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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 올매나 좋노! 그 고매운 맴 우짜몬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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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으면 당신이 웃을 수 있고, 당신이 웃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웃을 수 있습니다” 이 겨울 대선의 매서운 칼바람마저 채 닿지 않았을 경남 남해군의 작은 마을에 훈풍이 불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로 향하는 따뜻한 바람이자 채 사그라지지 않았던 그런 인간의 온기였다. 거의 일년 전인 2007년 1월의 겨울. 뜻하지 않은 화재로 노구의 두 영혼이 추운 거리로 나앉게 되었을 때, 세상의 온기가 아직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경남 남해군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이다.
매서운 겨울, 화재로 전소된 할머니의 집
지난 9월 21일, 남해군 이동면 초양마을에 잔치가 난 듯 여러 사람이 몰려들었다. 바로 화재로 집을 잃은 장봉순(84), 최영악(81) 두 할머니의 새 집이 지어져 남 못지않게 버젓한 입택식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이 올매나 좋노! 그 고매운 맴 우짜몬 좋노, 우짜몬 좋노…” 화재와 경매로 집을 잃고 시름 속에 어려운 노후를 보내던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 두 명이 추석을 맞아 생애 가장 큰 선물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비로 황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두 할머니는 올 추석 연휴 직전에 ‘사랑의 집 짓기’후원을 통해 깔끔하게 지어진 새 보금자리를 추석 선물로 받고 각계인사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렇게 입택식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희망마저 불태워버린 화재의 기억이 매 순간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최영악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큰아들과 함께 살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지난 2001년 자신이 갖고 있던 집과 논밭이 경매에 넘어가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 지난 2004년부터 같은 마을에 홀로 사는 장봉순 할머니 집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 하지만 두 할머니의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두 할머니가 동고동락 3년째인 지난 1월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장 할머니의 집이 화재로 온통 불타버리면서 이들 두 할머니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후 최 할머니는 부산에 있는 친척집과 동네 할머니 집 등을 옮겨 다녔고, 장 할머니는 같은 마을에 사는 외동딸과 이웃집을 전전해 왔다.
이 원인 모를 화재로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장봉순, 최영악 두 할머니는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이 없다는 것에 가뜩이나 황혼이 드리워진 마음에 큰 구멍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기초생활수급자라고 정부에서 보조하는 최저생계비와 몇 푼 노인수당이 소득의 전부인지라 다시 집을 짓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헌데 화재현장에 출동했던 진주소방서측에서 e-아름다운기금에 지원요청을 하면서 희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십시일반 쌓아올린 마음의 벽돌
아무리 팔순의 할머니들이라 하지만 독립된 따로의 생활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방을 2개 지어드린다 했더니 “이승보다 저승이 가까운 할머니들에게 나랏돈을 이렇게 함부로 써도 되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사실 돌아보건대 그들의 이런 욕심없는 마음이야말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팔순 할머니의 얼굴들이 평온해 보이는 이유이겠지만 말이다. 먼저 남해군이 이들을 위해 팔 벗고 나섰다.
남해군은 우선 이들을 ‘사랑의 집짓기 사업’ 대상자로 선정, 보조금 2천만원을 투입하고 외부 도움의 손길 등을 받아 연건평 48㎡ 규모의 작고 아름다운 조립식 집을 지어주기로 한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 할머니’를 위한 이 ‘사랑의 집짓기’에는 장남인(전 재부산 남해향우회장)씨 등 독지가들과 이랜드복지재단인 ‘e- 아름다운 기금’, 그리고 남해군내 각 기관단체 및 초양마을주민 등이 동참했다.
그렇게 남해 초양마을의 ‘한 지붕 두 할머니’ 가족 새 집이 지어지던 날, 이 ‘사랑의 집’ 입택식에는 하영제 남해군수와 면내 기관단체장, 자원봉사, 마을주민과 아름다운 기금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 새로 지은 주택의 열쇠함과 ‘사랑의 집’ 표지판을 달아주고 그들 할머니들의 행복한 삶을 기원했다.
이날 동네 부녀회에서는 앞치마를 질끈 둘러매고 행사를 도왔고, 화재 시 손실한 가재도구는 마을 주민들이 알음알음 모은 돈으로 구입하여 거의 다 충당이 되었다. 집 한 켠에 쌓아 올려진 휴지, 세제, 가스렌지, 이불세트를 보니 두 할머니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하늘에 닿는 듯 했다. 찾아오는 가족도, 그간의 보금자리도 다 잃어버린 팔순의 두 할머니에게 이제 소망이 있다면, 이제 아무 일 없이 그저 평온하게 삶을 살아내는 것 일게다.
“여긴 바람이 잘 통해서 참 좋아…”
현관문 앞에 앉은 장봉순 할머니가 바닥을 손으로 쓱 쓸며 말한다. 이렇게 새 집이 지어져서 너무 좋다는 말일 게다. 모두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때라서 꼭 안아드렸더니, 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시다. 부디 이제는 텃밭에 채소를 재배하며 하루하루 사는 소소한 기쁨이 새로 지어진 집에 가득가득 담겼으면 좋겠다는 소망 한 마디를 두고 떠났다.
그날 입택식에 모인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겉으로 보면 하나같이 무채색처럼 보이는 이들이지만, 이 모두의 노력으로 인해 두 할머니 얼굴에 편안한 웃음이 자리잡게 되었음을 생각하자, 산타클로스는 결코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 새 집에서 부디 오래오래… 사세요!”

E-아름다운기금이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화재 등 재난, 재해 이웃의 경제적, 심리적 재건을 목적으로 이랜드복지재단이 아름다운재단에 10억을 기부하여 운영되는 순수민간기금으로 자연재난, 화재, 붕괴, 폭발에 의한 주택복구비 및 의료비로 개인 최대 5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단 지원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및 2007년도 기준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차상위 150% 이하)에 해당하는 재난 피해 가정에 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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