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0 (수)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사회

[강명구 특집②] “들리나요~ 헤이그의 바람소리”

URL복사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그리고 평화이야기 1-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서울까지 1만6000km.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수는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 관계에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1년2개월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에 본지는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와 함께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 평화마라톤> 연속 시리즈의 두 번째 순서로 강명구 선수가 직접 작성한 헤이그 현지 특별 기고문과 사진을 싣는다.

유라시아 비단길에서 평화의 노래를 부르리

홀연히 떠나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호흡하며 뜨겁게 포옹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이국적인, 단순히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근원의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길의 종착점에 다다르면 난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애벌래의 탈을 벗은 노란나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벌레가 넘지 못하는 장애물을 훨훨 날아 넘나드는 평화의 노랑나비. 철조망의 높이도 철조망의 가시도 노랑나비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비단길은 기원전 4세기경부터 16세기까지 동서양을 잇던 길이다. 이 길을 통해서 운반된 비단은 로마에서 중국에서 팔리는 가격의 100배도 더 되는 가격에 팔렸다. 이 길은 중국의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고대 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까지 이르는 약 7000km에 달하는 길이다. 나는 그 길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콘스탄티노플로 불리던 이스탄불까지 그리고 중국의 시안에서 한국의 서울까지를 잇는 9000km를 더해 16000km의 거리를 일체의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나의 두 다리의 힘에 의해 달릴 것이다.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을 할 때는 언제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리는 사람이 있다. 나의 입장은 단호했다. 일생을 걸고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딱 이번 일이 그렇다. 지금 바로 이순간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나의 두 다리의 근육의 힘과 심장이 뿜어주는 그 힘찬 기운에 의지해 달려갈 것이다. 그냥 목적지를 향해 막연히 달려가는 일이라면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달리면서 평화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살갗에 닿는 헤이그 새벽 공기, 결국 잠 설치고

저가 항공을 타느라 국적기를 타지 못하고 중국의 샤만항공을 타고 16시간 넘게 비행을 한 끝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새벽 6시에 도착했다. 한국의 무더운 날씨를 뒤로하고 왔는데 이곳의 아침공기는 약간 쌀쌀하면서 쾌적하고 좋았다. 하루정도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그곳에 여장을 풀고 관광을 하고픈 생각도 있었으나 짐이 문제였다. 모텔에 체크인은 보통 2, 3시에 하는데 그때까지 짐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바로 헤이그로 와서 이준열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10시 반 개장인데 아직도 9시 반이다. 이제 유모차를 조립한 상태여서 유모차를 밀며 비넨호프 궁전을 둘러보려 발길을 돌리는 순간 이기항 원장님이 시간보다 일찍 문을 열러 나오셨다. 원장님은 친절한 안내를 해주시며 내가 왜 이곳을 출발지점으로 결정했는지 세심하게 물어보았다. 아마도 내가 평양을 거쳐서 판문점으로 들어온다니 평생을 이곳을 지키며 살아온 일이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는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 불편한 모양이었다.
 
이준열사, 110년전 북해의 아침공기는 어땠나요

첫 시작부터 예상치 않았던 난관이었다. 나는 110년 전 이곳에서 이준열사가 이루지 못한 자주독립의 꿈을 이어받고자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당연히 환영받을 줄 알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설명되어지지 않는 모순이 있다. 이 모순을 조금이라도 내 발걸음으로 설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장님이 사주는 점심을 먹고 비넨호프 궁전을 둘러보고 유스호스텔로 와서 여독을 풀었다. 여섯 명이 쓰는 방인데 4명이 들었다. 이태리, 영국, 아이슬란드, 한국. 다국적 방은 잠시 한국의 상황에 대한 토론장으로 변했다. 늦게들 들어와서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분쟁지역인 영국학생과 아이슬란드 학생의 대화가 며칠 동안 어떻게 펼쳐질까도 아주 흥미진진하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새벽 2시 반에 눈이 떠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 방해가 될까봐 노트북을 들고 살금살금 로비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다 5시 반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러 나갔다. 길은 아직 어둑어둑하였고 나는 방향을 바닷가로 잡았다. 살갗을 스치는 8월 말의 헤이그의 아침바람이 싱그럽다. 북해를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큰 호흡을 하며 명상에 잠겼다. 공식적으로 나의 출발은 9월 1일 이준열사 기념관에서 하지만 이곳이 진정 유럽의 땅 끝이라면 여기가 실질적인 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땅과 바다가 마주보이는 저 멀리서 편서풍에 실려 오는 뭉게구름이 낮게 걸려있다. 그 뭉게구름 위로 서서히 오렌지 물감이 펴져나가면서 내 가슴도 오렌지 빛 꿈이 번져간다. 평화의 한류 전도사를 자처하며 나선 길이다. 금방 가슴에 별이 뜨고 달이 차오른다.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끝에 서서 나는 두 손을 마주잡아 가슴에 댄다. 손끝으로 가슴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온다.


헤이그의 아침, 멋진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설레

바람은 광활한 바다 위에 배를 띄워 보냈다. 거대한 범선은 세상 곳곳을 다닐 수 있었다. 바람은 풍차를 돌리고 장미와 튤립을 피워냈다. 나는 내 심장의 박동소리를 그 바람에 섞는다. 멀고 험난한 길을 떠나는 두려움이 바람에 날아간다. 바람 사이로 들리는 내 가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이 샴페인 병을 열었을 때처럼 솟구쳐 오른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길거리에도 넘친다. 청춘의 도도함, 피 끊는 생명력, 애잔한 그리움. 왼쪽으로 얼굴만 살짝 돌려서 보는 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얀 공막 안의 홍채, 또 그 속의 하얀 빛으로 반사되는 동공이 몽환적인 느낌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는 소녀들이 여기저기서 눈이 마주치고 미소를 주고받는 것은 여행자의 큰 행운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림에서와 같은 여인이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아침식사 테이블에 나와 마주하며 앉는다. 전쟁터에서도 로맨스는 있고 이런 모험 가운데서도 내 심장의 박동이 뛰는 한 약간의 로맨스는 있다. 식사 후 독일에서 온 유치원 선생 소냐와 나는 진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미술박물관에 같이 갔다.

단지 사랑에 빠지게 될 걱정으로 여자들에게 궁색한 모습을 보이는 바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사 이래 매혹적인 미인과 사랑은 인생을 망치는 예는 많았지만 사람들은 불나비가 불을 쫓듯 사랑을 쫓았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면에서 소심한 남자였지만 기왕에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는 여행길에 한 가지 아름다운 위험을 추가해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눈을 감으면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오아시스의 어느 곳에 오작교가 보이는 듯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 대통령, 여야 대표에 "국정에 국민 모든 목소리 공평히 반영 노력"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인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우리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복리 증진에 힘을 모으면 참 좋겠다. 대외 협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인데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필요해서 하는 과정이고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공개석상에서 '나라의 힘을 좀 길러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다"며 "우리가 다투고 경쟁은 하되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했다. 또 "저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쉽지는 않은 것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인천 한 반도체 제조공장서 가스 누출 22명 병원
사고가 발생한 반도체 제조공장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인천 한 공장에서 화학약품 작업 중 염산 탱크에 염소산을 잘못 주입하면서 화학 반응과 함께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20여명이 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9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5분경 미추홀구 도화동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가스가 누출 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2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중 작업자 4명이 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여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른 18명은 자력으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으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탱크로리에서 화학반응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하고 중화제를 뿌려 진화 했다. 사고 직후 공장 인근 근로자 등 120명은 자력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신고가 접수되자 인력 47명과 장비 29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관할 구청은 재난문자를 통해 "도화동 일대에서 가스 누출 사고 발생을 알리며 인근 주민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염산

문화

더보기
이앤아이앙상블, 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앤아이앙상블이 오는 9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문아트그라운드 실버스크린홀에서 세 번째 정기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를 개최한다. 이앤아이앙상블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공연에서 500석 규모 객석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한정된 50석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주제로 음악, 마임, 영상이 결합된 다층적 무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연주자들의 호흡과 움직임, 무언의 퍼포먼스, 대형 스크린의 영상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의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앤아이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작곡은 매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앤아이앙상블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 작업을 통해 모던 팝 클래식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앤아이앙상블 바이올린 박진희, 기타 김도윤, 첼로 김혜영, 건반 이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