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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작가와의 만남] 소설 '떨림' 작가 마르시아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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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성 ‘섹스’로 극복”


소설 ‘떨림’ 작가 마르시아스 심의 ‘반(反)성애론’


「그리하여 그녀가 욕조안에 꿇어앉아 내뿌리를 물고 토해내던 울부짖음에 박수를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V자로 꺾어지며 떨어대던 그녀의 알몸을, 어금니를 물고 뿜어대던 더운 콧김을, 원망에 찬 눈빛을, 온 몸에 돋아나던 소름을, 침대 위 아래를
시키는 대로 기어다니던 그 철저한 순종을, 그리고 내 엉덩이를 틀어쥐던 손목의 힘을, 촛농처럼 뜨겁던 음부를, 모두다 축복의 손길로 어루만졌으리라
여긴다」

- 샌드위치 중에서 -


「묵호를 아는가」로 유명한 강원도 동해 출신 작가 마르시아스 심의 연작 단편소설 ‘떨림’(문학동네)은 여덟 개의 매듭으로 이어진 작품으로
출시 1개월만에 서점가에 베스트셀러로 자리굳힘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기자가 만나본 작가 마르시아스 심(42)의 가장 큰 특징은 섹스라는 소재의 선택에서 오는 괴리감(?)과는 달리 글 못지 않은 정갈함과
유쾌함이 보기좋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작가와의 첫 통화 역시 이른 아침이슬처럼 투명하게 울렸고 밀레니엄의 첫 해가 져물어 가는 12월초
평창동 계곡 아래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바로 이런 햇살같은 화사함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다.


‘떨림’출시 1개월도 안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성애소설(?)의 탄생이라고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데…


“약5년의 집필기간을 거치하면서 나름대로 그러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절대 성애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인간이 물질문명화의 거센 물결 가운데 그 존재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써 섹스라는 소재를 택하여 작품을 구상했는데
이것이 잘못 이해되면서 그러한 오류가 발생되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즉, 인간 개개인을 두고 볼 때 혼자일때보다는 마주보는 둘이 섹스라는
행위를 통하여 하나가 되어야 할 충만한 존재로써 나름대로의 완전성을 추구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그리움·외로움·죽음으로까지 이르는 일련의
삶의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주인공의 직업이 소설가이기 때문에 자전적 의미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떻게 한 개인이 그토록 방탕하고 다양한 성체험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어엿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가장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아 왔습니다. 얼마전 제 조카까지도 그런 전화를 해 왔기에 마구 야단을 치기도 했으니까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요. 오히려 내 고향인 묵호를 연상케 하는 바닷가나 고등학교시절의 행적·목욕탕 때밀이까지 해본 경력등이 작품의 여기저기에
등장해서 저를 잘 아는 주변에서나 혹 자전적 작품으로 생각한다면 모를까…”


금번 ‘떨림’을 내면서 필명을 바꾸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마르시아스는 다 알다시피 그리이스 신화에 등장하는 ‘예술을 위해 자신의 껍질을 벗는 내기를 한 피리부는 신 마르시아스’로서 어쩌면 이번
작품 ‘떨림’을 위해 나 자신의 밝히기 어려운 삶의 일부분이 노출될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섹스가 갖는 불완전성의 극복과 거기에서
추구되는 ‘성의 아름다움’을 도출해 보자는 ‘예술을 위해 나 자신의 삶을 건 도박’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 예술적 창조정신 때문에 예술가의 상징이기도 한 마르시아스이지만 내 이미지와도 부합되고 긴 이름이 좋아 필명으로 택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작가만의 문학관이 있다면?


“집필기간동안 인간의 불완전성극복을 위해 섹스라는 소재를 택했고, 지금까지 이어온 서양의 이성주의적 체계속에서도 아직 완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섹스라고 할 때 종교적 관념·윤리관·인문과학적이념등이 바로 이 성을 통해 인간의 탐미주의적 관념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은 저질일 수 있지만 작품만큼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바로 이것 아니겠습니까?”


그랬다. 性愛의 아름다움에 대한 탐닉. 한국문학전통에서는 드물게 탐미주의적 상상력을 추구해 온 마르시아스 심의 작품세계는 이번 소설에서
‘섹스를 통한 인간성회복과 불완전성의 극복’이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모두 8편의 연작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집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여러종류 여성들과의 섹스행적을 따라 가고 있지만, 매 작품마다 넘쳐 흐르는 질퍽한 그 성욕은 있음직한 섹스의 형태를
거치면서도 오히려 그런 가운데 작가가 시도하고자 했던 ‘절박한 삶에의 열망’아니었을까?


그래서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작품을 가득 채우고있는 성욕은 순수한 본능으로서의 생의 의지일뿐 그 어떤 다른 목적도 들어있지않다. 그것은
섹스라는 원초적인 소통의 욕구이며 결국은 하나가 되어야 할 충만한 자기존재를 회복하려는 노력이다’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러한 노력이 이
작품집이 담고 있는 생의 창조적 에너지라고 한다면 틀림 없으리라.


직설적 표현과 독자를 바로 앞에서 흥분시키려고 한 이 소설은 그 원초적 기법과는 달리, 적나라한 성애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오히려
인생에 대한 진지함을 갖지 않는다면 작가가 우리에게 터 주고자 하는 철학적 상념에 상처를 입힐수도 있으리라.


약간은 이지적이면서도 섬세한 얼굴선과 안경너머의 해맑은 눈동자와는 달리 귀에 선듯한 영동지방의 말씨 가운데 삶에의 열정과 진지함을 잔뜩
묻어 놓고 있는 작가는 내년에 선보일 다음 작품을 얘기하면서 스치듯 여운을 남긴다.


“오늘 현대 문학상 수상을 통보받았어요. 전에도 거론된 적이 있지만 ‘떨림’으로 인해 미묘한 시기(?)에 이 상을 받게 되어 한결 기쁘게
생각됩니다.” 이제 ‘떨림’을 세상에 내어 놓고, 작가 역시 가슴 한편에 묻어 놓은 생에의 떨림을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돌리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마치면서 그토록이나 열정적으로 섹스에 탐닉한다해도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는 완벽한 초극의 경지에는 역시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남을 위해 숨어서 울어줄 수 있는 사람, 유머를 베풀 수 있는 삶이 훨씬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요? 섹스란 마지막까지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영원한 삶의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방탕한 성체험을 가진 주인공이 두자매와 차례로 성관계한 이야기<딸기>, 성병으로 아랫도리가 썩어가는 늙은 창녀와 수음하는 고등학생을
엿보는 하숙집여주인의 이야기<샌드위치>, 보리밭에서의 여고생 윤간, 밋밋한 여자들과의 성교, 이혼남을 만나는 유부녀, 서른 아홉
살 남자와 예순 넷 여자의 연애, 자신을 버린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는 처녀와의 정사, 그 끝없는 성욕·성애, 그러면서도 자신은 한번도
상대여성이 허락하기 전에는 사정해 보지 않았다는 작가의 너스레…


작품속의 주인공이야기를 철저하게 ‘있음직한 허구’로 엮어내면서 작가는 그 사이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살짝 얹어 놓곤한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그 전체는 성애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한 젊음의 성장사이며, 감정교육의 시말서”라면서 이것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이땅의 한 에로스가 구성되고 발휘되며 좌절되고 자신을 의미화 하여온 과정의 기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성욕은 순수한 생의 의지’라고 하는 아름다운 성애의 고백…!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통하여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절실한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김승호 기자 <강원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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