법정(法頂)스님은 법랍 55세. 세수 78세다. 불자나 스님들 사이에서도 1993년 열반한 성철 스님에 이어 인지도가 높은 스님이다.
법랍(法臘)은 불가에서 쓰이는 용어로 좌랍(坐臘) ·계랍(戒臘) ·하랍(夏臘) ·법세(法歲)라고도 한다. 다시말해 속인(일반인)이 출가하여 승려가 된 해부터 세는 나이다. 세수는 일반나이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한 법정스님(속명 박재철)은 1955년 당대 선승이었던 효봉 스님(1888∼1966)과 대화를 나눈 후 그 자리에서 불교에 귀의했다. 특히 1975년 송광사 뒷산 불일암을 짓고 홀로 지냈을 당시 산문집 '무소유'를 출간했다.
무소유는 말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법정스님의 에세이 정신은 심산유곡의 불심, 고색창연한 불교 신앙을 오늘의 이 현실로 표현했다.
끊임없이 사랑과 증오의 사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현실에 끌어내 온 것이다. 그는 전통신앙으로부터 거의 절연된 현대의 사상시장에 새로 옷 입힌 불교의 정신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의 글들은 대부분 짤막하여 일상 내지 세속잡사(世俗雜事)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이 편린들을 통해 새로이 발견하는 불교의 현대적 모습이다. 그를 통해 나타나는 불교는 체념과 도피, 초속(秒速)과 허무(虛無)의 그것이 아니라 참여하고 괴로워하며 비판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그것은 이 세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이롭게 바라보고 자기 삶의 확대로 체득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다.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기득권 싸움과 올해 있을 지방선거에 표를 획득하기 위한 세력확장의 모습에서 법정스님의 일대기로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법정스님은 평생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출가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았고, '무소유'라는 말처럼 자신이 창건한 길상사의 회주를 한동안 맡았을 뿐, 사찰 주지 한 번 맡지 않았다.
1970년 초 대한불교신문(현 불교신문) 논설위원과 주필을 맡아 날카로운 필력을 드러냈고, 일화 가운데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에 참여하게 되어 당시 기관원들이 절에 살다시피 하면서 감시는 물론 툭하면 연행해 간 일이 유명하다.
법정 스님은 입적하기 전날에도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라며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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