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2.5℃
  • 구름조금강릉 2.8℃
  • 구름조금서울 -2.2℃
  • 구름조금대전 1.1℃
  • 흐림대구 1.9℃
  • 흐림울산 3.3℃
  • 구름많음광주 2.2℃
  • 흐림부산 5.3℃
  • 흐림고창 1.2℃
  • 흐림제주 7.5℃
  • 구름조금강화 -2.2℃
  • 구름많음보은 0.1℃
  • 구름많음금산 0.3℃
  • 흐림강진군 2.8℃
  • 흐림경주시 2.3℃
  • 흐림거제 5.7℃
기상청 제공

인물

“문화재 복원은 국민적 관심이 중요”

URL복사

“문화재 복원은 국민적 관심이 중요”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신응수


국의
한을 읊조리던 세월. 그 시간의 강이 흘러 흘러 이제 2009년이면 조선 건국과 함께 창건된 경복궁의 공사가 완공된다. 경복궁은 외세에
의해 훼손된 조선왕궁의 정궁으로 궁궐문화재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유난히도 상처가 많았던 경복궁의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적 상징성을 복구하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지금까지 ‘도편수’로 작업 중인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신응수 대목장(大木匠). 그 동안 불국사, 창경궁, 수원성, 안압지, 상춘재, 오대산 월정사, 단양 구인사, 무량사, 안동 하회마을
등 꼼꼼한 그의 손길로 다듬어낸 복원물들이 즐비하다. 대목장은 궁궐이나 사찰, 가옥을 짓는 목수를 일컫는 말로 나라에서는 이 기능을 높이
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


경복궁 복원이 자연을 훼손한다?

일제에 의해 훼손, 변형된 경복궁을 복원. 정비하기 위하여 5대권역으로 나누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만찮은 목재의 수급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의 복원을 위한 목재수급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신응수
씨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다. 우리나라는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수종갱신’이라는 것이 있다. 수종갱신은 수명이 다하거나 효용가치가 없는
나무를 벌목하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다시 심는 일을 말한다. 그 동안 경복궁 복원에 사용된 나무들은 바로 ‘수종갱신’을 통해 벌목된
목재이다.

신응수씨의 나무 사랑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1990년 청와대 관저를 지을 때 이야기다. 그 당시 국가에서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에 ‘쓸만한’
목재가 없어 외송(수입송)을 써서 건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쓸만한 재목들이 있는 곳을 대충 알고 있던 신응수씨는
관계자를 대동하여 질 좋은 국산 소나무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키고 우리 것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작업당시 그는 “좋은 나무를 찾고 벌목을 하려면 길도 없는 산속에서 몇 일씩 야영하던 생각이 납니다. 산속의 추위를 텐트 따위로는 버티기
힘들죠.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간이 기둥과 서까래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보온덮개와 천막으로 마무리 하여 생활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하였다.


전통을
고집하던 나의 스승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되어 그 능력을 국가에서 인정 받은 신응수씨에게 참 고마운 스승님이 계시다. 바로 조원재, 이광규 선생님이다.
요즘처럼 편리한 기계시설이 없던 때에는 무엇이든 수작업을 해야 했다.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생각했던 시절.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하던 스승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신응수씨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유인즉슨 공사에 들어가는 목재들을 재단할 때 일일이 자를 대고 자르는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스승님과, 플라스틱과 같은 것으로 목재를 빙두른
다음 선을 그어 잘라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자 했던 인부들간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우리 방식대로 편하게 작업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보시면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항상 계시지는 않았지만, 불쑥 찾아오셔서 선생님 지시대로
작업되고 있지 않을 때는 등에 진땀이 날 정도로 혼쭐이 났었죠. 사실 전통방식은 능률이 잘 오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만 현대적인
방법을 접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싶어서 몰래몰래 작업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죠.”

하지만, 그 스승의 그 제자라고 신응수씨의 전통 예찬은 스승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집을 짓는 것은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 가짐이 내가 짓고 있는 집에 그대로 표현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직접 깎고 다듬으면서 내가 느끼는 바를 표현해
내야지,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략해버리면 안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조원재 선생님에 비해 이광규 선생님은 거의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셨죠. 불국사 복원 공사 때도
무언으로 작업에 대한 평가를 대신하셨습니다. 조선생님에 비해 어느 정도 현대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융통성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이제 예전의
스승과 같은 나이가 된 신응수씨에게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계신 두분의 모습이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돈에
얽매이지 않아야 장인


전통 양식의 건물 복원, 중건이라는 흔하지 않은 일에서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다. 옛것을 소중히 하는 장인의 숨결이 중요무형문화재라는
‘국가적 인정’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본다. 자제분들에 대해 여쭤보았다. 하시던 일을 대를 이어 시키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했다. “현재
큰 놈은 강원도에 있는 제재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죠.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은 놈은 군복무 중입니다.
대학도 이 일과 관련된 과에 다니고 있습니다만, 아직 어리기도 하고, 큰 놈과 마찬가지로 지켜볼 작정입니다.”

16살 어린나이에 목수 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때와는 많이 다른 지금 신응수씨는 앞으로 우리나라 전통가옥, 사찰, 왕궁 등을 복원하는데
정열을 쏟아 부을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자신이 배웠던 전통방식 그대로이다. 다행히도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서 이 일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진정한 장인이 되기 위한 기본 실력과
마음가짐이 없이는 가기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장인은 돈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배운 그대로를 전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쉽게 갈려고 하는 마음을 가져선 안됩니다.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는데도 오히려 돈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통의 맥은 끊어지고,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이 없어집니다. 그런
사람은 장인이 아닌 그냥 업자일 뿐이죠.”

이런 이유로 장인정신이 없는 사람들의 공사는 안타까운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 유산들을 유지하고 후손들에게 계승하려면, 옛 것을 복원하는 장인들이 있어야 겠지만, 그에 앞서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문화재에 대한 지역국민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수십년 세월 동안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한 경험과 노력에서 나온 결론적 해답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문화적 현상이 우리 고유의 전통을 흡수하기 전에 그 맥을 이어줄 장인정신이 계승되길 기대해 본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