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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벤트만 있고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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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만 있고 정책은 없다

지하철 벽화 철거 둘러싼 한국 공공문화의 현실


 


공공예술의
꽃을 피웠던 ‘지하철 문화’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행사와 시설은 쏟아졌지만, 정작 공공문화서비스에 대한 의식과 시스템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최근 을지로 3가역 2, 3호선 환승통로 벽화 철거 결정은 정부의 문화정책과 공공미술의 현주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의 벽화 ‘서브웨이 코믹 스트립’은 이동기 작가의 ‘아토마우스’와 강영민 작가의 ‘안티히어로’ 캐릭터들이 엇갈리게 배치된 만화적인 그림이다.
단순하고 원색적인 표현, 엽기적인 묘사와 설정이 파격적인 작품으로 지난 2000년 9월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미술행사 ‘미디어시티 서울 2000’에
출품했다가 역에 영구 설치로 기증된 것이다. 미국의 미술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와 일본의 후꾸오까 미술관
뉴스레터에 소개될 정도로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작품이 공개된 초기부터 항의성 민원이 들어와 한 달에 1∼2건
정도가 꾸준히 접수됐다고 밝혔다. 공사 사이트 게시판에서도 “그림이 너무 황당하네요”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쁩니다” 등의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급기야 지난 7월 누군가 검정 스프레이로 그림 중간 부분에 선을 긋고 ‘다시 그려’라는 글씨를 쓰는 등 작품을 훼손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훼손된 작품을 방치한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공사측과 작가는 작품 복구 문제로 몇 차례 논의를 가졌다.

공사측은 복구비용을 작가 부담할 것을 제안했지만, 작가는 “벽화제작 전문회사를 불러야 할만큼 규모가 큰 작업이기 때문에 사비로 복구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결론은 철거였다.



구조적인 장치 필요



공공미술이 대중의 거부에 의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경우도 겉보기에는 시민의 불만에 의해 작품이 훼손됐고, 항의성 민원이
많았다는 점에서 대중이 작품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공공미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공공미술의 주인은 ‘공공’이다. 작가나 관공서도 결정권을 가질 수 없지만, ‘일부’
시민을 주인으로 추정할 수도 없다. 민원이 접수됐다고 해도, 그것이 작품에 대한 대중 전체의 정서라고 결론 내릴 근거가 없다.

공공미술 전문 기획사 ‘아트 앤 컴퍼니’의 이지미 실장은 “취향은 다양하기 때문에 논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은 간단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작품의 존폐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실장의 지적이다.

공공미술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주민 의식을 반영하는 위원회가 존재한다. 작품을 제작하기 전부터 시민 정서가 반영되고, 작가 또한 그에
맞게 선정된다. 도시철도공사만 해도 사전 여론조사를 종종 하고 있다. 이동기 작가도 보다 상식적인 절차를 원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사측에 의견을 말해 보았지만 매우 난감해하는 반응이었다”는 것이 이 작가의 설명이다.


대중의 정서를 설문 등을 통해 일반화시킬 수 있다고 해도 갈등의 요지는 있다. 예술의 특성상 대중성만을 고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품이
지닌 잠재적 가치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해당 도시의 상징이 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초기에는
시민과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아 철거 위기를 겪었다.

이 작가는 “백년 후에 세계적인 걸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 지금의 ‘합의’에 의해서 철거되어 버릴 수도 있다”며, “섣부른 판단으로 작품을
파괴하는 것보다 잠재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사회 각 분야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실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 또한
“위원회가 대중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히 작가와 대중의 거리도 좁혀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갈 길 먼 관공서와 시민 의식



관공서는 이벤트 위주의 전시행정에만 힘을 쏟고, 제도 마련 등의 근본적인 문화 발전 대책에는 무관심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작품 관리에
대해서도 “보초를 세울 수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는 것이 공사측의 입장이지만, 시민을 위해 상업적 목적 없이 제작된 작품의 복구비용까지
작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 또한 납득할 수 없다.

‘미디어 시티 서울 2000’ 행사도 외국 작품의 대여료에 엄청난 돈을 쏟으면서도, 국내 작가에게는 터무니없이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다. 국내 미술의 발전은 염두에 두지 않고, 겉보기 화려함을 우선적으로 따진 결과다. 이 실장은 “비슷한 논란들이 쌓여서 합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며 “공공미술 초기단계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3호선 충무로역의 영상미디어 복합센터 ‘활력연구소’도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드러내는 사례로 떠올랐다. ‘활력연구소’는 역사 내의 공공영상시설로,
2001년 서울시가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위탁한 사업이다. 다양한 첨단미디어를 서민에게 제공한다는 면에서 기획단계부터 주목받았다.

하지만, 운영비 지원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독립영화협회간의 의견이 엇갈려 간판만 걸어놓은 상태로 3달간 개관이 지연돼왔다. 서울시는 “운영기관이
수익 규모에 맞춰 꾸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독립영화협회는 “공공문화 서비스를 지하철역 가판대와 똑같이 처우하는 것은 기막힌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독립영화협회를 비롯, 문화개혁시민연대, 영화인회의, 민예총 등 문화단체는 “서울시가 대형 이벤트에만 혈안이다”며, “시민 가까이 있는 문화
공간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근시안적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립영화협회는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문화정책 부재의 서울시를 고발한다는
취지로 30일 오후 5시 개관을 결정했다.

‘문화 정책에도 돈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쯤은 관공서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인지한 상태가 아닌,
수치적인 효과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더욱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관공서의 마인드 보다 대중의 의식이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페인트칠을 하는 행위가 용납되는 사회에서 시민 문화가 꽃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공문화에 대한 제도와 합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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