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4.0℃
  • 맑음강릉 1.4℃
  • 맑음서울 -1.5℃
  • 맑음대전 -2.6℃
  • 맑음대구 0.9℃
  • 맑음울산 1.0℃
  • 맑음광주 0.1℃
  • 맑음부산 2.6℃
  • 맑음고창 -1.8℃
  • 맑음제주 5.0℃
  • 맑음강화 -2.7℃
  • 맑음보은 -3.9℃
  • 맑음금산 -3.7℃
  • 맑음강진군 0.6℃
  • 맑음경주시 1.1℃
  • 맑음거제 3.6℃
기상청 제공

특집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

URL복사


시사뉴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



기증받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가게’



 




종로경찰서 맞은편 골목. 갈색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가 있다. 문 앞에는 ‘함께
나누면 더 행복합니다’라는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 입구 옆에는 ‘사랑우체국’이라고 쓰여진 작은 우체통이 눈에 띈다. 충청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아주머니가 그 곳에 편지를 넣고 있다. ‘작지만 따뜻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 접수함’. 아주머니는 돌아가면서 자꾸 뒤를 쳐다본다.
사람들의 사연과 사랑으로 꾸려지는 ‘아름다운 가게’로 사람들이 막 들어서고 있다.



추억의 물건들이 한자리에




며칠동안 풀렸던 날씨가 다시 웅크리기 시작한 12월6일. 오전10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임에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그나마도
평소보다 한산한 거라고 한다. 옛 물건과 재활용품 등 기증받은 물건으로 이뤄진 매장 안은 그야말로 추억의 공간이다. 손때묻은 고가구에서부터
하나하나 구슬로 만들어진 가방, 플라스틱 도시락통에 이르기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60대 노부부가 한참을 재밌다는
듯 구경하더니 스탠드 하나를 구입한다.

구제의류가 진열돼 있는 오른쪽 구석에는 깨끗이 손질된 옷을 꼼꼼히 고르는 손이 바쁘다. 겨울 외투를 살펴보는 사람이 특히 많다.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른다.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옷을 정리하는 간사는 불평하지 않는다. 모든 손님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늘 감사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합니다”라고 채희근(46세·남) 씨는 말한다. 전직이 시내버스 운전기사였던 그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채용공고를 보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보수는 예전보다 훨씬 적지만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행복하다.

의류 왼편으로는 구두와 운동화 등 신발들이 진열돼 있다. 50년간 양화점을 했다는 김창성(77세·남) 씨가 낡은 부분을 수선하여 내놓은
물건들이다.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 많지만 꼼꼼하게 손을 본 후라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주로 애용한다. 군화도 있어
신을 잃어버린 예비역들이 종종 사러오기도 한다.



자원봉사도
재밌게




구두 앞쪽으로 목도리, 머리끈, 목걸이 등 액세서리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1,000원 정도의 가격이기 때문에 고르는 손이
많다. 손님이 어질러놓은 넥타이를 차근하게 정리하는 자원봉사자가 눈에 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꼭 나와요. 일이 없을 때는 이곳으로 달려오고요. 제가 다른 봉사활동도 해봤지만 특히 여기서 일하는 것이
가장 기쁘고 보람돼요. 제가 기증한 물건을 손님이 사갈 때 제일 기분이 좋고요.”

‘아름다운 가게’가 개업한 날부터 박정희(66세·여) 씨는 꾸준히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다. 날마다 들어오는 물건이 달라 그것을 구경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한다.

문 옆쪽으로 진열된 책과 음악CD, 비디오테입 앞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출판사에 반품된 새책을 시중가의 50%로 구입할
수 있고 인기가수의 초기 앨범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젊은층의 손님이 몰려있다. 자녀의 영어교재를 고르는 아주머니도 눈에 띄었다.



지역사회 대화의 장으로



한 쪽 구석에는 물건구입은 관심없는 듯 세명의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도 버젓이 의자에 앉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일반 상점이었다면 주인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눈치주는 사람이 없다.

“저희는 이곳이 지역공동체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공간이 좁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지나가다 그냥 들러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편한 공간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수(33세·남) 간사는 ‘아름다운 가게’의 궁극적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후가 되자 새로운 물건들이 바구니에 담겨왔다. 이곳에 오는 모든 물건은 기증받은 것이다. 직접 갖다주는 사람들도 있고 신청을 하면 직원들이
받으러 가기도 한다. 물건마다 그것에 담긴 사연과 사용법을 편지로 써서 보내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보내진 것을 수선하고 세탁해서 상품화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금은 공익과 자선을 위해 사용한다.

“쓰지않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들 저희에게 주시면 좋은 일에 꼭 쓰겠습니다”라고 기획홍보국 한정혜(33세·여) 씨는 말한다. 또 “저희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일이고 내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뿐”이라며 ‘아름다운 가게’의 사람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임을 강조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가게.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이용하는 가게가 그곳에 있었다.



서로 ‘상생’하는 나눔의 장소



고장난 운동기구나 전자제품을 고치는 일을 하시던 김갑용(69세·남) 씨는 이 곳의 성격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상생’. 간사와 자원봉사자,
손님 모두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아 새생명을 부여받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그는 다시 물건을 고치기 위해
서둘러 작업장으로 향했다.

오후 6시. 마지막 손님이 와인잔 두개를 샀다. 40대로 보이는 그 부부는 두손을 꼭 잡고 문을 나섰다. 손님이 떠난 후 가게 안은 물건을
정리하는 일손으로 분주했다. 일이 끝나고 그들은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것을 서로 격려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불이 꺼지고 모두가 돌아갔다. 그러나 가게 안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여전히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기증신청 및 문의: (02) 3676-1004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與 “당정, 부동산 공급 대책 마련했고 발표 시점 여러 상황 종합 고려해 결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정이 부동산 공급 대책을 이미 마련했고 발표 시점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속 과제로 추진해 온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당과 정부가 면밀하게, 예정한 대로 추가 공급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다만 그 발표 시점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대책은) 시장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라며 “오는 31일을 기준으로 그 안을 발표한다는 의미보다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전후에 발표할 준비는 돼 있다”며 내년 1월 중에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이날 국무총리공관에서 개최된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해 “당정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10·15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단기 과열 양상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그간의 공급 부진, 유동성 유입

사회

더보기
김예지 의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명시...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을 명시하고 그 결과를 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재선, 사진)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제1항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및 조산사회(이하 ‘중앙회’라 한다)를 각각 설립하여야 한다”고, 제66조(자격정지 등)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65조제1항제2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2.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라고, 제68조(행정처분의 기준)는 “제63조, 제64조제1항, 제65조제1항, 제66조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