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08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문화

그들도 사람이었다

URL복사



분단현실과 비전향장기수 문제에 대한 빛나는 통찰력 ‘송환’



비전향장기수 노인들과 함께 한 12년간의 기록을 담은 ‘송환’은 작지만 큰 영화다. ‘한국전쟁과 그 후유증’에 대한 블록버스트들이 ‘스펙터클하게’
전국을 휩쓸고 있는 지금, ‘시기 적절하게’ 등장한 ‘송환’은 피투성이 전투장면 없이도 분단 참상을 생생히 전달하고, 설경구나 장동건
없이도 캐릭터 하나 하나를 가슴에 새기게 하는 놀라운 다큐멘터리다. 더욱 빼어난 점은, ‘송환’의 진정성이 정치적 메시지보다 인간에 대한
탐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감성 드라마

‘송환’은 겉보기에 ‘불편한’ 작가영화처럼 보인다. 일반적 선입견은 ‘송환’이 전향 공작의 잔인성과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 운동에 대한
치열한 계몽영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소재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오해가 빚어낸 편견이다. ‘송환’은 현실 직시를 강요하는
무거운 고발 선전물이 아닌, 만남과 이별에 대한 한 편의 감성 드라마다.



실천적 다큐집단 ‘푸른영상’의 대표이자, 한국 다큐 1세대인 김동원 감독은 영화 전체에 자신의 목소리를 깔아 개인적 심리와 가치관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자기 고백적인 1인칭 시점은 최근 다큐계의 세계적인 흐름인 ‘오테르(auteur·작가)다큐’의 특징이기도 하다.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담담하다. 처음에 ‘간첩’이라는 존재에 두려움과 호기심을 갖던 감독은 서서히 비전향장기수 노인들에게 인간적
교감을 느낀다. 자신의 자녀를 손자처럼 귀여워하는 남파 간첩 조창손(72)에게 정을 느끼고, 구둣발에 찍힌 고문의 상처를 보여주며 “구두
만드는 사람은 끄트머리를 좀 말랑하게 하란 말야”라며 웃는 김영식(72)의 얼굴에서 천진함을 확인한다.



하지만, 거침없이 ‘김일성 찬가’를 부르는 조창손의 모습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납북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신인영(72)의 단호한 태도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감독은 맹목적인 그들의 고집과 이데올로기의 차이 등에서 오는 괴리감 또한 숨기지 않음으로써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사상의 자유를 위해 나는 함께 싸울 것이다’는 볼테르 경구의 당위성을 구체화한다.



감독이 그들과 갈등을 겪고 아픔을 끌어안으며, 차이를 넘어 인간적 유대감을 나누는 과정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북으로 돌아간 조창손
선생이 김동원 감독을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하는 장면의 폭발적 감동은 인간관계 사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축적하는 1인칭 다큐의
힘이다.


가공되지 않은 진실의 위력

‘송환’은 한반도의 뒤틀린 역사와 분단현실에 대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폭력과 저항이라는 인간 속성과 권력에
의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철학적 문제까지 무리 없이 포괄한다.



5명에게 동시에 매를 맞으며 6백대까지 헤아리다 정신을 잃었다는 증언이나 딸 이름으로 된 편지, 포르노 잡지를 동원한 정신적 고문 등
이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무엇이 그들을 견디게 했을까? 감독은 전향공작의 폭력에서 그들을
버티게 한 근본적인 힘은 바로 전향공작의 폭력성 자체라고 진단한다. 굴복하지 않는 저항 정신은 비인간적인 폭력에서 인간이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던 것이다.



대한뉴스, 반공드라마, 북한 선전물 등의 캡쳐를 통해 ‘송환’은 권력자가 어떻게 역사와 대중을 움직여왔는지를 읽어낸다. 그리고 뉴스와
신문보도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역사의 흐름에 녹여낸다. ‘송환’은 때로 한반도의 비상식적 정치상황에 대한 블랙코미디로,
때로는 신념을 위해 극한 고통을 견디고 50여년만에 귀향한 늙은 혁명가의 일대기로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며 풍부한 주제를 풀어낸다.



다시 말하지만 ‘송환’은 결코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극장을 찾는 대다수의 소시민, 혹은 정치적 투쟁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진 신세대일지라도 ‘송환’에서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여교사를 강간한 뒤 자신들을 이해해달라고 응석부리는 마초들의 값싼 눈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송환’의 투박한 영상에 담겨 있다. 얄팍한 감정을 자극하는 최루성 영화가 조미료 범벅인 인스턴트라면,
‘송환’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이다.



‘송환’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 진출, ‘표현의 자유상’을 거머쥐는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또한, 예술영화관
협의체 ‘아트플러스와 독립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가 공동배급을 결정, 저예산 영화 배급에 대한 대안적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New Movie

노인들의 코믹로망·고독이 몸부림칠때

감독 : 이수인 / 주연 : 주현, 송재호, 양택조


경남 남해군 물건리의 반농반어 마을에 사는 호방한 사나이 배중달의 인생목표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늙디늙은 노총각 동생 배중범을
장가 보내는 것과 새로 시작한 타조 농장사업의 번창이다. 중달의 타조 농장이 눈에 가시인 옆집 사는 조진봉은 배중달에게 있어
둘도 없는 앙숙. 진봉이 부숴버린 타조 울타리에 화가 난 중달은 오늘도 진봉과 한판 붙는다. 이때, 물건리에선 찾아보기 힘든
자태곱고 단아한 노부인, 송인주의 등장으로 사내들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푸른 거인이 지배하는 환상의 별·판타스틱 플래닛

감독 : 르네 랄루


푸른 거인(트라그)들이 지배하는 이얌 행성. 이곳에서 작은 인간(옴)들은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처럼 취급된다. 아기 옴 테어는
어린 거인들의 장난으로 졸지에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되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거인소녀 티바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목걸이를 채우고 기르는 것은 여느 거인들와 마찬가지지만, 티바는 테어를 친구처럼 아끼고 사랑해준다. 테어는 우연한
기회에 티바가 공부하는 헤드폰을 통해 거인들의 지식을 전수받게 되고 그들이 독점했던 우주의 질서와 비밀스런 정보들을 알게 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이재명 “모두의 대통령...통합·실용 강조”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추경, 대미 통상 등 긴급한 경제현안을 점검했다. 李, “박정희·김대중 정책 모두 필요”...통합·실용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를 통해 국민대통합과 민생·경제 회복과 실용 기조를 앞세운 국정 운영 방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을 넘어 실용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지금 즉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 경

정치

더보기
정무수석 우상호·민정수석 오광수·홍보수석 이규연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우상호 전 의원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에는 오광수 변호사, 홍보소통수석에는 이규연 전 JTBC 고문을 각각 발탁했다. 신임 우 정무수석은 민주당의 대표적 86그룹 정치인으로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서 4선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탄핵을 이끌었고, 2022년 대선 패배 뒤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계파 간 갈등을 중재했다. 이 대통령이 중량급 중진을 정무수석에 앉힌 건 국회와의 소통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을 주도할 민정수석에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 특수통 오광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오 신임 수석은 검찰 재직 대부분을 특수수사팀에서 보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검찰 특수통 출신이라는 점에서 친정을 향한 고강도 개혁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 수석 인선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 “사법 개혁은 법으로 하는 것이다. 오광수 수석의 사법 개혁 의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임 홍보소통수석은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