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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땅콩회항’ 조현아, ‘항로’ 해석이 운명 바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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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로변경죄’ 입법목적은 ‘비행기 납치 처벌’ 에서 유래
‘계류장’특수성 인정…法 “계류장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회항 일어나”

[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 144일 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엔 항소심에서 항공보안법상 '항로(航路)'에 대한 판단이 바뀐 점이 주효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2일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방해·강요 및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항 당시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를 돌린 '17m'의 거리는 1심에선 항로로 인정됐지만 2심에선 항로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로'의 사전적 의미가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항공보안법에 항로의 사전적 의미를 변경·확장했다고 볼 수 있는 뚜렷한 근거가 있는가"를 쟁점으로 삼았다.

◆‘항로변경죄’ 입법목적은 '비행기 납치 처벌'에서 유래

재판부는 먼저 '항로변경죄'가 입법된 배경을 찾는 데 주력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항공보안법 42조는 '위계·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1974년 항공기 납치범죄를 벌하기 위해 제정된 '항공운항안전법'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지상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테러리스트 등의 위력으로 항공기가 운항지를 변경할 경우'를 처벌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봤다. 이는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이 항소심 공판 내내 주장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항공기 범죄에 관한 '도쿄 협약'과 불법납치 방지를 위한 '헤이그 협약', 민간 항공기의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몬트리울 협약' 등은 각각 '시동이 걸린 순간', '외부 문이 폐쇄된 순간', '비행 전 업무 준비 시'부터 항공기의 운항이 시작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항공기가 지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더라도 항로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항공기의 이동경로가 항로에 속하느냐' 여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위가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이뤄졌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국제 협약들만으로 항공보안법상 항로 개념을 확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계류장' 특수성 인정…法 “계류장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회항 일어나”

'땅콩 회항'이 이뤄진 장소가 활주로가 아니라 계류장이었다는 점도 항로변경죄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계류장은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에 토잉카(비행기를 미는 견인차)의 견인을 받아 유도로로 이동하는 공간이다. 통상 지상안전요원이 이 과정에서 항공기 견인을 지휘한다. 토잉카의 견인을 받는 동안 항공기는 자체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회항이 발생한 '계류장'은 특정한 경로 없이 항공기가 토잉카 견인을 받아 유도로로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기장 등의 판단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운 회항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2012~2014년 대한항공 국제선의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 횟수가 총 395건에 이른다는 변호인 측 자료 역시 이 같은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램프리턴은 기상악화, 항공기 정비, 비행기 공포증 등으로 인한 승객의 하기(下機) 등 다양한 사유로 이뤄졌다.

◆항공보안법상 '항로'…대법원 판단 받을까?

'땅콩 회항' 사건은 법조계 내에서도 유무죄 판단과 양형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받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 '항로'의 개념은 아직 명확히 의미가 규정되지 않아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아직 법적인 의미가 확립되지 않은 '항로'를 지상로로 확대해 항로변경죄를 토대로 실형을 선고한 1심 판단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다시 지상 이동로도 항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항로변경죄가 징역 1년을 하한으로 정한 점에 미뤄 1심 재판부의 양형이 마냥 지나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항소심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했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이 사건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상고심에서 '항로'의 의미가 재정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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