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27)의 기세가 무섭다.
정훈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톱타자로 나서 3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 2볼넷으로 팀의 14-5 대승을 이끌었다.
1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정훈은 전준우의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 때 선제 득점을 올렸다. 중계 플레이가 비교적 부드럽게 이어졌지만 정훈의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이 주효했다.
정훈은 2회에도 볼넷을 골라내더니 3회 2타점 2루타로 팀에 6-1 리드를 안겼다. 5회에는 2사 1루에서 노경은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투런 아치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정훈은 "박흥식 타격코치님이 경기 전 스탠스를 좁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주효했다.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공을 돌렸다.
30일 마지막 2타석과 전날 7타석에서 모두 1루를 밟은 정훈은 이날 4타석을 보태 총 13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003년 이호준(당시 SK)과 2007년 크루즈(당시 한화)만이 갖고 있던 기록이다.
정훈은 7회 마지막 타석에서 신기록에 도전했지만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면서 앞선 두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상대 투수 정재훈의 투구가 몸쪽 깊숙한 코스로 향하면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할 뻔 했지만 때마침 발휘된 운동 신경 덕분(?)에 아쉽게 기회를 날렸다.
"타이기록 전까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정훈은 "마지막 타석에서 들어서는데 (두산 포수인) 양의지가 '이번에만 나가면 기록이다'고 알려줬다. 의식해서 그런지 공이 유독 작게 보였다. 몸쪽 공은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다. 맞아보려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 웃었다.
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인 것 같다. 감히 내가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정훈은 주말 3연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톱타자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1번 타순에 기용된 정훈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롯데가 바라던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할대 중반이던 타율은 어느덧 0.329까지 치솟았다.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번 만났던 투수를 계속 만나니 잘 맞는 것 같다"던 정훈은 "감독님께서 믿고 기용하시니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톱타자 기용이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