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9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갤러리] 삶과 죽음, 극과 극의 조화

URL복사


시사뉴스





'괴짜 외설 사진작가'아라키 노부요시

국내 첫 전시회

삶과 죽음 극과 극의 조화


 


외설시비로
유명한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국내 첫 전시회가 내년 2월23일까지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아라키는 전시 때마다 여성
성기를 드러내거나 여체를 로프로 묶은 장면을 연출한 사진으로 이슈를 몰고 다녔다. 그의 사진은 포르노그라피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유명세를 덜 치뤘을 것이다. 아라키 사진의 진정한 철학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삶과 죽음의 경계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 20년 동안 한국을 방문해서 찍은 사진들인 ‘서울스토리’와 에로스(사랑본능)와 타나토스(죽음본능)를
동시에 포착한 ‘에로토스’, 욕망을 찍어낸 듯한 ‘꽃’과 ‘음식’ 사진 등 1,500여 점이 전시된다.



생에 대한 강렬한 욕구



무덤 옆에 짧은 치마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여자가 내팽겨쳐 있다. 묻힐 자리도 없는 듯 아무렇게나 버려져 메마른 바람에 국화만이 지켜본다.
외로운 죽음이다.

아라키 사진에 나타나는 이 같은 이미지는 도쿄 북동쪽의 홍등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아라키는 늙고 병든 창녀들이
죽은 후 연고가 없어 사창가 근처에 그냥 묻히는 것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강렬한 느낌을 체득했다고 한다. 홍등가는 살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삶의 터전이자 무덤이 있는 죽음의 장소였다. 생과 사, 이 극과 극의 경계는 그의 사진에 자주 나타난다. 1990년 아내 요코가
죽은 후 이러한 성향은 좀더 노골적이고 난폭한 모습으로 변한다. ‘킨바쿠’(로프로 묶기) 시리즈가 그것이다.

밧줄에 묶여 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자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평온해 보이고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인간의 성적 욕망과
이면에 드러나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우러진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라키의 작품을 외설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쇠사슬에 묶여 천장에 매달리고 가죽끈으로 온몸을 압박당한 누드의 여자 사진도 마찬가지다. 가죽끈 사이사이에 꽂힌 수저와 포크는 죽음의 극한
상황 속 느껴지는 식욕, 나아가 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의미한다. 죽음의 선상에서 식욕과 성욕, 생욕을 배치하고 결합하는 것이다.

침대에 두손이 묶인 채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을 응시하고, 길에서 깨진 수박을 먹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욕구가 강하게 전달된다.
삶과 죽음의 이미지가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공허한 도시 속 희망 찾기






여성을 통한 의미부여 외에 아라키는 카메라를 펜으로, 필름을 일기장으로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1982년 첫 방문 후 20년 동안 7차례
오가면서 찍은 사진 속에 80년대에서 2000년대 지금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있다. 너무나 빨리 산업화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진다.
그는 재개발지역과 재래시장 사람들, 군밤장수, 노숙자 사진 등을 통해 도시화 뒷자락에 있는 대상들에게 애정을 표한다. 공허한 도시 속 희망
찾기인 셈이다.

황폐한 도시 건물을 배경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데뷔작 ‘사친’과 올 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본인의 얼굴’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 프로젝트는 전국을 돌며 수만명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 작업으로 다채로운 표정의 군상을 통해 일본인의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다. “장기불황으로 어두워진 일본인의 얼굴에서 활기있는 표정을 끌어내는 것이 승부”라고 아라키가 말했듯이 그는 우울한 일상
속에서 빛을 찾고 있는 것이다.



낯익음을 낯설음으로



사진 속 주 대상이 사람이지만 사물을 통한 감정 표출도 시도한다. 꽃과 음식을 통해서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강렬한 색채와 윤기나는
음식의 사진들은 먹고싶다는 충동을 비롯한 다양한 욕망

을 불러일으킨다. 꽃을 클로즈업한 사진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색깔과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은 관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면서 낯익은 것들을 낯선 이미지로 다가오게 한다.

익숙한 사물로부터 생소함을 찾는 그의 노력은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어울리지 않는 광고 표지판과 양식을 알아볼 수 없는 웨딩홀, 가위로
갈비를 자르는 모습 등 우리에게는 스쳐지나간 일상을 신선한 충격으로 내던진다. 문득 매일 사용하던 숟가락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처럼.

아라키의 다양한 작품 소재는 그의 작품이 단지 ‘외설’과 ‘도발’로만 읽혀지는 것을 막는다. 여성의 몸과 섹스를 통한 ‘에로티시즘’이 담겨있는
것은 사실이나 삶과 죽음, 희망, 사물의 이면 등도 나타난다.

그는 국내 첫 전시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화해도 시도한다. 각 국의 하늘을 찍은 1,000점의 폴라로이드 ‘천공’은 “동경의 하늘과 서울의
하늘은 하나”임을 말한다. 늘 극과 극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아라키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인 것이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 공정 재판 vs 입법독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한국최초! 바티칸 교황청 초청으로 AI 시대 청소년 보호 제안 연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TF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유일한 한국 연사이자 전 세계 NGO 최초로 2025년 9월 11일~12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교황청 신학학술원 국제세미나에 공식 초청받아 패널 연사로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임명받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교황청 신학학술원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았다. 교황청 국제세미나는 “창조, 자연, 환경,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종교·학계·문화·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인류와 피조물의 공동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황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도덕적 위기에 함께 맞서며 평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피조물(생명)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BTF 푸른나무재단 박길성 이사장은 ‘피조물의 찬가 –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옹호(청소년 위기 문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지난 30년간의 재단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와 AI 시대의 새로운 폭력 대응 과제의 시급성을 공유하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 마련을

문화

더보기
추석 연휴 끝자락 ‘여유작 콘서트’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 연휴 끝자락에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여유작 콘서트’는 가을 하늘 아래 국악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힐링 콘서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도심 속에서 국악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중 친화적인 색깔로 사랑받고 있는 두 팀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월 8일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로, 미디 사운드에 가야금, 해금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심풀은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으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통 판소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