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31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문화

유쾌한 수다, 쓰고 깊은 뒷맛

URL복사


유쾌한 수다, 쓰고 깊은 뒷맛


부조리극의 대명사 ‘대머리 여가수’ 문예회관에서 재공연



“도대체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신문은 늘 죽은 사람들의 나이를 보도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나이는 보도하지 않거든. 이건 넌센스야. 불쌍한
바비, 미 합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체였지. 죽은지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었어…”

“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돼”라며 골똘한 표정을 짓던 관객들은 차츰 논리를 포기하고 유쾌하게 웃기 시작한다.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 김정옥 연출의 ‘대머리 여가수’(극단 자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돼는’ 대사들로 채워진다. 이오네스코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1950년 파리에서 초연 되었을 때 ‘반연극’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기존 연극의 플롯과 대사 등을 전복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에서는 극단 민중극장에 의해 1963년 11월 반도호텔 ‘다이너스룸’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도 김정옥이 연출을 맡았으며 박근형, 김혜자,
오현주 등이 출연했다. 이후 극단 ‘자유’에 의해 1969년부터 1919년까지 400회 이상 공연되었다. 김정옥 연출가는 “관객들의 반응은
40년 전 초연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첫 공연 때 배우들은 고민이 많았다. “연기를 하는 사람조차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인데
관객들은 오죽 하겠느냐”며 관객의 반응을 걱정했다고. 하지만 공연은 성공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자 77년 이오네스코가 직접 방문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부시’와 ‘힐러리’가 부부, 파출부 이름은 ‘순자’

이번 공연은 등장인물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 등 유명 권력자들의 이름들을 달고 나온 것이 독특하다. ‘부시’와 ‘힐러리’, ‘두환’과 ‘옥숙’이
각각 부부이며 파출부 이름은 ‘순자’이다. 풍자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서? 해석은 자유지만, 연출가는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의미가 없다는 것은 부조리를 말한다. “이름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최고층에도 부조리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머리 여가수’에 정작 대머리의 여가수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징적 의미를 캐내려는 지나친 ‘심각함’은
금물이지만, 관객으로서는 권력자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초연 때부터 호흡을 맞추었던 박정자, 권성덕을 비롯해 권병길, 손봉숙 등의 국내 최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연출가는
“배우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연기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하지만, 뚜렷한 인물의 ‘성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숙한 연기를 요한다. 그런면에서
캐스팅은 훌륭하다. 배우들의 연기를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외에도 황신혜밴드의 리더 김형태가 출연해 마지막에는 멋진 노래도 들려준다.
신인 유밀레의 튀는 ‘끼’도 연극에 활기를 주는 요소다.

한국적이고 새로운 대사들이 추가된 부분도 돋보인다. 속담이나 욕을 부조리하게 변형해 친근한 느낌이다. “한국적 해학과 욕의 미학”이라는
연출가의 변이 상당 공감이 간다.


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통찰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공연은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대머리 여가수’를 숙지하고 있던 관객이라면 예전의 감동을 되씹는 맛이 있을 듯.
특별한 변형이 없어도 원작 자체가 현대적이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신선하다. ‘대머리 여가수’의 묘미는 드라마가 없는데도
난해하기보다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힘을 빼는가’에 있다. 기존의 관념과 질서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에 대입하려고 들면 도저히 풀리지 않는 작품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엽기, 패러디 등 해체에 익숙한 신세대에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무엇보다도 ‘대머리 여가수’의 깊은 맛은 엉뚱한 상황과 대사를 즐기다가 문득 와 닿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통찰’에 있다. 근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불가능, 일상에서 무감각해진 부부관계의 무의미함에 씁쓸해지기도 하고, 굳게 믿던 논리와 진리들이 헛된 망상이라는 깨달음이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부조리극이 어떤 사실적 연극보다 더 사실적이라는 ‘눈뜸’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를 수 있다. 일상은 여타의 연극처럼 정교한 플롯으로
짜여있지 않다. 무의미한 행위와 언어, 착각의 반복일 뿐인 것이다. 공연을 보고 그날 잠자리에서 ‘생에 대한 거대한 부조리’와 마주칠지도
모를 일.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기존 관념을 뒤엎어버리는 해방감이 썩 유쾌한 작품이다.


 









인 터 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겨라”


6차례 걸쳐 ‘대머리 여가수’ 다듬어온 김정옥 연출가


김정옥
연출가는 파리 소르본대 출신으로 한국 연극계의 거장이다.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 회장이기도한 그는 66년 극단 ‘자유’의
창단 멤버로 ‘따라지 향연’ ‘타이피스트’ ‘무엇이 될고하니’ 등의 작품으로 한국 연극사에 굵직굵직한 이력들을 남겼다. ‘대머리
여가수’는 그가 63년부터 6차례나 걸쳐 연출을 맡은, 평생을 다듬어온 역작이다.


- 40년동안 ‘대머리 여가수’를 지속적으로 연출해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번에 10작품 가량을 ‘레퍼토리화’할 계획이다. ‘대머리 여가수’는 그 중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리는 것은,
부조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조리는 시대를 초월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겠나.


-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해석이나 변형이 있다면?

39년 동안 계속 ‘대머리 여가수’를 ‘한국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번에는 더욱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대사가 많이 들어갔다.


- 의상이 독특하다. 컨셉을 말해달라.

한마디로 말하면 부조리를 표현한 것이다. 찢어진 바지에 파란 스타킹의 ‘힐러리’나 앞뒤를 바꿔 입은 ‘옥숙’의 의상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미국적인 냄새를 풍기기 위한 설정이었고, 파출부 ‘순자’의 의상은 ‘정신나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 부조리극이라면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많다. 관객들을 위한 감상 키워드를 제시해 달라.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좋겠다. 교회나 절에 가서 따지면 머리만 아플 뿐이다. 부조리극도 마찬가지다. 편안하게 고정관념들을 비우고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동아제약, 지역주민 대상 ‘사랑나눔 바자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동아제약은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본사 야외주차장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과 동대문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랑나눔 바자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제약이 기부 문화 확산과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하는 자선 행사다. 동아제약은 바자회에서 자사 및 동아오츠카 제품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수익금은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하고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는 동대문구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사용한다. 올해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8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동아제약 건강기능식품(오메가3, 비타민, 유산균, 콜라겐), 구강청결용품(칫솔, 치약, 구강청결제), 펫영양제(벳플), 생활용품(생리대, 염색약, 마스크, 밴드), 더마화장품(파티온), 박카스(얼박, 박카스맛젤리), 동아오츠카 음료(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번 행사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성현인터내셔널(의류), 올포유(의류), 동문엔터프라이즈(식품), 플러스초이스(생활용품), 백조씽크(

정치

더보기
D-3 주말 대회전...이재명 수도·‘중원’ vs 김문수 강원·TK 공략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을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D-3 총력전에 돌입한다. 이재명 후보는 31일 경기·충북과 세종·대전 등 지역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다. 경기 평택시를 시작으로 오산시, 안성시 등에서 유세를 한 후 충북 청주시와 세종시, 대전시 등으로 이동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경기 지역은 유권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충청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한 ‘캐스팅 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대선 전 마지막 휴일인 6월 1일에는 경북 안동·포항, 울산 등 영남권을 찾아 부동층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대선후보는 강원과 경북 동부 지역 등 동해안 권역을 공략한다. 김 후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날 때까지 90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하는 ‘논스톱 외박 유세’에 돌입했다. 김 후보는 이날 강원 홍천을 시작으로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등으로 이동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후 ‘보수 텃밭’ 경북으로 이동해 울진, 포항, 경주를 찾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필립모리스, 영남 산불 피해 복구에 2억여 원 성금 기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필립모리스는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2억여 원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사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총 2억 169만 원의 성금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 열매)에 기탁했다. 회사 측은 이번 기부가 산불 피해 지역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복구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탁된 성금은 최근 심각한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경남, 울산 지역 이재민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구호물품 제공, 임시 주거 환경 개선, 심리 상담 등 회복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한국필립모리스의 생산공장이 피해 지역인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해 있어, 이번 기부는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기부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뜻깊다. 지난 한 달간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에 회사가 기부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전달식에 참석한 김주한 한국필립모리스 대외정책부문 전무는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

문화

더보기
청소년동아리 ‘삶디동’ 축제 ‘노리터’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는 5월 청소년의 달 특별행사로 5월 31일(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삶디 앞마당에서 삶디 동아리 축제 ‘노리터’를 연다. 본 행사는 삶디 청소년동아리 ‘삶디동’과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가 공동 기획했다. 각종 체험과 공연이 있고, 시민 누구나 당일 참여 가능하다. 체험부스는 시각디자인, 피규어, 요리, 목공 등 다채로운 분야가 있다. △태블릿으로 스티커 제작하기 △푸어링 아트로 피규어 만들기 △비건 디저트 먹고 시식평 남기기 △초코펜으로 쿠키 꾸미기 △나무 소품 만들기 △뮤지컬 주인공 되어보기 △페이스 페인팅 그리기 △스냅 사진 찍기 △오늘의 운세보기 △책갈피 만들기 △음악 추천받기 △북바인딩 노트 만들기 등 모두 15가지다. 별도 신청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총 5팀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줄 밴드 ‘크램블’, ‘고영희씌 밴드’, ‘멋쟁이03즈’, ‘지점토’는 저마다의 색깔로 관객들을 만나고, 댄스팀 ‘퍼즐’이 준비한 퍼포먼스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번 축제의 총괄을 맡은 삶디 커뮤니티팀 한승하 담당자는 “청소년 동아리들이 그동안 자신의 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